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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너 톱100-82] 보령 - 탁소텔이 만드는 다음 1조, 현금이 먼저 빠진 이유
밸류체인 플랫폼의 저평가 스크리너 최상위 기업을 순서대로 뜯어보는 연재, 81~90위 구간입니다. 82위 보령(003850). 기준일 2026-08-28, 스크리너 점수 76.9점(저평가 판정)입니다. 가치함정 깃발은 green이지만, 이 회사는 "본업 최대 실적"과 "현금 급감"이 같은 반기보고서에 나란히 적혀 있는 종목입니다.
고혈압약 하나로 1조를 만들고, 남의 오래된 약을 사서 다음을 짓는 회사
보령(구 보령제약)은 국산 15호 신약 '카나브'(피마사르탄, 2010년 허가)로 성장한 전문의약품 회사다. 카나브와 그 복합제 군(카나브 패밀리)은 2025년 매출 1,458억원으로 전체의 16% 안팎을 차지하는 간판이자 현금창출원이다. 두 번째 축은 LBA(Legacy Brands Acquisition) 전략 — 특허가 끝난 글로벌 오리지널 약을 통째로 사 와서 충남 예산캠퍼스(EU-GMP 인증)에서 직접 생산하는 방식이다. 릴리에서 젬자(2020)·자이프렉사(2021)·알림타(2022)의 국내 권리를 샀고, 2026년 6월에는 사노피의 항암제 탁소텔의 글로벌 판권을 인수해 이 전략을 국내에서 해외로 넓혔다. 2024년 매출 1조원 클럽에 들어갔고, 2026년 상반기 매출 순위는 상장 제약사 7위다. 항암제·CDMO·카나브 복합제가 실적을 만들고, 그 옆에 오너 3세 김정균 대표가 밀어붙이는 우주 헬스케어 투자가 있다.
| 연도 | 매출(억원) | 영업이익(억원) | 순이익(억원) |
|---|---|---|---|
| 2022 | 7,605 | 566 | 419 |
| 2023 | 8,596 | 683 | 402 |
| 2024 | 10,171 | 705 | 696 |
| 2025 | 10,174 | 651 | 643 |
3년간 매출이 34% 늘었지만 2025년은 정체(+0.03%)에 영업이익 -8%다. 2025년 하반기부터 카나브 약가인하 충당금을 쌓기 시작한 영향이다. 그런데 2026년 상반기는 매출 5,350억(+8.7%)·영업이익 440억(+21.1%), 반기 기준 역대 최대다. 1분기 영업이익이 +84.7%로 튀었고 2분기는 충당금 81억을 반영해 -6.3%였다. 상반기 순이익 654억은 전년 동기 92억에서 급증한 수치인데, 영업이익 증가폭(약 77억)으로는 설명되지 않아 영업 외 항목의 기여로 보인다 — 그 내역은 반기보고서에서 확인이 필요하다. 시가총액 7,601억으로 플랫폼 산식 PER 7.2배·PBR 0.90배·ROE 12.5%. 피어(제약/바이오) PER 중앙값 13.5배의 절반 수준이다.
왜 스크리너 82위인가
원점수 85.0은 전 종목 순위로도 상위권이며, 정규화를 거치면 76.9점이 된다. 여기에 순환매 감점 -5.0이 붙었다. 제약/바이오 산업의 6개월 수익률 중앙값이 -33.3%로 하위 밴드다 — 반도체 쏠림 장세에서 제약주 전반이 저점을 낮췄고, 스크리너는 "산업 자체가 팔리는 중"을 감점으로 반영한다. 보령 자신은 같은 기간 -12.0%로 업종보다 덜 빠졌다. 여기에 저변동성 가점 +5.0이 얹혔다. 8,000원대 박스권에 1년째 갇힌 주가가 역설적으로 변동성 점수를 올렸다. 두 가점은 상쇄돼 정규화 점수를 움직이지 않았고, 82위는 사실상 정규화 점수(76.9점)의 자리다. 가치함정 green — 실적과 재무 어느 쪽도 급락 신호는 없다는 뜻이지, 아래 리스크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성장 동력 — 사 온 약을 우리 공장에서 만들어 세계에 판다
① 탁소텔, LBA의 글로벌 확장. 사노피의 도세탁셀 오리지널 탁소텔을 최대 1.7억 유로(약 2,796억원, 종결 시 2,566억 + 조건부 230억)에 인수해 2026년 6월 2일 거래를 마쳤다. 한국·중국·독일·스페인 등 19개국과 남미·중동의 판권이다. 6월 한 달 매출이 88억원으로 곧바로 반영됐고, 상반기 수출 131억원은 이미 2025년 연간 수출액을 넘었다. 시장에서는 탁소텔 중심으로 수출이 연 1,000억원 규모로 늘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는데, 회사가 제시한 목표치는 확인되지 않는다. 젬자·알림타·탁소텔 3종의 2분기 합산 매출은 152억(+57.1%), 상반기 항암 부문 매출은 1,305억(+19.5%)으로 역대 최대다. 더 중요한 것은 마진이다. 항암 부문 매출총이익률이 2023년 상반기 29.2%에서 2026년 상반기 38.3%까지 올라왔다 — 사 온 약을 자체 생산으로 옮기면 원가가 내려간다는 LBA 논리가 숫자로 증명되는 구간이다. 공정위 시정조치로 자사 제네릭 디탁셀(연 50억원대)은 매각해야 한다.
② CDMO, 공장이 두 번 돈을 번다. 인수한 브랜드를 예산캠퍼스로 기술 이전해 만들면서 쌓은 세포독성항암제 제조 역량을 수탁생산으로 판다. 대만 로터스와의 알림타 CDMO(2024년 12월 계약)가 2026년 5월 첫 공급을 시작했고, 쥴릭파마와는 2027년부터 필리핀·태국 등 동남아 7개국 공급 계약을 맺었다. 예산캠퍼스는 부지 14.5만㎡·투자 1,600억원 규모로, 2023년 EU-GMP를 받았다. CDMO 매출 규모는 별도로 공개되지 않아 기여도는 아직 추정 단계다.
③ 카나브젯, 특허 만료 뒤의 카나브. 2023년 2월 물질특허가 끝난 카나브를 복합제로 지킨다. 5월 발매한 3제 복합제 카나브젯(피마사르탄+아토르바스타틴 계열)은 초도 물량 37억원, 한 달 만에 점유율 42%(해당 복합제 시장 기준으로 보이며 모수는 확인되지 않는다)를 보고했다. 충당금을 걷어낸 2분기 카나브 패밀리 매출은 469억(+23%)으로 처방 자체는 시장 성장률(4.3%)을 웃도는 7%대 성장이다. 약이 안 팔려서가 아니라 회계 때문에 실적이 눌린다는 뜻이다.
④ 우주, 실적이 아니라 장부의 이야기. 2022년 액시엄 스페이스에 6,000만달러(지분 2.7%), 2024년 12월 인튜이티브 머신스에 1,000만달러, 액시엄과 합작 브랙스스페이스(51:49)까지 우주 지분 장부가는 2026년 6월 말 1,082억원이다. 6월 스페이스X 상장(IPO 750억달러 조달)으로 우주 기업 재평가가 일었고, 보령의 장부가도 반기 동안 145억 늘었다. 다만 액시엄의 우주정거장 첫 모듈 발사는 2024년→2027년→2028년으로 네 차례 밀렸고, 액시엄의 자금난(2024년 감원·임금 삭감)도 보도됐다. 보령이 말하는 "우주정거장에서의 신약 R&D"는 2030년 목표다. 매출을 만드는 신사업이 아니라 회수 시점을 알 수 없는 투자로 보는 것이 정직하다.
주주환원 — 배당은 늘렸지만 정책은 없다
2025년 결산 배당은 주당 160원(총 135억, 전년 대비 +60%), 현 주가 기준 수익률 1.8%다. 2025년 자사주 100만주(1.2%)를 소각했고 이는 창사 이래 최대다. 2026년 6월 약 200억원 자사주 취득을 결정했으나 목적이 '임직원 보상 재원'이라 소각형 환원과는 성격이 다르다. 명문화된 배당정책은 아직 없고, 지배구조 보고서에서도 배당 예측가능성 항목이 미준수로 남아 있다. 2026년 5월 보령홀딩스가 보령파트너스를 합병해 김정균 대표가 홀딩스 지분 51.31%의 최대주주가 됐다 — 의사결정은 빨라졌고, 견제는 주주가 해야 한다.
리스크
카나브 약가 소송. 복지부는 2025년 6월 카나브 계열 9개 품목의 상한금액을 내리는 고시를 냈고, 보령은 집행정지를 받아 아직 옛 약가로 팔고 있다. 2026년 2월 12일 1심에서 졌고 항소심이 진행 중이다. 회사는 분기 80억 안팎, 연 320억원 수준의 충당금을 쌓고 있으며 누적 충당부채는 1분기 말 315억이다. 최종 패소 시 유예된 인하분은 환수 대상이라 이미 쌓은 충당금은 현금 유출로 바뀌고, 이후 카나브 매출은 낮아진 약가로 재편된다. 이기면 충당금이 환입되는 반대 시나리오도 열려 있다. 어느 쪽이든 판결이 실적의 상수 하나를 바꾼다.
현금이 먼저 빠졌다. 현금성자산이 2025년 말 2,276억에서 2026년 6월 약 500억으로 줄었다. 탁소텔 대금이 원인이다. 순차입금은 2,364억으로 전년의 약 3배, 부채비율은 3월 60.5%에서 6월 71%로 올라 2022년 이후 처음 70%를 넘었다. 1년 내 상환할 차입·리스가 약 1,397억이고, 유형자산의 72%가 이미 담보로 잡혀 있다는 보도도 있다. 신용등급은 A(안정적)로 유지됐지만 총차입금/EBITDA가 2024년 1.5배에서 2025년 3.0배로 올랐고, 신평사는 "신규 LBA와 신사업 지분투자의 비경상적 자금부담"을 감시 항목으로 적었다. 탁소텔이 계획대로 연 수백억의 현금을 벌어 주면 풀리는 구조이고, 그렇지 못하면 다음 LBA나 우주 투자의 재원은 또 외부 조달이 된다. 2024년 11월 보령홀딩스 대상 1,750억 제3자배정 유상증자와 보령바이오파마 매각(3,200억)이 이번 인수의 밑천이었다는 점을 기억할 것.
본업 R&D의 얇음. 2024년 매출 대비 R&D 비중 5.1%는 상장 제약사 평균(9.1%)의 절반이다. 자체 항암 신약 BR2002가 국내 2상이지만 그 뒤 후보물질은 5년째 발굴 단계라는 지적이 있다. LBA는 남의 약의 남은 수명을 사는 전략이라, 새 약을 계속 사 올 현금이 곧 성장의 조건이 된다. 카나브 해외 수출도 10년간 계약 1,693억 중 실제 수령은 302억(17.9%)에 그쳐, "글로벌 보령"의 첫 시도는 아직 숫자가 되지 못했다.
종합
보령은 PER 7배·PBR 0.9배의 1조 제약사이고, 2026년 상반기는 그 밸류에이션이 실적 부진 때문이 아님을 보여줬다. 시장이 매기는 할인의 정체는 세 가지다 — 결과를 알 수 없는 약가 소송, 탁소텔에 현금을 다 쓴 뒤의 차입 구조, 그리고 회수 시점이 없는 우주 투자. 앞의 둘은 2026~2027년 안에 답이 나온다. 확인할 것: (1) 탁소텔의 분기 매출이 6월 한 달 88억의 연장선에서 자리 잡는지와 하반기 순차입금이 줄기 시작하는지, (2) 카나브 약가 항소심 판결과 그에 따른 충당금 환입·환수 방향, (3) 2027년 쥴릭파마 공급 개시 등 CDMO가 별도 매출로 공시되는지. 이 셋이 확인되기 전까지 우주는 이 종목의 논지에서 빼고 보는 것이 맞다.
이 글은 밸류체인 플랫폼의 스크리너 판정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판정 근거와 실시간 수치는 플랫폼 기업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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