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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너 톱700-697] 한일시멘트 - 점유율 1위를 쥔 해에 이익은 반토막
밸류체인 플랫폼의 저평가 스크리너를 순서대로 뜯어보는 연재, 691~700번 구간입니다. 697번 한일시멘트(300720). 기준일 2026-08-28, 스크리너 점수 50.9점 — 저평가 컷(67.2점)에 16.3점 모자란 '적정' 판정입니다. 저평가가 아니라는 뜻이고, 연재를 통틀어 판정선에서 가장 먼 구간에 속합니다. 여기에 가치함정 주의 깃발(yellow)이 떠 있습니다.
'건설'로 분류돼 있지만, 건설사가 아니다
먼저 라벨을 바로잡아야 한다. 플랫폼은 이 회사를 '건설'로 분류해 두었지만 한일시멘트는 집을 짓는 회사가 아니라 시멘트를 굽는 회사다. 섹터 태그가 Materials(소재)로 붙어 있는 쪽이 실체에 가깝다. 매출은 시멘트·레미콘·레미탈(건조모르타르)에서 나오고, 건설사는 고객이지 동종업체가 아니다. 이 어긋남은 뒤에서 다룰 밸류에이션 비교에서 실제로 문제를 일으킨다.
회사의 뿌리는 1961년 창립한 옛 한일시멘트다. 2018년 인적분할로 지주사 한일홀딩스(003300, 이 연재 693번)와 사업회사 한일시멘트로 갈라졌고, 지금 주식시장에서 300720이라는 티커를 달고 있는 쪽이 실제로 공장을 돌리는 사업회사다. 693번과 697번은 같은 그룹의 지주사와 핵심 자회사라는 관계다.
결정적 사건은 2025년 11월 1일 한일현대시멘트 흡수합병이다. 2017년 인수해 자회사로 두고 있던 옛 현대시멘트를 장부에 직접 붙이면서 자산 3조원 규모가 됐고, 한국시멘트협회 2024년 출하량 기준 양사 합산 내수 점유율은 21.76%로 쌍용C&E(21.20%)를 앞질렀다. 내륙(단양)과 해안·수도권 권역을 함께 쥐면서 생산·물류 동선이 겹치지 않는 구조를 갖췄다는 점이 이 합병의 실질이다. 신용등급은 A+(안정적), 2026년 6월 한국신용평가로부터 기업어음 A2+를 신규로 받았다.
| 연도 | 매출(억원) | 영업이익(억원) | 순이익(억원) |
|---|---|---|---|
| 2022 | 14,876 | 1,180 | 788 |
| 2023 | 17,995 | 2,465 | 1,702 |
| 2024 | 17,417 | 2,714 | 1,841 |
| 2025 | 14,239 | 1,327 | 742 |
2023~24년이 이 회사의 고점이었다. 시멘트 가격 인상분이 온전히 반영되며 영업이익률 15%를 찍었고, 그 뒤 2025년에 매출 -18%, 영업이익 -51%, 순이익 -60%로 무너졌다. 건설 착공이 끊긴 여파다. 시멘트는 재고를 쌓아둘 수 없는 제품이라 전방 수요가 멈추면 가동률이 그대로 손익으로 넘어온다. 멀티플은 PER 16.9배, PBR 0.67배, ROE 4.0%, 시총 1조2,466억원, 주가 16,950원(TTM 기준). 여기서 PER 16.9배는 이 회사가 비싸졌기 때문이 아니라 분모인 순이익이 반토막 났기 때문이다. 2024년 순이익 1,841억을 대입하면 같은 시총에서 6.8배다. 이익이 무너진 해의 PER은 회사의 가격이 아니라 업황의 골을 보여준다.
왜 스크리너 697위인가
점수를 순서대로 풀면 이렇다. 원점수는 23.9로 전체 하위권이다. 이 원점수를 전 종목 순위 기반으로 정규분포(평균 50·표준편차 15)에 옮기면 47.7점이 되고, 여기에 순환매 +0.0(소속 산업 6개월 수익률 -12.5%, 밴드 중간이라 가감 없음)과 저변동성 +3.2가 얹혀 최종 50.9점이 된다. 판정 컷 67.2 역시 정규화된 눈금 위의 값이므로, 격차는 47.7 + 3.2 = 50.9에서 16.3점이다. 원점수 23.9와 컷을 직접 빼는 것은 눈금이 다른 자를 섞는 일이다.
여기서 읽어야 할 것은 순서다. 가점이 이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니라, 정규화 점수부터 이미 컷에서 한참 아래였다. 저변동성 가점 3.2는 이 격차 앞에서 크지 않다. 즉 "밸류에이션 때문에 밀렸다"가 아니라 "밸류에이션 자체가 매력 구간이 아니다"가 정확한 진술이다.
여기서 앞의 라벨 문제가 걸린다. 플랫폼이 잡은 피어 그룹은 건설 40개사, PER 중앙값 8.1배다. 한일시멘트의 16.9배는 그 두 배가 넘는다. 다만 이 8.1배는 건설사들의 눈금이고, 시멘트 제조업과는 자본집약도도 이익 변동 패턴도 다르다. 정직하게 말하면 이 종목은 피어 대비 비싸 보이는 자리에 서 있고, 그 숫자가 과장돼 보이는 이유는 분류의 어긋남과 이익 급감이 겹쳤기 때문이다. 어느 쪽으로 보정해도 "싸서 이 순위에 있다"는 서술은 성립하지 않는다.
가치함정 yellow — 무엇이 걸렸나
깃발의 항목별 내역은 데이터팩에 없어 단정할 수 없지만, 숫자로 후보를 좁힐 수는 있다. 재무 안정성은 경고 사유로 보기 어렵다. 2026년 3월 말 연결 부채비율 65.3%, 순차입금의존도 15.0%로 제조업 기준 양호하고, 영업이익 1,327억에 대한 이자 부담도 위험 수준은 아니다.
더 유력한 것은 현금흐름과 이익의 질 쪽이다. 2025년 결산 배당은 주당 1,000원·총 735억원, 배당성향 99.11%였다. 이익이 반토막 난 해에 전년과 같은 배당액을 유지한 결과 벌어들인 순이익 거의 전부가 배당으로 나갔다. 동시에 2021~2028년 총 6,514억원 규모의 친환경 설비 투자(에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고, 그 재원으로 잡았던 부산공장 매각대금 750억원은 2026년 7월 기준 잔금이 9월로 미뤄진 상태였다. 2026년 3월에는 3년 만에 공모 회사채도 발행했다. 이익은 줄고, 배당은 그대로고, 투자는 계속되는 조합 — 잉여현금흐름이 눌리는 전형적 구도이고, yellow가 가리키는 곳은 여기일 가능성이 높다. ROE 4.0% 역시 자산 3조원을 짊어진 몸집 대비 낮다.
다만 이 배당은 무모함이라기보다 선택이다. 지주사 한일홀딩스는 1969년 상장 이래 57년 연속 배당이라는 기록을 쌓아왔고, 계열 전체가 초고배당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현 주가 16,950원 기준 배당수익률은 약 5.9%다. 배당금 상당액이 지주사를 거쳐 오너 일가로 흘러가는 구조라는 지적도 함께 나오고 있다는 점은 사실로 적어둔다.
지금 무엇이 달라지고 있나
① 원가절감이 실제로 숫자를 만들었다. 2026년 상반기 매출 6,640억원(-5.9%), 영업이익 786억원(+21.9%). 매출이 줄었는데 이익이 늘었다. 영업이익률 11.8%로 국내 시멘트 5사 가운데 가장 높았다(같은 기간 최저는 성신양회 2.5%). 1분기 영업이익이 170억이었으니 2분기에 600억대가 나온 셈으로, 성수기 회복 폭이 컸다. 동력은 폐열발전과 순환자원(폐기물 대체연료) 활용 확대다. 다만 회사 측도 "기저효과 영향이 크고, 건설경기 회복 없이는 원가절감만으로 한계가 있다"고 선을 그었다.
② 합병 시너지와 설비 정리. 한일현대시멘트 통합으로 생산·물류 거점을 재배치하는 작업이 진행 중이고, 수익성이 낮은 자산은 정리하고 있다. 48년 된 부산 레미콘 공장은 2025년 말 생산을 중단하고 750억원에 매각됐다(부지에는 아파트가 들어선다). 이 공장의 2024년 매출은 294억원으로 전체의 1.69%에 불과해, 매출 손실보다 고정비 절감과 현금 확보의 의미가 크다. 증권가에서는 합병 이후 점유율 1위 등극에 따른 경영 효율화와 ROE 개선을 기대 요인으로 꼽는다.
③ 정책이 만든 수요 기대. 2026년 8월 13일 발표된 23만호 주택공급 대책 이후 시멘트주가 일제히 움직였다. 8월 한 달 한일시멘트는 17% 넘게 올랐고(1개월 +24.7%), 신한투자증권은 8월 20일 목표주가를 21,000원으로 5% 상향하며 2027년 영업레버리지 본격화를 전망했다. 다만 정책 발표와 실제 착공 사이에는 시차가 있다. 시멘트는 착공이 시작돼야 출하가 따라붙는 후행 수요이고, 업계 스스로 "수혜는 시기상조"라는 반응을 내놓았다. 이 기대가 실적으로 바뀌는 시점은 2027년으로 보는 것이 현재의 컨센서스다.
④ 제품 기술. 2026년 8월 26일 계열사 한일산업과 공동 개발한 내한콘크리트 기술이 한국건축시공학회 기술성능 인증을 받았다. 영하 10도에서도 난방 장비 없이 강도를 확보해 겨울철 공사 중단을 줄이는 기술이다. 시멘트의 계절성을 깎는 방향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지만, 이 기술이 매출에 얼마나 기여하는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신사업이라기보다 기존 제품의 부가가치를 높이는 시도로 보는 편이 정직하다.
리스크
가장 큰 리스크는 단순하다. 착공이 돌아오지 않으면 원가절감의 여력은 곧 바닥난다. 2026년 상반기 이익 증가의 상당 부분이 부진했던 전년의 기저효과이고, 폐열발전·순환자원처럼 한 번 깔면 끝나는 개선은 반복해서 쓸 수 없다. 매출이 다시 빠지면 고정비 비중이 높은 시멘트 사업의 특성상 이익률은 빠르게 되돌아간다.
두 번째는 탄소 규제 비용이다. 6,514억원 규모의 친환경 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2050년 넷제로 로드맵을 따르는 의무 성격의 지출에 가깝고, 업황이 나쁜 구간에도 멈출 수 없다. 세 번째는 자본 배분이다. 배당성향 99%를 유지하면서 대규모 CAPEX를 병행하는 조합은 업황이 더 길게 눌릴 경우 차입에 의존하게 된다. 네 번째는 지배구조로, 2025년 ESG 종합등급은 한일홀딩스·한일시멘트 모두 B+이며 환경(A)·사회(A+)에 비해 거버넌스(B)가 뒤처진다. 전자투표·집중투표제 도입으로 지배구조 점수가 개선되고 있다는 점은 반대 방향의 사실이다.
종합
한일시멘트는 업계 점유율 1위를 확보한 직후 최악의 업황을 맞은 회사다. 합병으로 몸집과 시장 지위는 커졌지만 이익은 반토막 났고, 그 상태에서 배당은 그대로 유지했다. 스크리너 697위·50.9점은 이 상황을 그대로 반영한다 — 밸류에이션이 매력적이어서가 아니라, 원점수 자체가 하위권이고 저변동성 가점 3.2가 소폭 보탠 자리다. 판정은 '적정'이며 저평가가 아니다.
확인할 것은 셋이다. 첫째, 착공 지표가 실제로 출하량으로 이어지는지 — 정책 기대가 아니라 월별 시멘트 출하 통계로 봐야 한다. 둘째, 2026년 결산 배당의 방향. 배당성향 99%를 다시 감당할지, 아니면 조정할지가 자본 배분 원칙을 드러낸다. 셋째, 부산공장 잔금 유입과 친환경 투자 집행 속도가 잉여현금흐름에 남기는 자국이다. 이익이 회복되는 국면에서는 PER 16.9배라는 숫자가 빠르게 낮아지지만, 그 회복의 시점을 회사도 2027년으로 미뤄 말하고 있다는 사실은 기억해 둘 만하다.
이 글은 밸류체인 플랫폼의 스크리너 판정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판정 근거와 실시간 수치는 플랫폼 기업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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