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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너 톱500-412] KZ정밀 - 옛 영풍정밀, 펌프 회사의 몸에 지분전쟁이 얹혔다
밸류체인 플랫폼의 저평가 스크리너를 순서대로 뜯어보는 연재, 411~420번 구간입니다. 412위 KZ정밀(036560). 기준일 2026-08-28, 스크리너 점수 59.8점 — 저평가 컷(67.2점)에 7.4점 모자란 '적정' 판정입니다.
펌프·밸브 회사인데, 몸속에 지분전쟁이 들어와 있다
KZ정밀은 원래 이름이 영풍정밀주식회사(Young Poong Precision)다. 1983년 설립돼 정유·석유화학·2차전지·반도체·발전 플랜트에 쓰이는 산업용 펌프(API-610 규격, 미국 Flowserve와 1986년 기술제휴로 시작)·볼밸브(자체 브랜드 STARVAL)·주물을 만드는 유체기계 전문업체다. 경기 안산에 생산공장을, 울산·여수·당진·군산에 퀵서비스센터를 두고 10개국에 해외영업망을 갖췄다 — 수출 비중이 매출의 약 39%다. 여기까지는 평범한 산업재 부품사 이야기다.
회사의 정체는 2024년 이후 완전히 바뀌었다. 2024년 10월 제리코파트너스(주)가 공개매수로 34.87%를 확보하며 최대주주가 됐다 — 이 회사의 최대주주는 최창규(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일가)이고, 특수관계인 합산 지분은 70.3%에 달한다. 기존 최대주주였던 유중근 등 영풍 측 인사는 소액주주로 밀려났다. 2025년 3월에는 사명 자체가 영풍정밀에서 케이젯정밀(KZ정밀, "KZ"는 Korea Zinc)로 바뀌었다. 즉 이 회사는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최윤범 측이 공개매수로 접수한 진지이고, 그 뒤 영풍(코스피 003580) 지분을 계속 사들여 2026년 7월 기준 15.21%까지 늘렸다. 장형진 영풍 고문 등을 상대로 9,300억원대 주주대표소송도 걸어 놓은 상태다. 사업은 펌프·밸브 회사지만, 재무제표의 성격은 지분전쟁의 무기고에 가깝다.
| 연도 | 매출(억원) | 영업이익(억원) | 순이익(억원) |
|---|---|---|---|
| 2022 | 891 | 120 | 155 |
| 2023 | 1,387 | 208 | 292 |
| 2024 | 1,127 | 152 | 192 |
| 2025 | 1,105 | 102 | 93 |
2023년을 정점으로 매출·영업이익·순이익이 모두 내려앉았다. 매출은 1,387억→1,105억(-20%), 영업이익은 208억→102억(-51%)로 본업 수익성이 눌렸다. 그런데 순이익은 292억→93억으로 더 가파르게(-68%) 빠졌다 — 영업이익 감소폭보다 크다. 원인은 금융손익이다. 2025년 금융수익(주로 배당금수익)이 49억원으로 전년 96억원의 절반 수준에 그쳤고, 신규 차입(300억원 규모)에 따른 이자비용은 22억원으로 늘었다. 시총 1,944억원에 PER 12.8배, PBR 0.33배, ROE 2.6%(플랫폼 산식, TTM) — PER은 이 순이익 위에 서 있는데, 그 순이익의 상당 부분이 펌프·밸브 영업이 아니라 보유 주식에서 들어오는 배당금이라는 점을 감안해야 한다. 실제로 2026년 2분기 공시에는 "누계 순이익에 배당금수익 약 104억원이 반영돼 있다"는 안내가 별도로 붙었다 — 같은 기간 영업이익 88억원보다 크다.
왜 스크리너 412위인가
원점수는 41.0으로 전 종목 중 하위권이었다. 이를 정규분포로 옮긴 정규화 점수는 54.6점 — 이 값 자체가 이미 컷(67.2점)에 못 미친다. 여기에 산업(기계) 6개월 수익률이 -20.8%로 부진해 순환매 가점은 0.0, 대신 주가 변동성이 낮다는 이유로 저변동성 가점 +5.2가 붙어 최종 59.8점이 됐다. 가치함정 상태는 green(0점)이다. 즉 이 자리는 밸류에이션이 좋아서 만들어진 게 아니라, 원래 순위가 낮았던 종목이 저변동성 하나로 판정선 문턱까지 올라온 자리다. PBR 0.33배가 눈에 띄지만 ROE 2.6%도 함께 봐야 한다 — 자본 대비 수익성이 낮으니 장부가 대비 주가가 눌려 있는 것이지, 저평가로 읽을 근거는 약하다.
사업과 자본배분 — 성장 동력이라 부를 것과, 그렇지 않은 것
① 본업 확장. 유체기계사업부는 정유·Oil&Gas향 대형·고온고압 신제품과 2차전지·반도체·수소 플랜트향 고사양 밸브(Metal Seat, High Alloy)로 라인업을 넓히고 있다. API-6D·ISO 15848-1·SIL3 인증을 갖췄고, 2015년부터 해외 직판 체계를 구축해 10개국 네트워크를 운영 중이다. 2026년 2분기 수주는 230억원으로 1분기(193억원) 대비 19.2% 늘었다 — 매출 감소가 이어지던 흐름에서 처음 나온 반등 신호이지만, 두 분기치로 추세라 부르기는 이르다.
② 고배당 정책. 2026년 3월 자율공시한 기업가치제고계획에서 회사는 배당액을 먼저 확정하고 기준일을 나중에 정하는 방식으로 정관을 바꿨고, 배당성향 40% 이상 유지를 목표로 내걸었다. 2025년 결산배당은 주당 800원(시가배당률 5.0%)으로 2023년 400원, 2024년 600원에서 꾸준히 늘었다. 다만 2025년 배당성향은 135.4%다 — 그해 번 순이익보다 더 많이 배당했다는 뜻으로, 쌓인 이익잉여금과 배당금수익으로 메운 결과다. 배당 확대가 지속되려면 순이익이 이 수준을 따라잡아야 한다.
③ 지분자산의 팽창. 대차대조표의 기타포괄손익-공정가치 지분상품투자는 2023년 2,322억원에서 2024년 4,514억원, 2025년 5,822억원으로 2년 새 2.5배 커졌다 — 최대주주 변경 이후 회사가 영풍 지분을 지속적으로 사들인 시기와 겹친다. 2026년 6월 말 기준 이 항목은 총자산 6,323억원의 76%, 비유동자산의 91%를 차지한다. 반대로 유형자산은 2024년 말 403억원에서 2026년 6월 269억원으로 줄었다 — 설비투자보다 지분 매입에 자금이 쏠리는 그림이다. 구체적인 증설 계획이나 신규 설비투자 금액은 공시로 확인되지 않는다.
리스크
가장 큰 변수는 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그 자체다. 2026년 5월에도 영풍·MBK파트너스 측과 KZ정밀·고려아연 측이 법원의 경영협력계약서 문서제출명령을 놓고 공방을 벌였고, KZ정밀이 제기한 9,300억원대 주주대표소송도 진행 중이다. 분쟁이 장기화하면 소송비용·경영 불확실성이 이어지고, 반대로 분쟁 구도가 바뀌면 KZ정밀이 쌓아온 영풍 지분(15%대)의 전략적 가치와 배당 흐름도 함께 흔들릴 수 있다. 둘째, 본업인 펌프·밸브 매출은 정유·석유화학 대형 플랜트 발주에 좌우되는데, 소속 산업(기계)의 최근 6개월 수익률이 -20.8%로 부진해 설비투자 사이클 자체가 눌려 있다. 셋째, 순이익에서 지분투자 배당수익이 차지하는 비중이 커지면서 PER 12.8배가 딛고 선 이익의 질을 매 분기 따로 확인해야 하는 구조가 됐다 — 배당수익이 줄어들면 순이익도, PER도 함께 흔들린다.
종합
KZ정밀은 정유·석유화학·2차전지 플랜트용 펌프·밸브를 만드는 산업재 회사이면서, 동시에 고려아연 최윤범 측이 영풍 지분전쟁을 치르는 진지이기도 하다. 두 정체성이 한 재무제표 안에 섞여 있어서, PBR 0.33배·PER 12.8배 같은 숫자만으로 "싸다/비싸다"를 말하기 어렵다. 스크리너 59.8점은 이 복잡성을 저평가로 해석한 결과가 아니라, 낮은 원점수가 저변동성 가점으로 문턱까지 밀려 올라온 결과다. 확인할 것은 세 가지다 — (1) 영풍-고려아연 소송·경영권 분쟁의 다음 국면, (2) 2026년 하반기 수주(2분기 230억)가 반등 추세로 이어지는지, (3) 배당성향 40% 목표가 지분 배당수익이 아니라 본업 이익 개선으로 뒷받침되는지.
이 글은 밸류체인 플랫폼의 스크리너 판정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판정 근거와 실시간 수치는 플랫폼 기업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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