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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이브는 분기 처음 1조를 넘었고 JYP는 41% 줄었다, 미디어·콘텐츠 산업에 던진 일곱 질문
스물두 산업에 일곱 질문을 던지고 나서 이번에는 미디어·콘텐츠 차례입니다. 기회와 도전, 규칙, 공급망, 상대, 시장, 미래, 그리고 사람. 섬유·의류에서 안과 밖이 갈렸던 것처럼, 미디어·콘텐츠에서는 신작이 있는 회사와 투어가 있는 회사가 갈립니다. 같은 엔터, 같은 게임이라는 이름 아래 분기 실적이 정반대로 움직입니다.
크래프톤은 2026년 상반기 영업이익 9,725억원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크래프톤 IR, 2026.07.29). 같은 분기 JYP는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41.4% 줄었습니다(JYP 2026년 2분기 공시, 2026.08). 숫자는 각사 2026년 2분기 실적발표,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 문화체육관광부 K-콘텐츠 수출실적을 대조했습니다.
1. 크래프톤과 하이브가 같은 반기에 역대 최고를 쓴 것은 산업이 바뀐 신호인가, 신작과 투어가 겹친 반년인가
크래프톤은 2026년 상반기 매출 2조 6,616억원(+73.3%), 영업이익 9,725억원(+38.3%)으로 반기 기준 역대 최고를 냈습니다. 2분기만 보면 영업이익이 전년 대비 67.0% 늘어 4,109억원입니다(크래프톤 IR, 2026.07.29). 배틀그라운드라는 오래된 IP의 꾸준한 매출에 신작이 더해진 결과입니다.
하이브는 2분기 매출 1조 4,500억원, 영업이익 1,709억원으로 매출·영업이익 모두 분기 기준 역대 최대를 썼습니다. 분기 매출이 처음 1조원을, 영업이익이 처음 1천억원을 넘겼고 영업이익률은 11.8%입니다(하이브 IR, 2026.07.28). 4월부터 시작된 방탄소년단 월드투어로 공연 매출이 6,477억원까지 243% 늘어난 결과입니다.
같은 산업, 다른 그림도 있습니다. SM은 영업이익 529억원으로 11.0% 늘었지만, JYP는 영업이익이 309억 9,800만원으로 41.4% 줄었습니다(각사 2026년 2분기 실적, 2026.08). 컴백과 투어 일정이 그 분기에 없었기 때문입니다. 플랫폼 산업분석은 이 산업을 "게임과 엔터가 신작·투어 사이클을 타고 동반 역대급 실적을 냈지만 개별 기업 간 편차가 뚜렷한 혼재 속 호조"로 적어 두었습니다(밸류체인 플랫폼 산업분석, 2026-10-10 갱신).
신작과 투어만 호황을 설명하는 것은 아닙니다. 넷마블은 2분기 매출 7,492억원, 영업이익 801억원으로 전분기보다 50.8% 늘었습니다. CJ ENM은 매출 1조 2,033억원, 영업이익 334억원으로 16.9% 늘었고 자회사 티빙은 2분기 매출 1,407억원에 영업이익 60억원으로 흑자 전환했습니다(각사 2026년 2분기 실적, 2026.08). 게임과 음악뿐 아니라 플랫폼 쪽도 함께 반등한 반기입니다.
이 실적은 산업 자체가 바뀐 결과라기보다 신작과 투어 일정이 겹친 반년의 결과입니다. 크래프톤의 다음 신작, 하이브의 다음 투어 공백이 언제 오느냐가 같은 폭으로 반대 방향을 가리킬 수 있습니다.
2. 확률형 아이템 규제와 저작권 분쟁은 이 산업의 신뢰를 누구에게 묻는가
2024년 3월 시행된 확률형 아이템 정보공개 의무화는 게임사가 뽑기 확률을 공개하도록 했습니다.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2,000만원 이하 벌금입니다(게임산업법 제45조 관련 보도, 2026). 넥슨은 이 의무에 불복해 행정소송을 냈고 2026년 현재도 재판이 진행 중입니다.
생성형 AI는 다른 쪽에서 규칙을 흔듭니다. AI가 원작자 동의 없이 작품을 학습해 비슷한 그림·영상을 내놓는 데서 생긴 저작권 분쟁이 세계적으로 터지고 있습니다. 웹툰·VFX·음악처럼 창작이 핵심인 회사일수록 자신의 작품이 학습 데이터로 쓰였는지, 자신이 쓴 학습 데이터가 합법적인지 양쪽에서 법적 위험에 노출됩니다.
두 규칙의 무게는 다르게 떨어집니다. 확률형 아이템 규제는 매출 비중이 큰 게임사에, AI 저작권 분쟁은 창작물 자체가 자산인 웹툰·음악·영상 제작사에 더 세게 닿습니다. 넥슨처럼 소송으로 다투는 길을 택한 회사도 있고, 아예 AI 학습 데이터 사용 정책을 공개하는 쪽으로 미리 움직이는 회사도 있습니다.
두 규칙이 공통으로 겨누는 것은 신뢰입니다. 확률형 아이템은 이용자가 돈을 낸 만큼 공정한 확률을 받는지, AI 저작권은 창작자의 몫이 지켜지는지를 묻습니다. 신뢰를 잃으면 매출이 바로 줄어드는 산업이라 소송 하나가 분기 실적 하나보다 오래 남습니다.
3. 배틀그라운드는 한국 것인데 엔진과 클라우드는 왜 남의 것인가
크래프톤의 배틀그라운드, 펄어비스의 레드데저트, 하이브의 위버스는 한국이 만든 IP와 플랫폼입니다. 그런데 그 게임을 돌리는 엔진은 대부분 언리얼엔진이나 유니티이고, 클라우드 게이밍은 지포스나우 같은 해외 인프라에 걸쳐 있습니다.
국내 게임·콘텐츠 기업은 이 라이선스 비용을 고정비로 떠안습니다. 핵심 기술 로드맵도 해외 플랫폼사의 정책 변화에 영향을 받습니다. 콘텐츠의 첫 발견 경로마저 틱톡·유튜브 쇼츠 같은 해외 숏폼 플랫폼의 추천 알고리즘에 걸려 있어 마케팅 비용 구조도 외부 정책에 좌우됩니다.
이 산업이 쥔 것은 IP와 팬덤을 만드는 능력, 그리고 위버스·버블 같은 자체 플랫폼으로 그 팬덤을 직접 수익화하는 구조입니다. 쥐지 못한 것은 그 창작물을 돌리는 엔진과 처음 눈에 띄게 하는 알고리즘입니다.
4. 텐센트와 사우디 국부펀드, 유니버설뮤직 사이에서 한국 콘텐츠는 무엇을 두고 겨루는가
게임 쪽 상대는 세계 최대 퍼블리셔 텐센트입니다. 동시에 국내 게임사의 지분투자자이자 퍼블리싱 파트너이기도 합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국부펀드 기반 Savvy Games Group은 인수와 투자로 글로벌 게임사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고 있어 자본의 크기에서 겨루기 어려운 상대입니다.
음악 쪽 상대는 Universal Music Group과 Sony Music입니다. 이들은 K-팝 아티스트와 글로벌 유통·협업 관계를 맺고 있어 경쟁자이자 파트너입니다. 하이브·SM이 자체 팬 플랫폼(위버스·버블)을 키운 이유가 이 유통망 의존을 줄이려는 데 있습니다.
영상 쪽 상대는 Netflix와 Disney입니다. 둘 다 한국 오리지널에 투자를 이어가며 스튜디오드래곤 같은 국내 제작사의 가장 큰 해외 유통 창구 역할을 합니다. 투자자이면서 동시에 어떤 작품이 만들어질지, 어디서 먼저 공개될지를 쥔 심판이기도 합니다.
겨루는 것은 매출 규모가 아니라 팬덤을 누가 직접 쥐고 있느냐입니다. 자본과 유통망에서는 상대가 훨씬 크지만, 위버스·버블처럼 팬이 직접 머무는 자리를 만든 쪽은 한국이 먼저 갔습니다.
5. K-콘텐츠 수출 149억 달러는 어디서 나오는가, 그리고 다음은 어디로 가는가
2025년 K-콘텐츠 수출은 149억 달러로 역대 최고를 기록했습니다. 정부는 2026년 목표를 200억 달러로, 2030년 목표를 270억 달러로 올려 잡았습니다(문화체육관광부, 2026). 드라마·음악·게임이 고르게 늘었습니다.
영향권도 넓어지고 있습니다. 한류는 원래 아시아 중심이었는데 지금은 북미·유럽·중동·남미까지 번졌습니다(관련 업계 보도, 2026). 펄어비스의 신작은 해외매출 비중이 91%(북미·유럽 75%)에 달합니다(펄어비스 2026년 2분기 실적, 2026.08).
국내 시장도 함께 살아났습니다. CJ CGV는 2분기 영업이익이 115억원으로 1년 전보다 565% 늘었고 국내 관객 수는 2,500만명으로 16% 늘었습니다. 티빙은 같은 분기 흑자로 돌아서 월간활성이용자 970만명을 기록했습니다(CJ CGV·CJ ENM 2026년 2분기 실적, 2026.08). 수출이 늘어나는 동안 국내 소비도 함께 돌아온 반기입니다.
가장 중요한 시장은 더 이상 한 곳이 아닙니다. 북미는 게임과 음반 매출의 중심이고, 중동과 남미는 새로 열리는 땅입니다. 중국은 한한령 이후 접근성이 변수로 남아 있어 시장이자 동시에 위험 요인입니다.
6. 10년 뒤 한국 콘텐츠는 IP를 파는 산업인가, 팬 플랫폼을 파는 산업인가
엔터·플랫폼 쪽 회사들의 2026년 2분기 포지션은 아래 표와 같습니다.
| 기업/구분 | 분야 | 2026년 2분기 실적 | 2026년 이슈 |
|---|---|---|---|
| 하이브(HYBE) | 음악 제작·매니지먼트·팬플랫폼 | 매출 1조 4,500억·영업이익 1,709억원(역대 최대) | 방탄소년단 월드투어 지속, 위버스 해외 아티스트 입점 확대 |
| 에스엠(SM) | 음악 제작·매니지먼트 | 매출 3,496억·영업이익 529억원(+11.0%) | 글로벌 투어·IP 라이선싱 확대 |
| JYP Ent. | 음악 제작·매니지먼트 | 매출 1,831억(-15.1%)·영업이익 310억원(-41.4%) | 컴백·투어 일정 재정비 |
| CJ ENM | 방송·영화드라마·음악·커머스 | 매출 1조 2,033억·영업이익 334억원(+16.9%) | 티빙 흑자 전환, 미디어 부문 수익성 개선 |
| CJ CGV | 극장 운영 | 매출 5,939억·영업이익 115억원(+565%) | 특별관(4DX·SCREENX) 점유율 상승 |
| 네이버웹툰 | 웹툰·웹소설 플랫폼 | 1분기 매출 약 4,692억원, 영업손실 축소 | 나스닥 상장 이후 수익성 개선이 과제 |
2026년 2분기(엔터·CGV) 또는 1분기(네이버웹툰) 공시 기준.
표에서 가장 또렷한 줄은 하이브와 JYP입니다. 같은 음악 제작·매니지먼트 업종인데 투어 일정 하나가 매출을 1조 4,500억원과 1,831억원으로 갈라놓았습니다. 반대로 CJ ENM·CJ CGV·네이버웹툰처럼 여러 작품과 극장·플랫폼을 함께 쥔 회사는 개별 작품의 흥행 여부와 상관없이 완만하게 실적이 돌아섰습니다. IP 하나에 기대는 구조와 플랫폼으로 여러 IP를 받치는 구조의 차이가 이 표에 그대로 드러납니다.
국내 게임산업 매출은 2025년 23조 8,000억원으로 1년 전보다 3.9% 늘었고 세계 시장 점유율은 7.2%로 4위입니다(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 2026.03). 완만하지만 꾸준한 성장입니다.
하이브의 공연 매출 243% 증가, SM·YG의 투어·MD 성장은 콘텐츠를 한 번 팔고 끝내는 게 아니라 팬덤을 플랫폼으로 묶어 반복해서 수익화하는 모델을 보여줍니다. 네이버웹툰도 AI 추천과 유료 콘텐츠로 적자를 줄이는 중입니다(웹툰 엔터테인먼트 실적발표, 2026.05).
광고도 같은 방향으로 갑니다. 국내 광고시장은 약 17조원 규모에서 디지털 광고가 이미 60%를 넘었습니다(업계 보도, 2026). 콘텐츠를 파는 방식이 매체 광고 하나에서 데이터 기반 마케팅과 멤버십으로 옮겨가는 중이라, 10년 뒤 콘텐츠 산업의 돈벌이 구조는 지금보다 더 플랫폼에 가까워질 가능성이 큽니다.
10년 뒤 이 산업의 중심은 신작 하나, 앨범 하나를 파는 것에서 그 IP를 중심으로 모인 팬덤을 위버스·버블 같은 자체 플랫폼에서 반복해서 수익화하는 쪽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큽니다. 다만 그 팬덤을 만드는 신작·아티스트 발굴 자체의 흥행 변동성은 그대로 남습니다.
7. 신작 하나와 투어 하나에 분기 실적이 걸린 산업에서 사람은 어떻게 쓰이는가
게임은 신작 하나의 성패가 분기 실적 전체를 좌우합니다. 펄어비스는 신작 흥행으로 2분기 영업이익이 1년 전보다 7,411.1% 늘었습니다(펄어비스 2026년 2분기 실적, 2026.08). 반대로 신작이 기대에 못 미치면 그만큼 급락할 수 있는 변동성이 개발자와 조직 전체에 그대로 전해집니다.
엔터는 컴백과 투어 일정이 그 변동성의 자리를 대신합니다. JYP의 2분기 영업이익이 41.4% 줄어든 것은 사고가 아니라 그 분기에 컴백·투어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아티스트 개인의 활동 중단이나 일정 변경이 한 분기 이상의 매출 공백으로 이어질 수 있는 구조입니다.
AI 저작권 분쟁은 사람의 자리에도 직접 닿습니다. 웹툰 작가, 음악 세션, VFX 아티스트처럼 창작으로 수익을 버는 사람일수록 자신의 작품이 AI 학습 데이터로 쓰였는지, 그 몫을 받는지가 생계의 문제가 됩니다.
결국 이 산업에서 사람이 쓰이는 방식은 안정적인 고용 곡선이 아니라 흥행과 일정이라는 변수에 따라 오르내리는 곡선을 그립니다. 흥행이 길어질 IP와 아티스트를 어떻게 더 오래 유지하느냐가 이 산업의 다음 10년을 가를 질문입니다.
일곱 질문에 답을 적고 나니 이 산업의 모양이 보였습니다. 미디어·콘텐츠는 신작과 투어 사이클이 겹친 반년에 크래프톤과 하이브가 역대 최고를 썼고 같은 시기 JYP는 41% 줄었으며, 확률형 아이템 소송과 AI 저작권 분쟁이 신뢰를 시험하고, IP와 팬덤은 한국 것인데 엔진과 알고리즘은 남의 것이고, 텐센트의 자본과 유니버설뮤직의 유통망 사이에서 팬덤을 직접 쥐는 쪽을 겨루고, 149억 달러의 수출이 아시아를 넘어 북미·중동·남미로 번지고, 10년 뒤는 IP를 한 번 파는 것에서 팬덤을 반복해서 파는 쪽으로 가는 중이며, 그 사이 사람의 자리는 흥행과 일정이라는 변수에 그대로 흔들립니다.
※ 수치는 각 회사의 2026년 2분기 실적발표(2026.07~08), 한국콘텐츠진흥원 2025 대한민국 게임백서(2026.03), 문화체육관광부 K-콘텐츠 수출실적(2026), 웹툰 엔터테인먼트 실적발표(2026.05), 관련 언론보도(2026.09)를 대조한 것이며, 산업에 대한 평가는 필자 견해입니다. 투자 판단의 직접 근거가 아닙니다.
작성: 2026. 10. 이알렉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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