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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너 톱700-662] HJ중공업 - 건설로 분류됐지만 이익의 아홉 할은 배에서 나온다
밸류체인 플랫폼의 저평가 스크리너를 순서대로 뜯어보는 연재, 661~670번 구간입니다. 662번 HJ중공업(097230). 기준일 2026-08-28, 스크리너 점수 52.3점 — 저평가 컷(67.2점)에 14.9점 모자란 '적정' 판정입니다. 저평가가 아니고, 판정선에 걸쳐 있지도 않습니다. 여기에 가치함정 경고 깃발(red)까지 떠 있습니다. 그래서 이 글의 중심은 싸냐 비싸냐가 아니라, 회사의 실체와 재무의 상처입니다.
플랫폼은 '건설'로 분류했지만, 이익의 아홉 할은 배에서 나온다
먼저 정체부터 바로잡아야 한다. HJ중공업은 옛 한진중공업이다. 이름의 HJ가 한진의 머리글자를 물려받았을 뿐, 지금은 한진그룹과 자본 관계가 없다. 2021년 사모펀드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한국토지신탁·동부건설 연계)이 약 4천억원에 인수해 최대주주가 됐고, 동부건설은 그 SPC 지분을 통해 HJ중공업을 관계기업으로 잡고 지분법손익을 인식한다. 계열 관계를 헷갈리기 쉬운 자리다.
사업은 부산 영도조선소의 조선과 토목·건축의 건설 두 축이다. 플랫폼 산업분류는 '건설'로 붙어 있는데, 2026년 상반기 실적을 부문별로 갈라 보면 이 라벨은 절반만 맞다. 연결 매출 1조2,713억원 중 건설이 5,844억원, 나머지 약 6,869억원이 조선이다. 매출은 반반이다. 그런데 영업이익은 전사 894억원 중 조선이 817억원, 건설이 78억원이다. 이익의 91%가 배에서 나온다. 조선 부문 영업이익률은 12% 수준까지 올라왔고 건설은 1.3%다. 뒤에서 다룰 피어 비교가 '건설 피어'를 기준으로 서 있다는 점을 기억해 두자.
조선 안에서도 축이 둘이다. 하나는 1만1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같은 상선이고, 다른 하나는 방산·특수선이다. 회사는 1972년 최초의 국산 경비정 '학생호'를 시작으로 1974년 방산업체 1호로 지정됐고, 대형수송함 독도함·마라도함을 독자 건조한 이력이 있다. 2026년 8월 14일에는 NLL 방어용 신형 고속정 '검독수리-B Batch-II' 1번함을 해군에 인도했다. 건설은 공공 토목이 중심으로, 제2경춘국도·제천~영월 고속국도·GTX·신분당선 같은 국책 물량과 중소 규모 정비사업을 담는다.
| 연도 | 매출(억원) | 영업이익(억원) | 순이익(억원) |
|---|---|---|---|
| 2022 | 17,882 | 83 | -502 |
| 2023 | 21,621 | -1,060 | -1,140 |
| 2024 | 18,860 | 97 | 53 |
| 2025 | 19,997 | 695 | 514 |
매출은 2조원 언저리에서 4년째 제자리인데 이익은 널을 뛴다. 2023년 영업손실 1,060억원은 건설 원가 급등과 저가 수주 물량이 겹친 해였고, 2024년 영업이익 97억원은 매출 대비 0.5%로 사실상 본전이다. 2025년 695억원(이익률 3.5%)이 되어서야 흑자다운 흑자가 나왔다. 4년 중 2년이 순손실이었다는 사실이 이 회사의 최근 이력이다. 멀티플은 PER 21.7배, PBR 2.31배, ROE 10.7%, 시가총액 1조5,495억원(주가 17,160원)이다. 건설 피어 40개의 PER 중앙값이 8.1배이니 피어의 2.7배다. 싸서 여기 있는 종목이 아니다.
왜 스크리너 662위인가
점수는 이렇게 만들어졌다. 원점수 41.5는 전 종목 순위로 보면 하위권이다. 이를 전 종목 순위 기반 정규분포(평균 50·표준편차 15)로 옮긴 값이 정규화 54.8점이고, 판정 컷 67.2도 이 눈금 위의 값이다. 여기에 순환매 +0.0(소속 산업 6개월 수익률 -12.5%로 밴드 중간), 저변동성 -2.5가 얹혀 최종 52.3점이 됐다. 산술로 쓰면 54.8 - 2.5 = 52.3이다.
읽는 법은 단순하다. 가점이 만든 자리도, 감점이 밀어낸 자리도 아니다. 정규화 점수 54.8부터 컷보다 12.4점 아래다. 밸류에이션이 순위를 깎은 것이 아니라 순위 자체가 낮았고, 거기서 변동성 때문에 2.5점을 더 잃었다. 저변동성 항목이 마이너스라는 건 이 종목의 주가 진폭이 컸다는 뜻인데, 실제로 6개월 -32.2%, 3개월 -16.5%인 반면 최근 1개월은 +25.4%다. 반년 만에 3분의 1이 빠졌다가 한 달 만에 4분의 1이 되돌아온 궤적이다.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이 진폭이 점수에 흔적을 남겼다.
가치함정 경고 깃발(red) — 무엇이 걸렸나
red의 근거는 재무제표에서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첫째, 이자보상배율이다. 영업이익을 이자비용으로 나눈 값이 2022년 83억/436억=0.19배, 2023년은 영업적자, 2024년 97억/419억=0.23배다. 4년 중 3년은 벌어들인 영업이익으로 이자도 못 냈다는 뜻이다. 2025년에야 695억/354억=1.96배로 올라섰다(이상 필자 계산). 둘째, 부채비율이다. 2023년 747.9%까지 치솟았고 2025년 상반기에도 565%였다. 셋째, 과거 순손실 이력이다. 2022~2023년 2년 합계 순손실이 1,642억원이다.
다만 깃발이 가리키는 상처의 상당 부분은 2025년 하반기에 한 차례 봉합됐다. 2025년 10~11월 최대주주가 참여한 2,098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가 실행돼 자본이 3,434억원(2024년말)에서 6,696억원(2025년말)으로 뛰었고, 순차입금은 2,698억원에서 700억원으로 줄었다. 부채비율은 2026년 상반기 251.2%까지 내려왔다. 조선사에게 부채비율은 단순한 건전성 지표가 아니라 선수금환급보증(RG) 한도와 직결되는 영업 조건이라, 이 개선은 수주 여력 자체를 늘린다. red 깃발은 지나간 4년을 보고 서 있고, 재무는 최근 세 분기 사이 방향을 틀었다 — 이 시차를 함께 읽어야 한다.
PER 21.7배도 마찬가지 시차 위에 있다. 이 값은 2026년 1분기까지의 TTM 순이익 714억원 위에 선 값이다. 그런데 8월 공시된 상반기 순이익이 881억원(전년 동기 10억원 적자)이고 2분기만 626억원이니, 2분기까지를 반영한 TTM 순이익은 1,400억원대가 된다. 같은 시가총액이면 PER은 11배 안팎으로 내려온다(필자 계산). 플랫폼 저장값은 다음 배치에서 갱신되므로, 지금 화면의 21.7배는 실적 반영 전 눈금이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래도 건설 피어 중앙값 8.1배보다는 여전히 높고, 조선 피어 기준 비교치는 데이터팩에 없어 확인되지 않는다.
성장 동력 — 미 해군 정비, 군산조선소, 특수선
① 미 해군 MRO. 이 회사의 가장 큰 서사다. 2025년 12월 군수지원함 '아멜리아 에어하트' 정비를 수주했고, 2026년 1월에는 미 해군 함정정비협약(MSRA) 체결 대상자로 선정됐다. 협약 유효기간은 2031년 1월까지 5년으로, 지원함뿐 아니라 전투함·호위함 MRO 입찰에 참여할 자격이 생겼다. 업계는 미 해군 MRO 시장을 약 20조원 규모로 본다. 2025년 11월 미 상무부 대표단이 영도조선소를 방문했고, 한미 조선 공동 R&D 과제 주관기관으로 선정돼 AI 기반 함정 용접기술 개발에도 착수했다. 다만 MSRA는 입찰 자격이지 수주 자체가 아니다. 지금까지 확인되는 실제 수주는 군수지원함 1척이며, 전투함 MRO 계약 실적은 확인되지 않는다. 캐나다 해군 전투함 MRO 국제입찰 참여 검토도 보도됐으나 결과는 아직 없다.
② 군산조선소. 최대주주 에코프라임마린퍼시픽이 SPC 제이오션중공업을 세워 2026년 6월 HD현대중공업의 군산조선소를 7,800억원에 인수했다. HJ중공업은 이 SPC에 지분을 출자하는 방식으로 참여해 재무 부담을 지지 않으면서 실질 운영에 관여하는 구조로 알려졌다. 700m급 도크가 있어 영도조선소의 물리적 한계(중형선 중심)를 보완할 수 있고, 2027년부터 신조 건조를 단계적으로 재개한다는 계획이다. 다만 HJ중공업 본체의 지분율·출자액과 손익이 언제 어떤 형태로 실적에 잡히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기대치에 미리 얹기 어려운 항목이다.
③ 특수선 수주 파이프라인. 검독수리-B Batch-I 16척을 전량 수주·인도한 데 이어 Batch-II 1번함을 인도했고, 2026년 11월 신형 고속정(PKMR) 후속 계약이 예정돼 있다. 해외 고속정 수주 가능성도 거론된다. 증권가에서는 고속상륙정이 영도조선소가 건조 가능한 크기 대비 최고 선가 모델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특수선 매출은 2025년 4,070억원 수준으로 파악된다.
④ 수주 잔고. 조선은 2026년 상반기에 방산을 뺀 상선만 35만5,000CGT를 수주해 2025년 연간 수주량(35만1,000CGT)을 반년 만에 넘었다. 1만100TEU급 친환경 컨테이너선 4척 7,104억원이 대표 건이다. 건설도 제2경춘국도 4공구(전체 1,740억원, 당사분 1,044억원), 제천~영월 고속국도 3공구 1,488억원, 남양주왕숙2 공공주택(당사분 812억원), 필리핀 공공사업도로부 922억원 등을 쌓았다. 2025년 건설 신규 수주는 2조5,000억원이었다.
주주환원은 사실상 없다. 2010년을 끝으로 현금배당이 끊겼고, 누적 결손금을 상계하기 전에는 배당가능이익이 나오지 않아 재개 시점을 특정하기 어렵다. 회사도 배당보다 재무건전성과 신용등급 회복을 우선한다는 입장이다. 자사주 매입·소각 계획도 확인되지 않는다.
리스크
구조적 리스크는 셋이다. 첫째, 이익 변동성이다. 2023년 -1,060억, 2024년 +97억, 2025년 +695억으로 오가는 회사다. 조선은 수주 시점 선가가 2~3년 뒤 매출로 인식되므로 지금의 호실적은 과거 고선가 물량의 결과이고, 반대로 선가가 꺾이면 시차를 두고 그대로 되돌아온다. 둘째, 건설 부문이다. 상반기 영업이익률 1.3%로 흑자는 유지했지만 이익 기여는 미미하고, 포항 학산1구역처럼 공사비·미분양 이중고에 놓인 정비사업 현장이 있다. 셋째, 지배구조다. 최대주주가 사모펀드이고 군산조선소 인수·국제신문 인수 추진 등 그룹 차원의 확장이 동시에 진행 중이다. 이런 확장이 상장사인 HJ중공업의 자본을 어떻게 쓰는지는 계속 확인할 대목이다. 국민연금은 2026년 8월 투자목적을 '일반투자'로 명시했다.
여기에 미 MRO 기대가 주가에 이미 상당 부분 반영됐다는 점도 변수다. 6개월 -32.2%의 하락은 실적 악화가 아니라 '마스가(MASGA)' 기대의 선반영 해소 국면에서 나왔다.
종합
HJ중공업은 스크리너에서 52.3점, 컷보다 14.9점 아래의 '적정' 종목이다. 밸류에이션이 순위를 깎은 게 아니라 순위 자체가 낮은 자리이고, PBR 2.31배·건설 피어 대비 2.7배의 PER은 저평가와 거리가 멀다. 대신 이 회사에서 볼 것은 다른 쪽이다. 이익 없는 매출 2조원짜리 회사가 유상증자로 자본을 채우고, 조선 부문에서 12%짜리 이익률을 내며, 미 해군 정비 자격을 손에 쥔 전환 국면에 있다는 사실이다. 다만 그 전환이 지속되는지는 아직 두세 분기치 증거뿐이다.
확인할 것은 셋이다. 첫째, MSRA가 실제 전투함 MRO 계약으로 이어지는가 — 자격과 매출은 다른 것이다. 둘째, 2026년 11월 PKMR 후속 계약의 성사와 규모. 셋째, 조선 부문 12% 이익률의 지속성이다. 과거 고선가 물량이 소진된 뒤에도 두 자릿수가 유지되는지가 체질 변화의 진짜 시험대다. 여기에 결손금 상계와 배당 재개 시점이 언급되기 시작하는지도 함께 보면 된다.
이 글은 밸류체인 플랫폼의 스크리너 판정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판정 근거와 실시간 수치는 플랫폼 기업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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