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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너 톱700-664] 한국토지신탁 - 본업은 적자, 이익은 계열사에서 온다
밸류체인 플랫폼의 저평가 스크리너를 순서대로 뜯어보는 연재, 661~670번 구간입니다. 664번 한국토지신탁(034830). 기준일 2026-08-28, 스크리너 점수 52.3점 — 저평가 컷(67.2점)에 14.9점 모자란 '적정' 판정입니다. 저평가가 아니고, 컷에서 상당히 먼 자리입니다. 여기에 가치함정 경고 깃발(red)까지 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중심은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사업의 실체와 리스크입니다.
건설사가 아니라, 인가받은 신탁회사다
플랫폼은 이 회사를 '건설' 라벨, '부동산' 산업으로 분류하고 있다. 먼저 바로잡을 것은 이것이다. 한국토지신탁의 등록 업종은 신탁업 및 집합투자업이다. 아파트를 짓는 회사가 아니라, 땅 주인을 대신해 개발사업의 시행자가 되어 주고 수수료를 받는 금융회사다. 매출로 잡히는 것은 공사 도급액이 아니라 신탁보수와 신탁계정대에서 나오는 금융수익이다. 손익도 건설사처럼 움직이지 않는다.
1996년 한국토지공사(현 LH) 자회사로 세워진 국내 1호 부동산신탁사이고, 2016년 7월 코스피에 상장했다. 오래된 주력은 차입형 토지신탁 — 회사가 직접 사업비를 조달해 넣고 분양 성과를 가져가는, 신탁사 중 가장 위험을 많이 지는 방식이다. 이 회사가 업계 1위를 지켜온 자리이자, 지금 재무제표를 무겁게 만든 자리이기도 하다. 최근 몇 년은 무게중심을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과 리츠 운용으로 옮기는 중이다.
지배구조도 특이하다. 최대주주는 반도체 본딩와이어 회사 엠케이전자(직접 지분과 완전자회사 엠케이인베스트먼트 보유분을 합쳐 35%대)이고, 한국토지신탁 아래로 동부건설과 HJ중공업이 이어진다. 차정훈 회장이 이 사슬 전체를 실질적으로 지배한다. 뒤에 나올 손익 이야기가 여기서 시작된다.
| 연도 | 매출(억원) | 영업이익(억원) | 순이익(억원) |
|---|---|---|---|
| 2022 | 2,129 | 533 | 241 |
| 2023 | 2,701 | 312 | -84 |
| 2024 | 2,363 | 339 | -165 |
| 2025 | 1,844 | -209 | 210 |
표를 세로로 훑으면 이상한 점이 바로 보인다. 2024년은 영업이익 339억인데 순손실 165억이고, 2025년은 영업손실 209억인데 순이익 210억이다. 두 해 모두 영업단과 순이익의 부호가 반대다. 회사는 2025년 흑자전환의 이유로 관계기업인 HJ중공업과 동부건설의 당기순이익 증가를 들었다. 즉 지분법 손익이 본업의 부호를 뒤집는 구조다. 분기로 보면 더 선명하다 — 2025년 3분기 순손실 104억(자회사 코레이트자산운용의 소송충당부채 인식), 4분기 순이익 218억(세전 319억). 2026년 1분기에는 영업이익 4.8억으로 간신히 흑자로 돌아섰고 순이익은 100억이었다.
시가총액 2,954억, 주가 1,170원에 PER 13.2배, PBR 0.28배, ROE 2.2%(플랫폼 산식, TTM). 여기서 PER 13.2배의 분모가 무엇인지가 중요하다. 최근 4개 분기 합산 순이익은 약 224억인데, 같은 4개 분기 영업이익 합계는 여전히 -158억이다. 이 PER은 본업이 아니라 계열 건설사 손익 위에 서 있는 값이다. 영업외 손익의 항목별 내역은 플랫폼 DB에 남아 있지 않아 금액 분해까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PBR 0.28배는 자기자본 1조 383억에 시총이 그 4분의 1을 조금 넘는다는 뜻인데, ROE 2.2%를 함께 보면 싸다기보다 자본을 굴려 벌지 못하는 상태의 값으로 읽는 편이 정확하다.
왜 스크리너 664위인가
순서대로 보면 이렇다. 원점수 31.2 — 전 종목을 세워 놓았을 때 하위권이다. 이 원점수가 순위 기반 정규분포(평균 50·표준편차 15)로 옮겨져 정규화 50.9점이 되고, 여기에 저변동성 가점 +1.4가 얹혀 최종 52.3점이 됐다. 판정 컷 67.2도 이 정규화된 눈금 위의 값이고, 그 눈금에서 14.9점이 모자란다. 원점수 31.2와 컷 67.2를 직접 빼는 계산은 눈금이 다른 자를 섞는 일이니 하지 않는다.
특이한 점 하나. 이 종목에는 순환매 가감이 아예 적용되지 않았다. 소속 산업의 표본이 5종목 미만이라 배치가 항 자체를 건너뛴 것이다. 다른 종목들이 업종 흐름에 따라 받는 ±5점을, 이 종목은 받지도 잃지도 않았다. 같은 이유로 피어 그룹도 잡히지 않아 피어 PER 중앙값과의 비교가 불가능하다. 이 종목의 멀티플은 상대 비교 없이 절대값으로만 읽어야 한다.
이 자리는 밸류에이션이 만든 자리가 아니다. 가점 1.4점은 52주 밴드 폭이 19%에 그칠 만큼 주가가 조용했다는 뜻일 뿐이고, 점수의 본체인 원점수부터 하위권이다.
경고 깃발(red)의 근거 — 숫자로 확인되는 것
가치함정 점수 10점, red다. 무엇이 걸렸는지 하나씩 짚는다.
첫째, 본업 적자. 2025년 영업손실 209억, 최근 4개 분기 합산 영업이익도 -158억이다. 최근 4개년 중 두 해(2023·2024)가 순손실이었다. 이익의 부호가 해마다 뒤집히는 회사에 안정적 이익 추세를 전제하기는 어렵다.
둘째, 차입 구조. 총차입 7,080억에 현금성자산 1,100억, 순차입은 약 5,980억이다. EBITDA 420억과 견주면 14배다. 신탁사의 차입은 제조업의 설비 차입과 달리 신탁계정대의 재원이라 잣대를 그대로 대기는 어렵지만, 하필 그 신탁계정대가 지금 업계 부실의 진앙이라는 점에서 완충으로 읽기도 어렵다.
셋째, 자산건전성. 신용평가사 집계에서 이 회사의 고정이하자산비율은 52.28%에서 58.05%로 올랐다. 업계 전체 신탁계정대는 2026년 6월 말 9.5조원에 이르고 부채비율도 109%까지 높아졌다. 회복 중이라는 서술과 부실이 남아 있다는 서술이 동시에 성립하는 국면이다.
넷째, ROE 2.2%. 자본은 1조가 넘는데 벌어들이는 이익이 그 정도다. 잉여현금흐름(FCF)은 플랫폼 DB에 값이 없어 확인되지 않는다.
성장 동력 — 차입형에서 정비사업과 리츠로
① 신탁방식 도시정비사업. 이 회사가 가장 힘을 싣는 축이다. 2026년 1분기 기준 30개 사업장 3만 3,437세대를 추진 중이고, 수도권 비중이 높다. 진행 중인 대형 건은 구체적이다. 서울 목동10단지 재건축은 기존 2,160가구를 헐고 최고 40층 4,248가구를 짓는 사업으로 예정 공사비만 2.6조원이며, 두 차례 유찰 끝에 8월 26일 현대건설이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10월 중순 토지등소유자 전체회의 표결 예정). 광명 하안주공6·7단지 통합재건축은 3,240가구, 예정 공사비 1조 1,549억원 규모로 9월 18일 입찰 마감을 앞두고 있다. 서울 동작구 상도21구역 A-1(539가구)은 8월 26일 동의율 78.5%로 사업시행자 지정 동의서를 접수했다. 부천 중동, 노원 일대 노후단지 등 1기 신도시·노후 대단지에서도 예비사업시행자 지위를 잡아가고 있다. 차입형과 달리 자기 돈을 사업비로 넣지 않고 수수료로 버는 구조라 재무 부담이 가볍다. 다만 매출은 착공 이후에 인식되므로, 지금의 수주가 손익에 나타나기까지 시차가 길다. 2025년 신규 수주는 전년 대비 크게 늘어 2,700억~3,000억원대로 집계됐다(집계 기준에 따라 수치가 갈린다).
② 리츠 운용. 2001년 부동산투자회사법 시행 직후 진입한 1세대 AMC다. 운용자산(AUM)은 2020년 8,302억원에서 2021년 1조 9,438억, 2022년 2조 6,894억, 2023년 3조 390억, 2024년 3조 5,865억, 2025년 3조 9,765억을 거쳐 2026년 2분기 3조 9,809억원에 이르렀다. 6년 새 4.8배다. 오피스 중심 포트폴리오에 임대주택과 정책형 리츠를 얹고 있다. 이 역시 신탁계정대를 쓰지 않는 수수료 사업이다.
③ 우발부채 축소와 신용등급 방어. 물류센터 등 책임준공 보증 잔액이 줄면서 우발부채 포트폴리오가 감소세라는 것이 2026년 8월 업계 분석이다. 2026년 7월에는 국내 3대 신용평가사로부터 A- 안정적 등급을 모두 유지했다. 다수 신탁사가 자본확충으로 악화를 방어하는 국면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④ 배당. 2025년분(제30기) 현금배당은 주당 70원으로 2026년 3월 26일 주총에서 결의됐다. 주가 1,170원 기준 배당수익률은 약 6.0%다. 별도 기준 배당성향은 2023년 59.9%, 2024년 54.1%로 높게 유지돼 왔고, 이 회사가 시장에서 배당주로 분류돼 온 근거다. 다만 이익이 나지 않은 해에도 배당을 유지해 온 정책이라는 점은 양면으로 읽어야 한다.
리스크
오너·사법 리스크가 가장 크다. 서울중앙지검 반부패수사3부가 금융감독원 의뢰를 받아 차정훈 회장과 임직원의 계열사 자금 관련 혐의를 수사 중이며, 2026년 5월 한국토지신탁에 대한 압수수색이 이뤄졌다. 앞서 2024년 11월에는 국세청 조사4국의 세무조사도 있었다. 기소·구속 여부와 회사 재무에 미칠 금액적 영향은 확인되지 않는다. 최대주주 엠케이전자 쪽에서도 이 사안이 밸류에이션 할인 요인으로 지목되고 있다.
자회사 문제도 주주 관점에서 예민하다. 자산운용 자회사 코레이트자산운용이 2025년 3분기 소송충당부채를 인식하며 자본잠식에 빠졌고, 한국토지신탁은 이를 지원하기 위해 200억원 규모 교환사채를 발행하면서 보유 자사주 1,488만여 주를 처분하기로 했다. 자사주를 소각해 주주에게 돌려주는 대신 자본잠식 자회사 지원 재원으로 내보내는 방향이어서 주주가치 훼손 논란이 제기됐다. 배당수익률 6%와 이 사안은 같은 저울에 함께 올려야 한다.
업황과 실행 리스크. 지방 미분양 장기화와 공사비 상승은 여전하고, 최근 서울 정비사업에서는 대형 건설사의 선별 수주로 단독 응찰과 수의계약이 늘고 있다. 시행자 입장에서 공사비 협상력이 약해지는 흐름이다. 착공 현장 지연도 실적에 직접 닿는다. 신한투자증권은 2026년 7월 착공 지연을 이유로 실적 추정치를 낮추면서, 울산 주택사업 투자손실 80억원과 분당 휴맥스 매각 배당수익 70억원을 함께 반영한 바 있다. 주가 회복 속도는 결국 실적 성장률에 달렸다는 것이 그 분석의 결론이었다.
종합
한국토지신탁은 부동산 호황기에 가장 공격적으로 위험을 졌던 신탁사가, 그 대가를 치르며 수수료 사업으로 체질을 바꾸는 중간 지점에 서 있다. 정비사업 30개 현장과 리츠 AUM 4조원은 방향 전환이 말뿐이 아니라는 증거지만, 손익계산서에는 아직 도착하지 않았다. 그 사이를 메우고 있는 것이 관계기업 지분법 이익이고, PER 13.2배는 그 위에 선 숫자다. PBR 0.28배는 싸 보이지만 ROE 2.2%와 red 깃발이 그 할인의 이유를 설명한다. 스크리너가 이 종목을 664번에 놓고 '적정'으로 판정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확인할 것은 셋이다. 첫째, 영업이익 자체가 흑자 궤도에 올라서는지 — 2026년 1분기 4.8억, 2분기 113억(증권사 추정)의 흐름이 이어지는지가 관건이다. 둘째, 목동10단지와 하안주공6·7단지의 착공 시점 — 정비사업 매출은 착공부터 인식된다. 셋째, 오너 관련 수사의 결론과 자사주 처분 이후의 주주환원 정책이다.
이 글은 밸류체인 플랫폼의 스크리너 판정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판정 근거와 실시간 수치는 플랫폼 기업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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