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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orea Industry Intelligence는 반도체, 이차전지, 석유화학, 건설기계, 제약바이오, 방위산업 등 한국 주요 산업의 구조를 공개 자료로 분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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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0조 잔고의 다음 계약은 남의 땅에서 만들라 한다, 방위산업에 던진 일곱 질문
여덟 산업에 질문을 던지고 나서 이번에는 방위산업 차례입니다. 기회와 도전, 규칙, 공급망, 상대, 시장, 미래, 사람. 축은 같지만 걸리는 자리가 다릅니다. 반도체에서 사이클이 걸리던 자리에 방산에서는 수주잔고가 걸리고, 미국 상무부가 서 있던 자리에 유럽연합 집행위원회와 폴란드 의회가 서 있습니다.
방산은 계약 하나가 조 단위이고 잔고가 매출의 몇 해치라서 뉴스의 숫자와 장부의 숫자 사이에 시차가 깁니다. 그래서 질문을 "얼마를 받았나"가 아니라 "언제 어떤 이익률로 돈이 되나"에 맞췄습니다. 숫자는 제가 운영하는 밸류체인 플랫폼의 저장본(10월 6일 기준)과 네 회사의 2026년 2분기 실적, 올해 보도를 대조했습니다. 한 가지 미리 적어 두면, LIG넥스원은 올해 3월 31일 주주총회에서 이름을 LIG 디펜스&에어로스페이스로 바꿨습니다. 이 글에서는 LIG D&A로 줄여 씁니다.
1. 잔고 100조 원은 언제 어떤 이익률로 매출이 되는가, 그리고 네 회사 가운데 왜 둘은 이익이 줄었는가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현대로템, 한국항공우주(KAI), LIG D&A 네 회사의 2026년 2분기 합산 매출은 13조 1,769억 원, 영업이익은 1조 7,520억 원입니다. 1년 전보다 매출이 38.7%, 영업이익이 36.3% 늘었고, 합산 영업이익이 1조 원을 넘긴 것이 다섯 분기째입니다. 잔고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지상방산 38조 3,000억 원, 현대로템 30조 4,046억 원, LIG D&A 24조 5,700억 원, KAI 25조 8,000억 원으로, 업계는 네 회사의 방산 잔고를 100조 원 안팎으로 봅니다.
그런데 네 회사의 2분기는 같은 방향이 아니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매출 9조 2,929억 원에 영업이익 1조 3,655억 원으로 분기 영업이익 1조 원을 처음 넘겼고, 네 회사 합산 영업이익의 77.9%를 혼자 냈습니다. LIG D&A는 매출 1조 1,101억 원에 영업이익 1,057억 원으로 29.5% 늘었는데, 천궁-II 중동 수출이 매출로 잡히면서 수출 비중이 17.4%에서 25.4%로 올라간 결과입니다. 반면 현대로템은 매출이 13%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2,324억 원으로 10% 줄었습니다. 3년 동안 이어진 증가가 멈춘 첫 분기입니다. KAI는 매출이 41%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484억 원으로 43.1% 줄어 영업이익률이 4.1%가 됐습니다.
이유는 잔고의 크기가 아니라 잔고의 구성에 있습니다. 현대로템의 2분기 방산 부문은 매출 9,189억 원에 영업이익 2,248억 원으로 영업이익률이 24.5%인데, 철도 부문은 매출 5,848억 원에 영업이익 37억 원으로 0.6%입니다. 잔고 30조 원의 65%가 그 철도에 들어 있습니다. 2년쯤 전에 낮은 값에 받아 둔 전동차 물량이 지금 생산에 들어가고 있다는 것이 회사의 설명입니다. KAI는 환율이 올라 예정원가가 늘었고, 이익률이 높았던 이라크 군수지원 매출이 줄었고, 소형무장헬기 인도가 밀렸고, 190억 원가량의 일회성 충당금이 있었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도 지난해 연결 매출의 54.5%가 조선인데 영업이익의 74%는 영업이익률 21.9%의 지상방산에서 나왔고, 항공엔진 부문은 0.5%였습니다.
그러니까 올해의 호황은 방산 전체가 아니라 자주포와 전차와 미사일, 즉 지상 무기 수출의 호황이고 항공기와 엔진과 철도는 아직 그 바깥에 있습니다. 잔고는 이어집니다. 다만 그 잔고가 몇 퍼센트짜리 이익으로 바뀌느냐는 잔고의 크기가 아니라 안에 무엇이 들어 있느냐가 정합니다.
2. 국내 원가 제도와 유럽의 65% 규정은 값과 물량 가운데 무엇을 정하는가
규칙은 안과 밖에 하나씩 있습니다. 안의 규칙은 방산원가 제도입니다. 국내 군에 파는 무기는 시장 가격이 아니라 원가 계산으로 값이 정해집니다. 실제로 든 비용에 정해진 이윤을 얹는 구조인데, 간접비와 이윤은 '제비율'이라는 배부율로 계산하고 그 비율은 앞선 두 회계연도 자료를 6대 4로 가중평균해 정하므로 2년에서 3년 전의 비용 구조가 올해의 값을 정합니다. 원가를 많이 쓸수록 이윤이 커져 원가를 줄일 유인이 약했다는 것이 방위사업청 자신의 진단이었고, 2023년부터 수출 이윤을 올리는 쪽으로 제도를 고쳤습니다. 결과는 분명합니다. 국내 매출은 이익률이 낮고 안정적이며 수출 매출은 높고 흔들립니다. 현대로템 방산 부문의 24.5%는 수출이 71%인 부문의 숫자입니다.
밖의 규칙은 유럽에 있습니다. 유럽연합이 회원국의 무기 공동 구매에 최대 1,500억 유로를 최장 45년 만기로 빌려주는 SAFE(유럽을 위한 안보 행동)라는 제도입니다. 돈을 빌려주되 조건이 있습니다. 그 돈으로 사는 무기는 부품 가치의 65% 이상을 유럽연합과 우크라이나, 노르웨이산으로 채워야 하고, 한국산 같은 비유럽 부품은 35%를 넘을 수 없습니다. 폴란드가 이 제도에서 배정받은 돈이 437억 3,400만 유로, 우리 돈으로 약 75조 원인데, 폴란드 의회 분석으로는 그 89%가 자국 산업에 들어가고 11%만 한국과 미국산 장비에 쓰입니다. 캐나다는 올해 비유럽 국가로는 처음 참여 협정을 맺었고, 한국 정부도 참여 의향서를 내고 6월에 협상 개시를 당부했다는 보도가 있었습니다.
두 규칙은 정하는 것이 다릅니다. 안의 규칙은 이익률을 정하고, 밖의 규칙은 생산지를 정합니다. 폴란드는 K2 전차를 1,000대까지 사겠다는 뜻을 거듭 밝혔고, 3차 계약 윤곽은 210대 가운데 120대를 한국에서, 90대를 폴란드에서 만드는 것입니다. 규칙이 물량을 자르지는 않습니다. 그 물량의 얼마가 한국의 공장과 협력사를 거치느냐를 자릅니다.
3. 전차의 심장은 국산화했는데 왜 전투기의 심장과 눈은 아직 남의 것인가
플랫폼 기술지도는 기술마다 국내와 글로벌의 성숙도를 1에서 9로 매깁니다. K9 자주포는 국내 9에 글로벌 9입니다. K2 전차 파워팩은 8에 8입니다. 파워팩은 1,500마력급 디젤엔진과 그 힘을 궤도에 전달하는 변속기를 한 덩어리로 묶은 것으로, 전차의 심장과 다리에 해당합니다. 엔진은 일찍 국산화했는데 변속기의 내구 검증이 오래 걸려 초도 물량은 독일제를 썼고, 플랫폼 기록으로는 2025년 들어 국산 변속기가 양산 적용 단계에 들어갔습니다. 3차 계약 윤곽을 전한 7월 보도에서는 파워팩을 한국에서 전량 만들어 폴란드로 보냅니다. 독일 부품이 들어간 전차를 제3국에 팔려면 독일 정부의 승인이 필요하니, 파워팩 국산화는 성능의 문제이기 전에 "누구 허락 없이 팔 수 있느냐"의 문제였습니다.
그런데 같은 기술지도에서 항공기 가스터빈 엔진은 국내 4에 글로벌 9입니다. 섭씨 1,500도가 넘는 불길 속에서 도는 터빈 날개의 합금과 냉각 설계를 독자로 가진 나라는 미국과 영국, 프랑스, 러시아 정도이고, 한국은 미국 GE 엔진을 면허 받아 조립 생산하며 독자개발은 2035년을 바라보는 국책 과제입니다. 스텔스도 4에 9입니다. 센서 쪽도 비슷합니다. 능동위상배열(AESA) 레이더는 7에 9인데 핵심인 질화갈륨(GaN) 반도체 소자가 걸리고, 주야간 감시장비(EO/IR)는 6에 8인데 영상의 선명도를 정하는 고성능 적외선 검출기 소자를 아직 일부 수입합니다. KF-21 수출에는 미국의 기술이전 승인이 변수로 남아 있습니다.
국산화가 된 것과 안 된 것 사이에 선이 보입니다. 된 것은 쇠와 화약과 힘입니다. 포신과 장갑과 디젤엔진은 기계공학이고, 기계공학은 양산을 많이 하면 따라잡힙니다. 안 된 것은 열과 빛입니다. 터빈 날개의 1,500도, 레이더 소자의 전파, 검출기의 적외선은 소재와 물리가 수십 년 쌓인 자리라 양산 경험으로는 좁혀지지 않습니다. 그 선의 안쪽에도 그늘이 있습니다. 포탄을 만드는 풍산의 올해 상반기 방산 매출은 3,453억 원으로 37% 줄었는데 받아 둔 선수금은 7,622억 원으로 80% 늘었습니다. 인도가 밀려 있다는 뜻이고, 그 사이 이 회사 이익의 88%는 포탄이 아니라 구리에서 나왔습니다.
4. 독일과 무엇을 두고 겨루는가, 전차에서 이기고 잠수함에서 지는 이유는 무엇인가
가장 중요한 상대는 독일입니다. 폴란드가 K2를 고른 자리에서 밀려난 것이 독일의 레오파르트였고, 노르웨이가 2023년에 K2 대신 고른 것이 레오파르트 2A7이었습니다. 그리고 올해 7월 6일, 캐나다는 디젤 잠수함 12척, 정비까지 합쳐 최대 60조 원으로 추산되는 사업의 우선협상자로 한화오션이 아니라 독일 TKMS를 골랐습니다. 양쪽 모두 캐나다 해군의 요구 조건을 채웠고 막판까지 초박빙이었다는 것이 현지 보도입니다. 그 앞에는 폴란드 잠수함 사업 오르카가 있었습니다. 한화오션과 HD현대중공업이 참여했고 스웨덴 사브의 A26이 선정됐습니다.
전차는 이기고 잠수함은 지는 패턴에 대해 7월 10일 보도는 이렇게 설명했습니다. 전차는 사 가서 비교적 독립적으로 운용할 수 있지만, 잠수함은 30년에서 40년을 쓰는 전략 자산이라 훈련과 정비와 무장과 부품과 성능개량까지 전 생애주기에 걸쳐 공급국과 긴밀하게 묶입니다. 그러니 같은 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이 유리하고, 캐나다의 결정도 독일과의 안보 협력에 무게를 둔 결과로 해석됐습니다. 한국이 전차에서 이긴 조건은 빠른 납기와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이었습니다. 그 조건은 "빨리 많이 싸게"가 통하는 품목에서 통했고, "오래 같이"가 필요한 품목에서는 통하지 않았습니다.
그래서 독일과 겨루는 것은 가격이나 납기가 아니라 동맹의 안쪽이냐 바깥이냐이고, SAFE의 65% 규정이 그 선을 숫자로 적은 것입니다. 미국은 이 그림에서 상대이자 조건입니다. KF-21의 수출 승인을 쥔 쪽이면서, 한화오션이 올해 들어 미국 해군 함정 정비를 잇달아 받고 트럼프 대통령이 지난해 12월 한화와의 호위함 건조를 공개로 언급한 쪽이기도 합니다. 유럽이 "우리 안에서 만들라"고 하고 미국이 "우리 땅에서 만들라"고 하는 것은 같은 요구의 두 판본입니다.
5. 폴란드 다음은 유럽인가 중동인가, 그리고 그 시장은 무기를 사는가 공장을 사는가
플랫폼이 정리해 둔 보도로는 2025년 한국의 방산 수출이 154억 달러로 1년 전보다 60.4% 늘었고, 올해 들어 증권사들은 2026년 수출을 377억 달러까지 보는 전망을 내놓았다고 전해집니다. 그 전망의 바탕은 두 지역입니다. 유럽은 폴란드가 중심입니다. K2는 1차 180대 인도를 지난해 11월에 마쳤고, 2차 계약은 65억 달러에 180대(한국 생산 116대와 현지형 K2PL 64대, 그중 61대 현지 조립)를 2026년부터 2030년까지 보내는 것으로, 9월 중순 기준 누적 226대가 폴란드에 도착했습니다. 3차 210대는 9월 현재 미체결입니다. 중동은 미사일이 중심입니다. 천궁-II는 UAE 21억 9,000만 달러, 사우디아라비아 32억 5,000만 달러, 이라크 27억 9,000만 달러로 누적 82억 3,000만 달러이고, LIG D&A 잔고 24조 5,700억 원 가운데 중동 3개국 천궁-II 몫이 9조 8,900억 원입니다.
두 시장은 사는 방식이 다릅니다. 유럽은 공장을 삽니다. SAFE의 65% 규정, 폴란드의 1,000대 의지와 90대 현지 생산, 폴란드 기업 부마르-와벵디가 차체 조립과 최종 통합을 맡는 구조가 그것이고, 유럽에 파는 다음 전차는 한국 설계의 폴란드산 전차에 가까워집니다. 중동은 체계를 삽니다. 천궁-II는 레이더와 발사대와 미사일을 묶은 방공 체계 단위로 팔려 한 건의 단가와 이익률이 높고, LIG D&A의 영업이익 증가율이 매출 증가율을 앞선 이유가 여기 있습니다. 다만 중동에는 성문 규칙 대신 정치가 있고, 정치는 규칙보다 빨리 바뀝니다.
그래서 "가장 중요한 해외 시장이 어디냐"는 질문에 저는 폴란드라고 답하되, 폴란드라는 나라가 아니라 폴란드가 만든 선례라고 답하겠습니다. 납기와 기술이전과 현지 생산을 한 묶음으로 파는 방식이 폴란드에서 처음 통했고, 이제 다른 나라에서 "그 조건으로 우리에게도"라는 요구로 돌아옵니다. 폴란드는 시장이면서 다음 시장의 가격표입니다.
6. 10년 뒤 방산은 전차와 포를 파는 산업인가, 드론과 소프트웨어를 파는 산업인가
두 갈래로 봅니다.
전차와 포는 10년 뒤에도 있습니다. K9은 세계 자주포 수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간판이고, 폴란드 하나와 1,000대를 이야기하는 전차 사업은 3차 계약이 맺어지면 2034년까지 이어지는 일정으로 전해집니다. 다만 성격이 바뀝니다. 3차 계약 윤곽에서 현지 생산 비중은 210대 가운데 90대, 43%입니다. 10년 뒤의 전차 수출은 해외 생산에 가깝고, 한국에 남는 것은 파워팩과 설계와 핵심 부품입니다.
드론과 소프트웨어는 다른 길입니다. 육군은 36사단을 드론 실증부대로 지정하고 소형 드론 1만 1,000대를 보급하겠다는 계획을 세웠고, 방위사업청의 올해 하반기 업무계획은 첫 항목에 "방산 AI 대전환"을 넣었습니다. 플랫폼 기술지도의 중장기 항목은 무인 편대기와 군집드론 검증, 초소형 영상레이더 위성 군집, 무인전투차량 전력화, 그리고 2035년의 항공엔진 독자개발과 2034년의 스텔스 개량형입니다. LIG넥스원이 50주년에 이름에 '에어로스페이스'를 붙인 것, 현대로템이 7월에 방산 조직에 항공우주와 로봇을 묶은 것이 이 갈래의 상징입니다. 전차 한 대의 값을 받던 산업이 드론 천 대와 그것을 묶는 소프트웨어의 값을 받는 산업으로 건너가야 하고, 그 값이 얼마인지는 아직 아무도 정하지 못했습니다.
시장은 어느 갈래에 값을 매기고 있을까요. 플랫폼 저장본의 여섯 회사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습니다.
| 회사 | 자리 | PER | PBR | 점수 |
|---|---|---|---|---|
| 현대로템 | 전차·철도 | 15.1배 | 3.6배 | 48.8 |
| 한화에어로스페이스 | 자주포·엔진·조선 | 26.4배 | 4.4배 | 47.8 |
| 풍산 | 탄약·구리 | 10.7배 | 0.9배 | 50.9 |
| LIG D&A | 유도무기·레이더 | 54.5배 | 9.8배 | 14.6 |
| 한국항공우주 | 전투기·헬기 | 71.1배 | 6.6배 | 12.3 |
| 한화시스템 | 레이더·전자전·위성 | 88.4배 | 3.5배 | 8.5 |
점수는 국내 상장사 1,500곳을 한 자로 세운 정규화 점수로 평균이 50이고, 상위 15%가 저평가, 하위 30%가 고평가 구간입니다. 올해 그 하위 경계선이 40.5점인데 여섯 회사 가운데 셋이 그 아래에 있고, 항공기와 전자를 하는 두 회사는 12.3점과 8.5점입니다. 돈이 흐르는 자리는 분명합니다. 지난해 영업이익률 21.9%의 한화 지상방산과 올해 2분기 24.5%의 현대로템 방산, 즉 전차와 포입니다. 그런데 값이 가는 자리는 다릅니다. 분기 영업이익률 4.1%의 KAI에 PER 71배, 한화시스템에 88배, LIG D&A에 55배가 붙어 있습니다. 시장은 전차와 포의 이익을 "폴란드 한 건"으로, 전자와 항공과 미사일의 이익을 "다음 10년"으로 읽고 있습니다. 참고로 플랫폼 연재에서 짚었듯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26배는 방산과 조선이 합쳐진 몸에 매겨진 값이고, 풍산의 10.7배는 구리의 배수라 둘 다 따로 읽어야 합니다.
7. 일감이 70조 원인 회사에 왜 사람이 없는가, 그리고 10년 뒤 K2는 누구의 손으로 만드는가
9월 27일 보도의 제목이 "70조 일감 쌓였는데 사람이 없다"였습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70조 원, KAI 25조 8,000억 원, LIG D&A 24조 6,000억 원, 현대로템 방산 9조 8,000억 원의 잔고를 두고 네 회사가 하반기에 동시에 사람을 뽑습니다. 한화는 대규모 신입을, LIG D&A는 세 자릿수를, KAI는 전 직군 대졸 신입을, 현대로템은 항공우주 분야를 따로 뽑고, 대학과 계약학과를 만드는 곳도 늘었습니다. 10월 1일에는 창원대에서 30여 개 방산 기업이 채용 박람회를 열었습니다. 창원은 방산 대기업과 협력업체가 모여 있는 거점인데, 모자라는 사람은 숙련 생산인력만이 아니라 연구개발, 체계종합, 소프트웨어, 인공지능, 무인체계, 전자전, 품질보증까지 걸쳐 있습니다.
왜 모자라는지는 세 겹입니다. 첫째, 무기체계를 개발해 본 사람 자체가 적습니다. 오래 정부가 유일한 손님이라 사람을 많이 기르지 않은 산업입니다. 둘째, 처우입니다. 국방과학연구소 직원의 평균 연봉이 9,901만 원으로 민간보다 3,000만 원에서 4,000만 원 낮다는 보도가 2024년에 있었습니다. 셋째, 보안입니다. 방산 기술은 국가가 통제하고 보안등급이 붙어 있어 사람이 옮기기도 회사가 데려오기도 다른 산업보다 어렵습니다. 모자라는 사람은 무기 하나를 처음부터 끝까지 엮어 본 체계 엔지니어입니다.
그리고 사람의 자리가 밖으로 옮겨 갑니다. 폴란드 3차 계약의 90대는 폴란드 기업이 조립하고, 무장과 통신과 포탑 구동 등 11개 분야 99개 구성품의 정비 기술이 넘어간다는 보도가 있습니다. 10년 뒤 K2를 만지는 손의 상당수는 폴란드인이고, 한국에 남는 손은 파워팩과 설계의 손입니다. 수요 쪽도 사람이 줄어듭니다. 병역 자원 감소가 무인전투차량과 유무인 복합전투의 가장 큰 이유이고, 플랫폼 기술지도는 그 파급력을 "한 명의 병사가 여러 대의 무인차량을 거느려 전투력을 늘린다"로 적어 두었습니다. 만드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줄어드는 산업에서 무인화는 기술의 선택이 아니라 인구의 결과입니다.
일곱 질문에 답을 쓰고 나니 이 산업의 모양이 보였습니다. 방산은 잔고 100조 원이 쌓여 있지만 그 잔고가 몇 퍼센트짜리 이익이 되느냐는 안에 무엇이 들었느냐가 정하고, 안의 규칙은 이익률을 밖의 규칙은 생산지를 정하며, 쇠와 화약과 힘은 국산화했지만 열과 빛은 아직 남의 것이고, 독일과 겨루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동맹의 안팎이며, 유럽은 공장을 사고 중동은 체계를 사고, 전차와 포의 돈 위에 드론과 소프트웨어의 값이 아직 매겨지지 않은 채 얹혀 있고, 만드는 사람도 쓰는 사람도 줄어드는 산업입니다. 올해 2분기의 1조 7,520억 원은 그 모든 긴장이 폴란드라는 한 나라를 거쳐 한 분기에 도착한 숫자였는지도 모릅니다.
※ 수치는 밸류체인 플랫폼(k-valuechain.com) 저장본(2026년 10월 6일), 한화에어로스페이스·현대로템·한국항공우주·LIG D&A 2026년 2분기 실적 발표(연결), 2026년 보도(방산 4사 2분기 합산 실적, 유럽연합 SAFE 규정과 폴란드 배정액, 폴란드 K2 2차 이행과 3차 계약 윤곽, 캐나다 잠수함 우선협상자 선정, 방산 인력 채용과 창원 채용박람회), 방위사업청 하반기 업무계획, 2024년 방산원가 제도와 국방과학연구소 처우 보도를 대조한 것이며, 산업에 대한 평가는 필자 견해입니다. 투자 판단의 직접 근거가 아닙니다.
작성: 2026. 10. 이알렉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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