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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투기는 넘겼는데 엔진은 빌렸다, 항공우주 산업에 던진 일곱 질문
열 산업에 질문을 던지고 나서 이번에는 항공우주 차례입니다. 기회와 도전, 규칙, 공급망, 상대, 시장, 미래, 사람. 축은 같지만 걸리는 자리가 다릅니다. 페인트에서 공정위가 서 있던 자리에 항공우주에서는 미국 정부가 서 있고, 반도체에서 사이클이 걸리던 자리에 여기서는 "개발 11년 만에 넘긴 첫 양산기"가 걸립니다.
항공우주는 올해 유난히 날짜가 많은 산업이었습니다. 3월에 KF-21 양산 1호기가 출고됐고, 9월 22일에 공군에 인도됐고, 이 글을 쓰는 다음 날인 10월 7일 낮 12시 25분에 누리호 5차 발사가 예정돼 있습니다. 숫자는 제가 운영하는 밸류체인 플랫폼의 저장본(10월 6일 기준)과 한국항공우주(KAI)의 2026년 2분기 잠정 실적, 올해 보도를 대조했습니다.
1. 매출이 41% 늘었는데 영업이익이 43% 줄었다, 양산 원년의 손익은 왜 이런 모양이고 그것은 이어지는가
KAI는 2026년 2분기에 매출 1조 1,679억 원, 영업이익 484억 원을 냈습니다.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매출은 41.0% 늘었고 영업이익은 43.1% 줄었습니다. 상반기로 묶으면 매출 2조 2,606억 원에 영업이익 1,156억 원으로, 매출이 48.0% 느는 동안 이익은 12.4% 줄었습니다. 영업이익률이 4%대입니다.
이유는 올해가 양산의 첫해라서 그렇습니다. KF-21은 3월 25일 양산 1호기가 출고돼 4월에 첫 비행을 했고 9월 22일 사천에서 공군에 인도됐습니다. 양산 초기의 전투기는 매출로는 잡히지만 이익으로는 잘 안 잡힙니다. 라인을 세우고 인증을 받고 첫 기체의 결함을 고치는 비용이 앞에 몰리고, 원가가 내려오는 것은 몇십 대를 만든 뒤입니다. 올해 상반기 장부는 "장사가 안 된다"가 아니라 "20년 만에 처음 짓는 물건을 짓는 중"으로 읽어야 합니다.
이것이 이어지느냐는 질문에 저는 매출 쪽은 이어지고 이익률 쪽은 두고 봐야 한다고 답하겠습니다. 매출은 계약서에 적혀 있습니다. KF-21은 2024년 6월 초도 양산 20대에 1조 9,600억 원, 2025년 6월 추가 20대에 2조 3,900억 원이 계약됐고, 공군은 2032년까지 120대를 배치할 계획입니다. 이익률은 다릅니다. 전투기는 양산 대수가 늘수록 원가가 내려오는 물건인데, 그 속도를 정하는 것은 국내 120대가 아니라 수출입니다. 시장은 이미 그 수출을 값에 넣고 있습니다. 플랫폼 저장본으로 KAI의 주가수익비율(PER)이 71.1배, 주가순자산비율(PBR)이 6.64배입니다. 영업이익률 4%대의 회사에 71배를 매긴다는 것은, 시장이 올해 이익이 아니라 몇 해 뒤의 이익을 보고 값을 매기고 있다는 뜻입니다.
2. 미국의 승인과 인도네시아의 분담금과 우주청의 1조 원, 셋 가운데 무엇이 값과 물량을 정하는가
이 산업의 규칙은 세 나라에서 옵니다. 첫 번째는 미국입니다. KF-21의 엔진은 미국 GE의 F414이고 항전의 일부도 미국산입니다. 미국산 군용 부품이 들어간 완제기는 국제무기거래규정(ITAR, 미국산 방산 기술과 부품의 수출을 미국 정부가 승인하는 제도) 아래 있어서, 제3국에 팔 때 미국의 승인이 붙습니다. KF-21을 어디에 팔 수 있느냐는 질문의 첫 번째 답은 사천이 아니라 워싱턴에 있습니다.
두 번째는 인도네시아입니다. 인도네시아는 2016년 KF-21 개발비의 20%인 약 1조 7,000억 원을 분담하기로 했다가 6,000억 원으로 줄였고, 올해 6월 마지막 잔금 636억 원을 내 완납했습니다. 약속한 돈의 37%를 내고 시제 5호기 한 대와 제한된 기술 자료를 받는 것으로 정리됐습니다. 같은 인도네시아가 2025년 6월 튀르키예의 KAAN 전투기 48대 구매 계약을 맺었습니다. 올해 3월 KF-21 1차 16대 수출 협약을 추진한다는 보도가 있었고 4월 1일 프라보워 대통령이 사천 KAI를 찾았지만, 제가 확인한 범위에서는 10월 현재 이행계약 체결 보도를 찾지 못했습니다. 공동개발국이 첫 수출국이 될지 첫 이탈국이 될지가 아직 정해지지 않은 셈입니다.
세 번째는 우주항공청입니다. 2026년 예산은 1조 1,201억 원으로 2025년 9,649억 원보다 16.1% 늘었고 처음 1조 원을 넘었습니다. 우주 쪽은 이 예산이 곧 시장입니다. 누리호를 2032년까지 해마다 한 번씩 반복 발사한다는 계획이 발사체 회사의 매출 전망표이고, 7차 발사는 2028년으로 잡혀 있습니다. 세 규칙의 역할이 다릅니다. 미국은 어디에 팔 수 있는지를 정하고, 공동개발국은 첫 수출의 값을 정하고, 우주항공청은 우주 쪽 물량을 정합니다.
3. 기체의 65%는 우리 것인데 왜 엔진은 아직 빌려 쓰는가
KF-21의 국산화율은 65% 이상으로 보도됩니다. 남은 35%의 한가운데에 엔진이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24년 6월 방위사업청과 5,562억 원에 F414 엔진 40여 대를 2027년 12월까지 공급하는 계약을 맺었는데, GE의 설계도를 받아 한국에서 조립하는 면허생산입니다. 금액 기준 국산화율은 35% 안팎으로 보도되고, 정부가 보는 항공엔진 핵심 소재와 부품의 국산화율은 22%입니다.
엔진이 왜 늦느냐를 저는 이렇게 이해합니다. 기체는 "그리고 조립하는" 물건이고 엔진은 "녹여서 견디게 하는" 물건입니다. 터빈 블레이드 한 장이 1,000도를 훨씬 넘는 연소 가스 속에서 수천 시간을 버텨야 하고, 그것을 버티게 하는 합금의 조성과 주조와 냉각 설계는 수십 년의 시험 데이터가 쌓여야 나옵니다. 설계도를 받아 만들 수는 있는데, 설계도를 그릴 수 있느냐는 다른 문제입니다.
올해 그 다른 문제에 돈이 붙었습니다. 7월 보도에 따르면 정부는 14년 동안 5조 5,000억 원을 들여 첨단항공엔진을 개발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2030년대 중후반을 목표로 1만 5,000파운드급 이상의 독자 엔진을 개발하겠다고 합니다. 10월 5일에는 창원국가산업단지가 첨단항공엔진 특화단지로 지정돼 2036년까지 7,731억 원이 들어간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그런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025년 항공엔진 매출은 2조 5,197억 원으로 회사 전체의 9.4%이고, 항공우주 부문의 영업이익률은 0.5%였습니다. 이 회사의 이익은 지상방산에서 나오고, 엔진은 아직 돈을 버는 사업이 아니라 돈을 넣는 사업입니다.
4. 록히드마틴은 파트너인가 경쟁자인가, 그리고 인도네시아에서 KAAN에 무엇을 내줬는가
상대는 둘입니다. 하나는 같은 편에 선 상대, 다른 하나는 맞은편에 선 상대입니다.
같은 편은 록히드마틴입니다. T-50 고등훈련기는 KAI와 록히드마틴이 함께 개발했고 FA-50은 그 계열이며, 미국 해군의 훈련기 사업에는 TF-50N이라는 이름으로 후보에 올라 있습니다. 미국 영업은 록히드마틴이 맡는 것으로 전해집니다. 그런데 이 파트너는 KF-21의 상대이기도 합니다. KF-21이 겨냥할 손님은 F-16을 바꾸려는 나라들일 가능성이 크고, 그 나라들에 F-16 신형과 F-35를 파는 회사가 록히드마틴입니다. 훈련기에서는 한 배를 타고 전투기에서는 맞은편에 서는 관계입니다.
맞은편은 튀르키예입니다. 인도네시아가 KF-21 분담금을 줄이는 사이에 KAAN 48대를 계약했습니다. KAAN은 아직 양산 전으로 전해지는 5세대 설계의 전투기이고 KF-21은 올해 인도를 시작한 4.5세대 전투기입니다. 인도네시아가 고른 것은 지금 받을 수 있는 비행기가 아니라 나중에 받을 비행기와 그 사이의 조건이었습니다. 제가 보기에 KAAN에 내준 것은 48대가 아니라 "공동개발국이 곧 첫 수출국"이라는 전제입니다. 그 전제가 깨진 뒤 KF-21 수출은 FA-50을 이미 산 필리핀과 말레이시아 쪽으로도 눈을 돌리고 있습니다.
5. 가장 중요한 시장은 동남아인가 미국인가
돈이 들어온 시장은 동남아와 폴란드입니다. FA-50은 인도네시아, 이라크, 필리핀, 태국, 폴란드, 말레이시아 6개국에 150대 넘게 팔렸고 누적 수출액이 12조 8,000억 원입니다. 폴란드 48대(FA-50GF 12대와 FA-50PL 36대), 말레이시아 18대(2023년 계약, 9억 2,000만 달러, 올해 첫 인도 예정으로 전해집니다), 필리핀은 12대를 운용하면서 12대 추가 도입에 400억 페소(약 1조 원)를 2025년 예산에 넣었습니다. F-16을 살 돈은 없고 중국제는 사기 싫은 공군에 FA-50이 맞는 값이었습니다.
돈이 아직 안 들어온 시장이 미국입니다. 다만 이 질문은 완제기와 부품을 나눠 답해야 합니다. KAI의 2025년 3분기 말 수주잔고 26조 6,733억 원 가운데 방산과 완제기가 15조 5,494억 원(58.3%), 기체부품이 9조 9,235억 원(37.2%), 우주와 위성이 7,944억 원(3%)입니다. 기체부품 10조 원의 손님은 보잉과 에어버스입니다. 완제기의 가장 중요한 시장이 동남아라면 부품의 시장은 처음부터 미국과 유럽이었고, 그 시장은 지금 보잉이 737을 월 42대로, 에어버스가 A320 계열을 2027년까지 월 75대로 늘리려는 증산 국면으로 전해집니다. 동남아는 완제기의 답이고 미국은 부품의 답입니다.
6. 10년 뒤 한국 항공우주는 완제기 수출국인가 부품 공급국인가
두 갈래로 봅니다.
완제기 수출국의 길은 KF-21이 FA-50의 길을 따라가는 길입니다. 사천 공장은 월 3대를 만들고 연 30대에서 40대로 늘리는 것이 목표이며, 회사는 잠재 수출 물량을 "200대 더하기 알파"로 말합니다. 조건은 둘입니다. 미국의 승인이 계속 나오느냐, 그리고 독자 엔진이 2030년대 중후반에 정말 나오느냐입니다. 엔진이 남의 것인 한 승인도 남의 것입니다.
부품 공급국의 길은 지금 수주잔고의 37%가 걷고 있는 길입니다. 보잉과 에어버스의 백로그를 따라 동체와 날개 구조물을 만드는 길이고, 손님이 둘뿐이라 안정적이고 손님이 둘뿐이라 값을 정하지 못합니다. 플랫폼 산업분석에 "한 번 오른 기종의 공급 지위는 기종 수명만큼 간다"고 적혀 있는데, 뒤집으면 한 번 오르지 못하면 30년을 기다린다는 뜻입니다.
우주는 셋째 갈래인데 아직 갈래라고 부르기에는 작습니다. 누리호 5차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4차에 이어 제작을 주관하는 두 번째 발사이고, 발사관제 콘솔 22개 중 20개를 한화 인력이 맡는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차세대발사체는 2025년 12월 재사용 메탄엔진으로 방향을 바꿔 2031년 시험발사가 목표입니다. 스페이스X가 재사용으로 발사 비용을 내려놓은 시장에서 한국은 아직 1회용 발사체를 해마다 한 번 쏘는 단계이고, 민간 발사체 회사인 이노스페이스는 플랫폼 저장본에서 적자입니다.
시장은 이 세 갈래를 어떻게 보고 있을까요. 플랫폼 저장본의 일곱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회사 | 자리 | PER | PBR | 점수 |
|---|---|---|---|---|
| 한국항공우주 | 완제기·기체부품 | 71.1배 | 6.64배 | 12.3 |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엔진·방산·조선 | 26.4배 | 4.43배 | 47.8 |
| 한화시스템 | 레이더·항전·위성통신 | 88.4배 | 3.46배 | 8.5 |
| 쎄트렉아이 | 지구관측 위성 | 95.9배 | 3.62배 | 5.2 |
| 컨텍 | 위성 지상국 | 17.6배 | 1.25배 | 34.7 |
| 아스트 | 기체 구조물 | 51.9배 | 0.76배 | 30.3 |
| 하이즈항공 | 기체 구조물 | 17.3배 | 0.91배 | 48.4 |
점수는 국내 상장사 1,500곳을 한 자로 세운 정규화 점수로 평균이 50이고, 상위 15%가 저평가, 하위 30%가 고평가 구간입니다. 하이즈항공은 시가총액 상위 1,500 밖이라 그 눈금을 빌려 매긴 값입니다. 돈은 기체부품으로 흐르고 값은 완제기와 위성으로 갑니다. 기체부품을 만드는 아스트와 하이즈항공은 장부에 적힌 순자산 아래에서 거래되고, 아직 한 대도 수출하지 못한 KF-21의 회사는 71배, 위성 회사는 96배입니다. 시장은 부품을 "손님이 둘뿐인 하청"으로, 완제기와 위성을 "앞으로 열릴 시장"으로 읽고 있고, KAI는 플랫폼 기준 9주 연속 고평가 구간입니다. 그 읽기가 맞는지는 KF-21 첫 수출 계약서의 대당 값이 말해 줄 것입니다. 참고로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6배는 지상방산과 조선이 합쳐진 배수라 따로 읽어야 합니다.
7. 사천에서 800명을 뽑는 박람회가 열리는 산업에서 사람은 어디에 모자라는가
올해 9월 사천시는 우주항공특화 일자리박람회를 열었고 34개 회사가 약 800명을 뽑겠다고 나왔습니다. 같은 달 보도의 제목은 "항공기 늘었는데 정비 인력은"이었습니다. 국내 항공기는 2023년부터 2026년까지 186대가 늘어날 예정인데 정비사는 그만큼 늘지 않았고 저비용항공사에서 숙련 정비사가 빠져나간다는 내용이었습니다. 10월 2일에는 보잉의 엔지니어 노조 1만 7,000명이 10% 즉시 인상과 2027년부터 해마다 4% 인상을 담은 4년 계약에 찬성했습니다. 엔지니어의 값이 전 세계에서 같이 오르고 있습니다.
자동화가 바꾸는 것과 못 바꾸는 것이 갈립니다. 플랫폼 미래기술 항목에 따르면 대한항공은 올해 7월 김포공항에서 드론과 로버가 기체 외관을 검사하는 시스템을 실증해 8시간에서 10시간 걸리던 점검을 약 50분으로 줄였습니다. 보는 일은 기계가 대신하기 시작했지만, 고치는 일과 엔진을 뜯어 블레이드를 갈아 끼우는 일은 자격을 가진 사람의 손으로만 됩니다. 한 사람을 기르는 데 몇 해가 걸리고, 그 사람이 다른 나라로 옮기는 데는 몇 주면 됩니다.
그래서 이 산업의 사람 문제는 두 층입니다. 아래층은 사천의 협력사와 정비 격납고의 숙련공이고, 임금과 지역의 문제입니다. 위층은 엔진을 설계하는 엔지니어이고, 있느냐 없느냐의 문제입니다. 5조 5,000억 원짜리 엔진 사업의 병목은 돈이 아니라 합금 조성과 냉각 설계를 아는 사람의 수입니다. 10년 뒤 한국이 완제기 수출국이 되느냐는 질문의 답이 결국 사천과 창원에 어떤 엔지니어가 몇 명 있느냐로 돌아오는 셈입니다.
일곱 질문에 답을 쓰고 나니 이 산업의 모양이 보였습니다. 항공우주는 20년 만에 지은 전투기를 올해 처음 넘기면서 매출은 늘고 이익은 줄었고, 어디에 팔 수 있는지는 미국이 정하고 첫 수출의 값은 공동개발국이 흔들었으며, 기체는 65%가 우리 것인데 엔진은 아직 빌려 쓰고, 훈련기의 파트너가 전투기의 상대이며, 완제기는 동남아에 팔고 부품은 미국과 유럽에 팔고, 시장은 돈이 흐르는 부품이 아니라 앞으로 열릴 완제기와 위성에 값을 매기고 있고, 공장이 아니라 엔진을 그릴 사람이 모자라는 산업입니다. 9월 22일 사천에서 공군에 넘어간 1호기는 그 모든 긴장이 한 대에 실린 비행기였는지도 모릅니다.
※ 수치는 밸류체인 플랫폼(k-valuechain.com) 저장본(2026년 10월 6일), 한국항공우주 2026년 2분기 잠정 실적(연결)과 2025년 3분기 보고서 수주잔고, 2026년 보도(KF-21 양산 1호기 출고·인도, 인도네시아 분담금 완납과 체계개발 완료, 첨단항공엔진 개발 사업과 창원 특화단지 지정, 우주항공청 2026년 예산, 누리호 5차 발사 준비, FA-50 수출 누적, 항공 정비 인력과 사천 일자리박람회, 보잉 노사 합의)를 대조한 것이며, 산업에 대한 평가는 필자 견해입니다. 투자 판단의 직접 근거가 아닙니다.
작성: 2026. 10. 이알렉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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