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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산량이 15% 줄어든 반년에 이익이 두 배가 됐다, 노루페인트의 2026년 상반기
값을 올려 받는다는 것은 물건을 파는 사람에게 가장 어려운 일에 속한다. 사는 쪽이 다른 데로 가 버릴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대부분의 회사는 원가가 올라도 한동안은 참는다. 참다가 이익률이 깎이고, 깎인 채로 한 해가 지나가고, 그러고 나서야 조심스럽게 값을 올린다. 올해 봄 페인트 회사들이 그 어려운 일을 한꺼번에 했다. 유가가 뛰자 3월에 신나류 값을 절반 넘게 올리겠다고 했고, 4월에는 업계 1위가 동결을 택하자 나머지가 인상 폭을 줄였다. 그 소동이 반년치 장부에 어떻게 찍혔는지, 나는 노루페인트의 반기보고서를 펴 놓고 한 줄씩 읽어 보기로 했다. 8월 14일에 나온 보고서다.
숫자부터 보자
2분기 매출은 2,299억원으로 1년 전 같은 분기보다 2.5% 늘었다. 그 정도면 페인트 회사의 매출로는 평범한 숫자다. 평범하지 않은 것은 그 아래 줄이다. 영업이익이 139억원에서 243억원으로 1.7배가 됐고, 순이익은 57억원에서 186억원으로 3.3배가 됐다. 분기 영업이익률 10.6%. 이 회사가 지난 4년 동안 연간으로 한 번도 닿아 본 적 없는 숫자다.
| 분기 | 매출(억원) | 영업이익 | 이익률 | 순이익 |
|---|---|---|---|---|
| 2025년 2분기 | 2,244 | 139 | 6.2% | 57 |
| 3분기 | 1,950 | 88 | 4.5% | 80 |
| 4분기 | 1,795 | 23 | 1.3% | -6 |
| 2026년 1분기 | 1,762 | 82 | 4.7% | 69 |
| 2분기 | 2,299 | 243 | 10.6% | 186 |
출처: 플랫폼 재무 원장(연결, 분기). 억원 미만 반올림.
다섯 분기를 나란히 놓으면 모양이 보인다. 지난해 4분기에 영업이익이 23억원까지 주저앉고 순이익은 적자였다. 그 바닥에서 두 분기 만에 243억원이다. 반기로 묶으면 매출 4,062억원에 영업이익 323억원, 1년 전 188억원의 72.1% 증가. 회사가 보고서에 직접 적은 숫자다.
| 연결 (억원) | 2025년 상반기 | 2026년 상반기 | 증감 |
|---|---|---|---|
| 매출 | 3,966 | 4,062 | +2.4% |
| 매출총이익 | 828 | 943 | +13.9% |
| 판매관리비 | 640 | 621 | -3.0% |
| 영업이익 | 188 | 323 | +72.1% |
| 순이익 | 91 | 254 | +179.1% |
출처: 노루페인트 2026 반기보고서(연결). 증감은 전년 반기 대비.
표를 보면 이익이 어디서 왔는지가 대강 드러난다. 매출은 2.4% 늘었는데 매출총이익은 13.9% 늘었다. 매출총이익률로 치면 20.9%에서 23.2%다. 판매관리비는 오히려 3.0% 줄었다. 그러니까 더 많이 판 것이 아니라 같은 것을 더 비싸게 팔고 살림을 조금 줄였다는 뜻이다. 금융 쪽도 거들었다. 금융수익이 17억원에서 42억원으로 늘고 금융원가는 38억원에서 26억원으로 줄어, 순이익은 영업이익보다 더 가파르게 늘었다.
연간으로 늘어놓으면 이 반기가 어디쯤 서 있는지 보인다. 매출은 4년째 7,000억원대 후반에서 제자리인데, 이익률은 3%대와 5%대 사이를 오갔다. 그 눈금 위에 8.0%가 놓인 것이다.
| 연결 | 매출(억원) | 영업이익 | 이익률 | 순이익 |
|---|---|---|---|---|
| FY2022 | 7,471 | 264 | 3.5% | 116 |
| FY2023 | 7,804 | 427 | 5.5% | 279 |
| FY2024 | 7,939 | 440 | 5.5% | 352 |
| FY2025 | 7,711 | 303 | 3.9% | 165 |
| 2026년 상반기 | 4,062 | 323 | 8.0% | 254 |
출처: 플랫폼 재무 원장(FY2022~FY2025 연결) + 2026 반기보고서.
더 비싸게 팔았다는 증거
반기보고서에는 사용처별로 킬로그램당 얼마에 팔았는지가 적혀 있다. 이 표가 이번 반기의 거의 모든 것을 설명한다.
| 품목 | 매출 비중 | kg당 판가(당반기) | 1년 전 | 변동 |
|---|---|---|---|---|
| 건축용 | 42.9% | 3,307 | 2,822 | +17.2% |
| 공업용 | 18.7% | 5,587 | 5,228 | +6.9% |
| 자동차보수용 | 8.1% | 9,414 | 9,899 | -4.9% |
| PCM강판용 | 18.9% | 5,711 | 5,639 | +1.3% |
| 기타(인테리어·방수) | 11.4% |
출처: 노루페인트 2026 반기보고서(연결), 주요 제품 현황·가격변동추이. 매출 비중은 내부거래 차감 전 단순합계 기준. 단순평균가격이라 제품 믹스의 영향이 섞일 수 있다.
건축용 도료의 값이 1년 사이 17.2% 올랐다. 이 회사 매출의 42.9%가 건축용이니 이 한 줄이 반기 실적의 무게중심이다. 공업용도 6.9% 올려 받았다. 자동차보수용만 4.9% 내렸는데, 이쪽은 킬로그램에 9,414원을 받는 세계라 건축용의 세 배 값이고, 값이 조금 내려도 마진의 결이 다르다.
물론 원가도 올랐다. 같은 보고서의 원재료 매입가다.
| 원재료 | kg당 매입가(1년 전) | 당반기 | 변동 |
|---|---|---|---|
| 수지 | 3,422 | 3,723 | +8.8% |
| 안료 | 1,362 | 1,528 | +12.2% |
| 용제 | 1,406 | 1,744 | +24.0% |
| 첨가제 | 3,197 | 3,724 | +16.5% |
출처: 노루페인트 2026 반기보고서(연결), 주요 원재료 가격변동추이. 단순평균가격 기준.
수지가 8.8%, 안료가 12.2%, 용제는 24.0%. 보고서는 그 사정을 담담하게 적어 놓았다. 상반기에 미국과 이란 사이의 군사적 긴장이 높아지고 호르무즈 해협이 막히면서 유가와 납사 값이 단기간에 뛰었고, 6월에 휴전 양해각서가 체결되고서야 유가와 환율이 안정을 찾았다는 것이다. 페인트는 원재료가 제조원가의 중심인 배합 산업이라 이런 반년은 보통 이익률이 깎이는 반년이다. 그런데 이 회사는 원가가 오르는 속도보다 판가를 더 빨리 올렸다. 건축용 17.2% 인상이 수지 8.8% 인상을 덮고도 남았다. 이 산업의 이익률은 언제나 원가와 판가 사이의 시차 싸움인데, 이번 반년은 드물게 판가가 이긴 반년이었다.
그 대신 잃은 것
값을 올리면 물량을 잃는다. 이 회사도 그랬다. 생산실적 표를 보면 그 대가가 톤 단위로 적혀 있다.
| 부문 (톤) | 2025년 상반기 생산 | 2026년 상반기 | 변동 | 가동률 |
|---|---|---|---|---|
| 건축·공업용 도료 | 77,815 | 66,274 | -14.8% | 89.3% |
| PCM 도료 | 5,509 | 6,126 | +11.2% | 134.8% |
출처: 노루페인트 2026 반기보고서, 생산능력·생산실적·가동률. 가동률은 당반기 생산능력 대비.
건축·공업용 도료의 반기 생산량이 77,815톤에서 66,274톤으로 14.8% 줄었다. 그런데 매출은 늘었다. 이 두 숫자를 겹쳐 보면 회사가 한 일이 무엇인지 분명해진다. 덜 만들고 덜 팔되 비싸게 팔았다. 4월에 업계 1위 KCC가 인상을 철회하고 동결로 돌아섰을 때 거래처 일부가 그쪽으로 옮겨 갔다는 보도가 있었는데, 그 이동이 이 톤 수에 들어 있을 것이다. 물량을 내주고 값을 지킨 쪽과 값을 내주고 물량을 지킨 쪽. 어느 쪽이 옳았는지는 하반기가 말해 줄 텐데, 적어도 상반기 장부는 값을 지킨 쪽의 손을 들어 줬다.
PCM 도료는 반대다. 생산량이 11.2% 늘어 가동률이 134.8%다. 설비의 정격 능력보다 더 돌렸다는 뜻이다. 컬러강판에 입히는 이 도료는 계열사 노루코일코팅을 통해 나가는데, 5월에 올해 치 공급계약 816억원이 공시됐다. 지난해 연결 매출의 10.6%, 물량으로 18,781톤이다. 계열사 사이의 계약이라 시장 가격의 검증은 약하지만, 건축이 흔들릴 때 바닥을 받쳐 주는 두 번째 다리가 있다는 것은 분명하다.
부문으로 가르면
| 부문 (억원, 반기) | 매출 | 영업이익 1년 전 | 영업이익 당반기 | 이익률 |
|---|---|---|---|---|
| 건축·공업용 도료 등 | 3,249 | 102 | 234 | 7.2% |
| PCM 도료 등 | 812 | 85 | 89 | 11.0% |
출처: 노루페인트 2026 반기보고서(연결), 영업부문 주석. 매출은 부문 간 거래 차감 후.
건축·공업용 부문의 영업이익이 102억원에서 234억원으로 2.3배가 됐다. 이익률 3.2%가 7.2%가 된 것이다. PCM 부문은 85억원에서 89억원으로 조용히 늘었고 이익률은 11.0%로 여전히 건축 쪽보다 높다. 이번 반기의 도약은 오로지 건축·공업 부문에서 나왔다. 그리고 그 부문의 이익은 판가 인상이라는 한 가지 결정에 기대고 있다. 한 번의 결정이 만든 이익은 한 번의 결정으로 사라질 수도 있다. 그것이 이 실적을 읽을 때 마음 한쪽에 두어야 할 유보다.
장부의 뒷면
이익이 늘었다고 현금이 그만큼 들어온 것은 아니다. 재무상태표의 몇 줄이 그것을 말해 준다.
| 연결 (억원) | 2025년 말 | 2026년 6월 말 | 증감 |
|---|---|---|---|
| 매출채권 | 1,314 | 1,677 | +363 |
| 재고자산 | 799 | 1,048 | +249 |
| 현금및현금성자산 | 1,118 | 1,054 | -64 |
| 차입금과 사채 | 687 | 951 | +264 |
| 자본총계 | 4,160 | 4,365 | +205 |
출처: 노루페인트 2026 반기보고서(연결). 차입금과 사채는 유동·비유동 합계.
매출채권이 363억원, 재고가 249억원 늘었다. 합쳐서 612억원이 아직 거래처의 어음과 창고 안에 있다. 반기 순이익 254억원에 대해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56억원이었다. 값을 올리면 채권도 같은 비율로 부풀고, 원가가 오르면 같은 양의 재고도 더 비싸진다. 그러니 이 숫자 자체는 이상하지 않다. 다만 회사는 그 사이 차입을 250억원 늘렸고, 단기금융상품에 352억원을 넣었고, 배당으로 82억원을 내보냈다. 설비투자는 27억원에 그친다. 벌어들인 돈이 공장이 아니라 예금과 배당과 운전자본으로 갔다는 뜻이다. 성장의 그림이라기보다 지키는 그림이다.
플랫폼의 판정이 바뀐 날
이 회사에 관해 내가 처음 눈치챈 것은 실적이 아니라 판정이었다. 이 플랫폼의 저평가 스크리너는 상장사 약 1,500곳을 매일 같은 자로 재는데, 9월 4일까지 노루페인트는 65.6점으로 적정 구간에 있었다. 9월 7일 배치에서 79.5점이 됐다. 저평가 판정선 67.3점을 훌쩍 넘어 전체 1,490곳 중 55위다.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2분기 실적이 최근 12개월 이익에 합산되면서 주가수익비율이 4.9배로 내려앉았을 뿐이다. 최근 12개월 순이익 약 328억원에 시가총액 1,606억원. 그 4.9배는 화학 업종 중앙값 8.2배의 절반을 조금 넘는 값이고, 주가순자산비율은 0.39배다.
점수의 나머지는 이렇게 구성된다. 월 변동성이 6.2%로 유니버스 하위 7%에 드는 조용한 주식이라 저변동성 가점 5.2점이 붙었고, 화학 업종의 6개월 순환매는 중간 구간이라 가감이 없다. 밸류트랩 점검은 초록이다. 다만 이 판정은 이번 주에 바뀐 판정이다. 플랫폼은 판정이 몇 주째 같은지도 같이 적는데 이 종목은 1주째다. 새 판정은 아직 확신이 아니라 관찰의 시작이다.
주가는 이 실적에 어떻게 반응했을까. 반기보고서가 나온 8월 14일 종가가 7,850원, 6월 말이 7,320원, 9월 7일이 8,030원이다. 3개월 수익률 12%. 그런데 연초 대비로는 아직 5.5% 아래다. 지난 1년의 밴드가 7,000원에서 9,190원 사이인데 지금은 그 중간쯤이다. 시장은 이 반기를 아직 절반만 믿고 있다.
배당이라는 약속
지난해 결산 배당은 보통주 1주에 400원이었다. 그 전해 350원, 그 전전해 325원. 순이익이 반토막 난 해에도 배당을 올렸으니 배당성향이 49.7%까지 갔다. 지금 주가로 나누면 5.0%다. 회사는 4월에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면서 스스로를 세법상 고배당기업으로 분류했다. 열아홉 해 연속 결산배당을 해 온 회사가 이제 그것을 제도 안에서 약속한 셈이다. 이번 상반기의 이익이 하반기에도 이어진다면 배당은 지키기 쉬워지고, 이어지지 않더라도 회사는 이미 어려운 해에 배당을 올려 본 이력이 있다.
떠나지 않는 사람들
6월 말 기준 직원은 786명, 평균 근속은 12년 7개월이다. 반기 동안 1인당 급여는 4,219만원이었다. 786명이 반년에 4,062억원을 팔았으니 한 사람이 5.2억원을 판 셈이고, 영업이익으로는 한 사람에 4,109만원이다. 12년을 넘게 다니는 사람들이 만드는 회사는 대체로 갑자기 좋아지지도 갑자기 나빠지지도 않는다. 이번 반기의 도약이 이례적으로 보이는 것은 그래서다.
지배구조는 단순하다. 지주회사 노루홀딩스가 50.5%를 쥐고 있고 특수관계인을 합치면 52.22%다. 한영재 회장과 아들 한원석 사장이 등기이사로 있고, 대표이사는 올해 3월 노루오토코팅 대표를 지낸 김종우 사장으로 바뀌었다. 6월과 7월에는 계열사 디어스아이가 장내에서 주식을 조금씩 사 모았다는 신고가 여섯 번 올라왔다. 금액으로는 1억원 남짓한 작은 매수라 신호라기보다 습관에 가깝지만, 파는 쪽이 아니라 사는 쪽이라는 것은 적어 둘 만하다.
하반기에 볼 것
셋이다. 첫째, 물량이 돌아오는가. 값을 지키느라 내준 15%의 생산량이 하반기에 얼마나 회복되는지가 이 실적이 한 번의 사건인지 새 수준인지를 가른다. 둘째, 판가가 버티는가. 6월 이후 유가와 환율이 내려앉았으니 거래처들은 인하를 요구할 것이고, 원가가 내리는 국면에서 판가를 얼마나 늦게 내리느냐가 다음 반기의 이익률이다. 셋째, 채권과 재고가 현금으로 돌아오는가. 612억원이 연말 장부에서 얼마나 현금 줄로 옮겨 가 있는지 보면 된다.
페인트는 마르고 나면 잊히는 물건이고, 페인트 회사는 대체로 잊힌 채로 지낸다. 그 잊힌 자리에서 이 회사는 올해 봄 값을 올리기로 했고, 그 결정 하나가 반년치 이익을 두 배로 만들었다. 결정은 이미 내려졌다. 남은 것은 그 결정이 얼마나 오래 가느냐를 지켜보는 일뿐이다.
※ 재무 수치는 노루페인트 2026 반기보고서(연결)와 플랫폼 재무 원장에서 조회한 값이며, 판정은 2026년 9월 7일 저장본 기준입니다. 사업 서술 일부는 공개 자료 기반 필자 견해입니다.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판단을 제공하지 않으며 투자 권유가 아닙니다.
작성: 2026. 9. 이알렉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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