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기아 글로벌 3위의 진짜 힘은 전환에 성공한 부품 숨은 강자들에 있다

현대차·기아가 글로벌 3위권까지 올라서는 동안, 스포트라이트는 늘 완성차 브랜드가 가져갔다. 하지만 차를 실제로 굴러가게 만드는 건 수천 개 부품의 조합이고, 그 조합을 책임지는 협력사들의 경쟁력이 없으면 이 순위는 오래 못 간다. 특히 지금은 내연기관의 익숙한 질서가 무너지고, 전기차와 SDV로 무게중심이 이동하는 시기다. 배기, 엔진 냉각, 기계식 부품에 강했던 회사가 열관리, 전장, 전력반도체, 소프트웨어 친화 부품으로 갈아타느냐 못 가느냐. 여기서 향후 10년의 판도가 갈린다.

지금 자동차 부품 산업에서 가장 중요한 질문은 누가 내연기관 부품의 쇠퇴를 전동화·전장 콘텐츠 확대로 뒤집고 있느냐다. 흥미로운 건 위기처럼 보이는 변화가 어떤 회사에는 오히려 기회라는 점이다. 배기시스템 회사가 수소연료전지 분리판과 ICCU로 넘어가고, 서모스탯 강자가 전동식 열관리 밸브로 확장하며, 차체 부품사가 핫스탬핑 경량화로 전기차 시대 존재감을 키운다. 같은 자동차 부품사라도 체질 전환의 속도와 방향이 완전히 다르다. 결국 시장은 묻는다. 과거 납품 실적이 아니라, 미래 차 한 대에 얼마나 더 비싼 부품을 넣을 수 있느냐고.

전동화·열관리 — 엔진이 사라진 자리 (6개사)

전기차에서 엔진은 사라져도 열은 사라지지 않는다. 오히려 배터리와 실내, 전력계통을 정교하게 다뤄야 하니 열관리는 더 중요해졌다. 이 지점에서 우리산업과 인지컨트롤스가 눈에 들어온다. 우리산업은 전기차 PTC히터와 HVAC 액추에이터에서 국내 1위·글로벌 상위권으로 꼽히는 회사다. 엔진 폐열이 줄어든 전기차에서 PTC히터의 존재감은 커질 수밖에 없다. 인지컨트롤스는 서모스탯 국내 85%+라는 압도적 기반 위에서 전동식 서모스탯과 냉각수 멀티밸브로 전기차 열관리로 확장하고 있다. 내연기관 시대의 강점이 전동화 시대의 입장권이 되는 드문 사례다.

전동화 전환의 1차 승자는 엔진 부품을 버린 회사가 아니라 열관리와 경량화로 의미를 다시 만든 회사들이다. SJG세종은 더 상징적이다. 배기시스템 국내 1위라는 정체성에서 출발했지만, 수소연료전지 분리판과 ICCU 같은 전동화 부품으로 방향을 틀고 있다. 배기 회사가 배터리·수소 시대로 넘어갈 수 있느냐는 질문에 직접 답하는 셈이다. 차체 쪽에서는 명신산업이 초고장력 경량화 핫스탬핑으로 2017년부터 테슬라에 공급해왔고, 성우하이텍은 차체와 핫스탬핑, 그리고 국내 사실상 독점 수준의 범퍼레일을 바탕으로 현대·기아는 물론 VW·BMW까지 고객 저변을 갖췄다. 화신도 섀시 부품인 서브프레임·컨트롤암에서 배터리케이스로 확장하고 있다. 전기차는 무거워졌고, 그래서 가벼운 차체와 구조 부품의 가치가 더 커졌다. 엔진이 빠진 자리를 누가 채우는지, 답은 생각보다 명확하다.

기업주력
우리산업전기차 PTC히터·HVAC 액추에이터(국내 1위·글로벌 상위)·전장부품
인지컨트롤스서모스탯 국내 85%+ + 전동식 서모스탯·냉각수 멀티밸브로 전기차 열관리 확장
SJG세종(구 세종공업)배기시스템 국내 1위 → 수소연료전지 분리판·ICCU 등 전동화 부품 전환
명신산업차체 핫스탬핑(초고장력 경량화) — 2017년부터 테슬라 공급
성우하이텍차체·범퍼레일(국내 사실상 독점)·핫스탬핑 — 현대·기아·VW·BMW
화신섀시(서브프레임·컨트롤암) — 전기차 배터리케이스로 확장

전장·차량 반도체 — 소프트웨어 차의 두뇌 (5개사)

SDV 시대의 핵심은 하드웨어를 없애는 게 아니라, 하드웨어의 중심을 바꾸는 데 있다. 그 중심에는 차량용 반도체와 전장 부품이 있다. 텔레칩스는 차량용 인포테인먼트 AP인 돌핀 시리즈를 앞세운 팹리스로, 현대차·기아에 공급하고 있다. 차량 디스플레이와 인포테인먼트가 커질수록 AP의 중요성은 더 올라간다. 넥스트칩은 ADAS 영상처리 ISP를 양산했고, 자율주행 SoC 아파치는 상용화 단계다. 말 그대로 소프트웨어 차의 눈과 두뇌를 받치는 반도체 축이다.

완성차의 SDV 전환이 실제 매출로 번역되는 지점은 차량용 AP와 ADAS SoC, 전력반도체를 쥔 부품사들이다. 아이에이는 차량용 전력반도체 IGBT와 파워모듈을 자회사 트리노테크놀로지를 통해 양산하고 있다. 전동화에서 전력반도체는 피해 갈 수 없는 핵심 부품이다. 모트렉스는 자동차 인포테인먼트와 디지털 콕핏 기업인데, IVI 매출 비중이 약 82%에 이른다. 사업의 중심이 어디에 있는지 숫자가 말해준다. 켐트로닉스는 전장, ADAS 서라운드뷰, 디스플레이 식각 소재의 3개 사업부를 갖고 있어 자동차 한 영역만 보는 회사와는 결이 다르다. 소프트웨어 차라고 해서 소프트웨어만 보겠다면 반쪽짜리 해석이다. 실제로 돈이 붙는 건 칩, 전장 모듈, 콕핏 하드웨어다. 그걸 만드는 회사들이 조용히 몸값을 높이고 있다.

기업주력
텔레칩스차량용 인포테인먼트 AP(돌핀 시리즈) 팹리스 — 현대차·기아 공급
넥스트칩ADAS 영상처리 ISP 양산 + 자율주행 SoC(아파치) 상용화 단계
아이에이차량용 전력반도체(IGBT·파워모듈) — 자회사 트리노테크놀로지 양산
모트렉스자동차 인포테인먼트·디지털 콕핏(IVI 매출 ~82%)
켐트로닉스전장·ADAS(서라운드뷰)·디스플레이 식각 소재 — 3개 사업부

센서·광학·배선 — 차의 눈과 신경 (5개사)

자율주행과 ADAS를 말하면서 센서를 빼면 공허하다. 카메라모듈, 렌즈, 램프, 하네스는 차가 보고 판단하고 명령을 전달하는 기본 신경망이다. 엠씨넥스는 차량용 카메라모듈 국내 1위·글로벌 5위다. 다만 매출 다수는 모바일에서 나온다는 점은 함께 봐야 한다. 자동차 쪽 경쟁력은 분명하지만, 순수 자동차 부품사로 읽기엔 포트폴리오의 색이 다르다. 세코닉스는 차량용 카메라 렌즈 글로벌 2위에 차량용 램프 광학까지 갖췄다. 카메라가 많아질수록 렌즈의 정밀도와 양산 역량은 더 중요해진다.

차량 센서 시대의 실질적 강자는 카메라와 광학, 그리고 고전압 배선을 동시에 이해하는 회사들이다. 에스엘은 자동차 헤드램프 국내 1위로 점유율이 약 67%에 이르고, 글로벌 5~6위권이다. 램프는 더 이상 단순한 외장 부품이 아니다. 시인성과 디자인, 전장화가 겹치는 영역이다. 배선 쪽에서는 유라코퍼레이션이 와이어링 하네스와 고전압 전장, 충전커플러 등을 다루며 세계 6위권으로 평가되고, 경신은 국내 과점 3사인 유라·경신·THN 중 유력 선두권이다. 전기차로 갈수록 고전압 배선의 중요성은 커진다. 눈에 잘 안 보인다고 덜 중요한가. 오히려 반대다. 차 안의 모든 전기적 신호와 전력을 이어 붙이는 쪽이야말로 마지막까지 남는 필수 부품이다.

기업주력
엠씨넥스차량용 카메라모듈 국내 1위·글로벌 5위(단, 매출 다수는 모바일)
세코닉스차량용 카메라 렌즈 글로벌 2위·차량용 램프 광학
에스엘(SL)자동차 헤드램프 국내 1위(~67%)·글로벌 5~6위권
유라코퍼레이션와이어링 하네스·고전압 전장(충전커플러 등) — 세계 6위권(비상장)
경신와이어링 하네스 — 국내 과점 3사(유라·경신·THN) 중 유력 선두권(비상장)

섀시·제동·의장·소재 — 달리고 멈추는 기본기 (6개사)

전기차와 SDV가 화려해 보여도, 자동차의 기본기는 여전히 달리고 멈추고 버티는 능력이다. 평화정공은 도어 힌지·래치·체커 분야의 국내 대표 업체로, 현대·기아와 공동특허도 다수 보유하고 있다. 문이 잘 열리고 닫히는 문제를 사소하게 볼 수는 없다. 매일 수십 번 체감하는 품질이고, 안전과 직결된다. 대원강업은 현가 스프링 국내 1위이자 국내 유일 종합 스프링 메이커이며 시트 사업도 한다. 상신브레이크는 브레이크 패드·라이닝, 즉 마찰재에서 국내 점유율 1위다. 전동화가 와도 차는 결국 멈춰야 한다.

자동차 산업이 아무리 미래로 달려도 마지막 경쟁력은 기초 부품의 신뢰성과 소재 기술에서 갈린다. DY덕양은 콕핏 모듈, 크래시패드, 도어트림을 맡는 의장 부품사다. 운전자가 가장 오래 마주하는 실내 공간의 완성도를 책임진다. 소재 쪽으로 가면 더 흥미롭다. HS효성첨단소재는 PET 타이어코드 세계 1위로 점유율이 약 50%에 달하고, 탄소섬유와 아라미드도 보유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에어백 쿠션, 타이어코드 세계 2위, 아라미드 국내 1위다. 겉으로는 전통 소재 업체처럼 보여도, 실제로는 안전과 경량화, 내구성의 핵심 축이다. 배터리와 반도체만 미래 산업이라고 믿는다면 자동차를 너무 평면적으로 보는 셈이다.

기업주력
평화정공도어 힌지·래치·체커 — 현대·기아 공동특허 다수, 국내 대표 도어부품
대원강업현가 스프링 국내 1위 — 국내 유일 종합 스프링 메이커 + 시트
상신브레이크브레이크 패드·라이닝(마찰재) 국내 점유율 1위
DY덕양(구 덕양산업)콕핏 모듈·크래시패드(인스트루먼트 패널)·도어트림
HS효성첨단소재PET 타이어코드 세계 1위(~50%)·탄소섬유·아라미드
코오롱인더스트리에어백 쿠션·타이어코드(세계 2위)·아라미드(국내 1위)

앞으로 무엇을 볼 것인가

앞으로 부품사 평가 기준은 더 냉정해질 것이다. 과거에 무엇을 잘했는지가 아니라, 사라지는 부품 매출을 무엇으로 대체하느냐가 핵심이다. 우리산업의 PTC히터, 인지컨트롤스의 전동식 서모스탯과 냉각수 멀티밸브, SJG세종의 수소연료전지 분리판과 ICCU, 화신의 배터리케이스 확장처럼 내연기관 유산을 전동화 콘텐츠로 바꾸는 회사는 살아남는 정도가 아니라 오히려 대당 부품값을 키울 수 있다. 명신산업과 성우하이텍의 경량화 차체도 마찬가지다. 전기차는 구조적으로 더 무겁고, 그래서 경량화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다음 판의 승부처는 SDV와 전력반도체, 그리고 전동화로 재해석된 기존 부품의 콘텐츠 확대다. 텔레칩스, 넥스트칩, 아이에이 같은 전장·반도체 축은 완성차의 소프트웨어 경쟁력을 현실의 하드웨어로 바꾸는 회사들이다. 동시에 유라코퍼레이션과 경신 같은 하네스, 에스엘과 세코닉스 같은 광학, HS효성첨단소재와 코오롱인더스트리 같은 소재 강자도 놓치기 어렵다. 자동차는 한 번에 바뀌지 않는다. 하지만 부품사는 이미 바뀌고 있다. 현대차·기아의 다음 10년을 보려면 완성차 공장보다 이들 협력사의 포트폴리오 변화를 먼저 봐야 한다. 진짜 수혜가 어디에 쌓이는지, 거기에 답이 있다.

※ 본 글은 공개 자료를 웹 검증해 사명·주력사업·시장지위를 정리한 것이며, 일부 평가는 필자 견해입니다. 투자 판단의 직접 근거가 아닙니다.

작성: 2026. 7. 이알렉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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