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 검색
Korea Industry Intelligence는 반도체, 이차전지, 석유화학, 건설기계, 제약바이오, 방위산업 등 한국 주요 산업의 구조를 공개 자료로 분석합니다.
추천 가젯
[스크리너 톱700-693] 한일홀딩스 - PER 17배와 PBR 0.35배가 한 회사에 같이 서 있는 이유
밸류체인 플랫폼의 저평가 스크리너를 순서대로 뜯어보는 연재, 691~700번 구간입니다. 693번 한일홀딩스(003300). 기준일 2026-08-28, 스크리너 점수 51.0점 — 저평가 컷(67.2점)에 16.2점 모자란 '적정' 판정입니다. 저평가가 아니며, 컷과의 거리도 먼 축입니다. 가치함정 깃발은 green입니다.
시멘트를 만들지 않는 시멘트 회사
한일홀딩스는 시멘트를 직접 굽지 않는다. 2018년 8월, 당시 상장사였던 한일시멘트가 투자부문과 시멘트사업부문으로 인적분할하면서 존속법인이 사명을 한일홀딩스로 바꿔 남았고, 시멘트·레미콘·레미탈 사업은 신설법인 한일시멘트(300720)로 떨어져 나갔다. 003300이라는 티커가 분할 전 한일시멘트의 것을 그대로 물려받은 이유다. 이 회사가 파는 것은 제품이 아니라 지배력이다.
거느린 곳은 시멘트 업계 1위 한일시멘트(지분 59.8%), 레미콘과 콘크리트 혼화제의 한일산업, 시멘트 제품 유통의 한일L&C, 상사 부문 한일인터내셔널, 놀이공원 서울랜드(65.75%), 그리고 기업형 벤처캐피털 한일브이씨다. 한국신용평가는 2026년 6월 CP 등급 A2+를 신규 부여하며 이 회사 수익의 75.8%가 자회사 배당수익이라고 적었다.
| 연도 | 매출(억원) | 영업이익(억원) | 순이익(억원) |
|---|---|---|---|
| 2022 | 19,656 | 1,325 | 895 |
| 2023 | 23,631 | 2,650 | 1,043 |
| 2024 | 22,487 | 2,810 | 1,188 |
| 2025 | 19,305 | 1,233 | 316 |
2023년이 정점이었다. 2025년 매출은 1조9,305억원으로 2년 만에 18% 줄었고 영업이익은 2,810억에서 1,233억으로 반토막 났다. 이유는 회사가 아니라 전방에 있다. 2025년 국내 시멘트 내수 출하량은 3,650만톤으로 1991년 이후 34년 만의 최저치였다. 순이익 316억원은 영업이익의 4분의 1인데, 여기엔 지주사 특유의 사정이 겹쳐 있다 — 연결 자본 2조3,015억원 중 6,439억원이 비지배지분이다. 자회사가 번 돈의 상당 부분이 지배주주 몫에 닿기 전에 새어 나간다. 시가총액 5,907억원, 주가 19,160원 기준 PER 17.1배, PBR 0.35배, ROE 2.1%다.
왜 스크리너 693위인가
정직하게 말하면 밸류에이션이 이 자리를 만든 것이 아니다. 원점수 20.4점은 전 종목에서 하위권이고, 그것을 순위 기반으로 정규화하면 45.7점이다. 컷 67.2점은 바로 이 정규화된 눈금 위의 값이니, 이 회사는 가점을 받기 전부터 이미 컷 아래에 있었다. 여기에 순환매 +0.0(건설 산업 6개월 수익률 -12.5%, 밴드 중간)과 저변동성 +5.3이 얹혀 최종 51.0점이다. 가점 5.3점을 다 걷어내도 결론은 같다.
특이한 것은 주가다. 건설 업종이 6개월간 -12.5%인 동안 한일홀딩스는 +22.8% 올랐고 연초 대비로도 +17.0%, 52주 밴드 상단부(87%)에 있다. 업황이 최악인데 주가가 오른 것은 실적이 아니라 지주사 리레이팅 흐름 때문으로 보인다. 그 상승 자체가 원점수를 끌어내린 원인이기도 하다. 싸서 여기 있는 게 아니라, 이미 오를 만큼 올라서 여기 있다.
PER 17배와 PBR 0.35배가 한 회사에 같이 서 있는 이유
이 종목의 멀티플은 서로 반대 방향을 가리킨다. 건설 피어 40곳의 PER 중앙값이 8.1배인데 한일홀딩스는 17.1배로 피어의 2배 넘게 비싸다. 동시에 PBR은 0.35배로 자본의 3분의 1 값에 거래된다. 둘 다 같은 원인의 다른 표현이다.
PER 17.1배가 올라선 이익은 최근 4개 분기 지배주주 순이익 346억원이다. 자회사 연결이익 대부분이 비지배지분으로 빠지고 남은 잔액 위에 시가총액 전체가 얹히니, 지주사의 PER은 구조적으로 부풀 수밖에 없다. PBR 0.35배도 마찬가지다. 계산해 보면 명확하다. 보유한 한일시멘트 지분 59.8%의 시가만 7,455억원(한일시멘트 시총 1조2,466억원 기준)인데, 한일홀딩스의 시가총액은 5,907억원이다. 상장 자회사 지분 하나가 모회사 시총보다 1,548억원 크다. 서울랜드도 한일산업도 한일브이씨도 공짜로 얹힌 셈이다.
즉 이 회사의 낮은 PBR은 "자산이 저평가됐다"는 신호이기보다 한국 지주사에 관행적으로 붙는 지분가치 할인의 다른 이름이다. 할인이 좁혀지려면 자회사 이익이 늘거나, 그 지분이 만든 현금이 주주에게 돌아와야 한다.
2026년의 세 가지 축
① 통합 한일시멘트. 2025년 11월 1일 한일시멘트가 자회사 한일현대시멘트를 흡수합병했다(한일시멘트 보유 지분 77.8%, 신주 상장 11월 21일). 이 과정에서 한일홀딩스의 한일시멘트 지분율은 63.5%에서 59.8%로 낮아졌지만 지배력에는 변화가 없다. 통합 법인은 내수 점유율 20%를 넘어 1위가 됐고, 2026년 1분기 한일시멘트 영업이익은 170억원으로 전년 수준을 지켰다. 중복투자 제거와 물류 통합이 원가에서 실제로 얼마를 만들어내는지가 2026년의 첫 시험이다.
② 배당. 2025년 결산배당은 주당 1,000원, 총액 308억원으로 1969년 상장 이래 연속 배당 기록을 이어갔다. 현재가 기준 배당수익률은 5.2%다. 다만 그 대가로 배당성향이 97.66%까지 올라갔다 — 지배주주 순이익 316억원을 거의 전부 배당으로 내보냈다는 뜻이다. 2026년 3월에는 시멘트 업계 최초로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자율공시했고, 5월에는 자기주식 1,440주를 소각했다. 소각 금액은 1,851만원으로, 시가총액에 견주면 상징적 조치다.
③ 포트폴리오 정리. 2025년 서울랜드 지분 19.9%를 오너 일가(허남섭 전 회장·한덕개발)에 넘겨 지분율이 85.67%에서 65.75%로 내려갔다. 회사는 "자산 유동화와 재무구조 개선"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랜드는 2025년 영업손실 55억원을 냈고 서울대공원 운영권은 2027년 5월 만료된다. 벤처투자 자회사 한일브이씨는 300억원 규모 펀드를 조성해 2026년 첫 투자를 집행했으나, 지주사 이익에 유의미한 규모인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리스크
첫째는 자본 배치다. 2026년 7월 한일홀딩스는 서울 삼성동에 2,040억원을 들여 사옥을 마련한다고 밝혔다. 시가총액의 3분의 1이 넘는 금액이 자사주가 아니라 부동산으로 간다. 순자산의 3분의 1 값에 거래되는 회사의 자본 배치로 이 선택이 옳았는지는 시간이 답할 문제다.
둘째는 배당의 지속성이다. 배당성향 97.66%는 이익이 더 줄면 유지가 불가능하거나 자본을 헐어야 한다는 뜻이다. 2026년 1분기 매출은 3,956억원(-3.6%), 영업이익 124억원(-2.4%)으로 아직 회복 신호는 약하다. 한국시멘트협회는 2026년 내수 출하량을 3,600만톤으로 2025년보다 더 낮게 본다.
셋째는 재무와 지배구조다. 2026년 1분기 말 총차입금 8,952억원에서 현금 2,857억원을 뺀 순차입금이 6,095억원, 2025년 EBITDA 2,278억원 대비 2.7배다. 이자비용 330억원에 대한 영업이익 커버리지는 3.7배로 아직 여유가 있으나, 이익이 반토막 난 뒤의 수치다. 오너 일가 합산 지분은 69.65%로, 배당의 최대 수혜자와 배당을 결정하는 주체가 같다. 허기호 회장의 시세조종 혐의는 2025년 12월 항소심에서도 무죄가 유지됐고 공시의무 위반만 벌금 1억원으로 확정 수순을 밟았다 — 사법 리스크 자체는 해소 국면이다.
종합
한일홀딩스는 시멘트 1위 자회사를 거느린 고배당 지주사다. 그러나 스크리너 51.0점, 컷에서 16.2점 아래라는 판정은 이 회사의 낮은 PBR이 저평가가 아니라 지주사 할인이라는 사실을 정확히 반영한다. 배당수익률 5.2%는 매력적이지만 배당성향 97.66%가 그 이면이고, PER 17.1배는 피어의 두 배다. 사업의 실체는 여전히 시멘트 업황이라는 한 축에 묶여 있다.
확인할 것은 셋이다. 첫째, 통합 한일시멘트의 원가 절감이 2026년 2~3분기 영업이익률로 나타나는가. 둘째, 배당성향 97.66%를 2026년에도 유지할 수 있는가, 아니면 배당액이 조정되는가. 셋째, 2,040억원 사옥 이후의 자본 배치가 자사주 소각 같은 실질적 환원으로 이어지는가. 셋 다 지분가치 할인이 좁혀질지를 가르는 질문이다.
이 글은 밸류체인 플랫폼의 스크리너 판정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판정 근거와 실시간 수치는 플랫폼 기업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댓글
댓글 쓰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