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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너 톱700-691] 스틱인베스트먼트 - 이익은 났는데 현금은 펀드로 나갔다
밸류체인 플랫폼의 저평가 스크리너를 순서대로 뜯어보는 연재, 691~700번 구간입니다. 691번 스틱인베스트먼트(026890). 기준일 2026-08-28, 스크리너 점수 51.1점 — 저평가 컷(67.2점)에 16.1점 모자란 '적정' 판정입니다. 연재를 통틀어 판정선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구간이고, 여기에 가치함정 경고 깃발(red)까지 떠 있습니다. 다만 이 회사는 제조업이 아니라 사모펀드 운용사여서, 깃발이 가리키는 숫자를 그대로 읽으면 뜻을 놓칩니다. 그 지점부터 갈라 보겠습니다.
국내에 하나뿐인 '상장된 사모펀드 운용사'
스틱인베스트먼트는 1999년 출범한 토종 1세대 PEF 운용사다. 종목코드 026890은 원래 제조업체 디피씨의 것이었는데, 2021년 12월 디피씨가 100% 자회사이던 스틱인베스트먼트를 흡수합병하고 사명을 바꿨다. 이듬해 제조 사업부는 TS인베스트먼트 측에 700억원에 팔았다. 그래서 지금의 026890은 공장도 재고도 없는, 코스피에 상장된 국내 유일의 사모펀드 운용사다.
돈 버는 방식이 일반 기업과 다르다. 고객은 소비자가 아니라 연기금·공제회 같은 출자자(LP)이고, 수익은 세 갈래다. 맡아 운용하는 자산에 매년 붙는 관리보수, 펀드가 목표 수익을 넘겨 회수했을 때 떼는 성과보수, 그리고 회사가 직접 펀드에 넣은 자기 돈에서 나오는 투자수익이다. 2025년 연결 기준으로 관리보수 636억·성과보수 154억·투자수익 102억이었다. 운용자산(AUM)은 10조원대로 알려져 있다. 관리보수는 2022년 328억에서 2025년 636억까지 꾸준히 불어난 반면, 성과보수는 2024년 88억에서 2025년 154억으로 튀었다가 2026년 상반기 36억(전년 동기 96억)으로 다시 주저앉았다. 실적의 안정적인 뼈대는 관리보수이고, 이익의 진폭은 성과보수가 만든다. 성과보수는 펀드를 회수한 해에 몰리므로 해마다 들쭉날쭉한 것이 정상이다.
| 연도 | 매출(억원) | 영업이익(억원) | 순이익(억원) |
|---|---|---|---|
| 2022 | 604 | 103 | 158 |
| 2023 | 938 | 331 | 276 |
| 2024 | 795 | 134 | 93 |
| 2025 | - | 172 | 150 |
2025년 매출 칸은 플랫폼 DB에 값이 들어오지 않아 비어 있다. 공시(연결 사업보고서) 기준 2025년 영업수익은 912억원이다. 2023년의 이익 급증과 2024년의 급감은 회사가 나빠졌다 좋아졌다 한 것이 아니라 회수 시점이 몰렸다 흩어진 결과로 보는 편이 정확하다. 2026년 상반기는 영업수익 371억(전년 동기 434억)으로 외형이 줄었는데도 영업이익은 -10억에서 76억으로 흑자 전환했다. 투자자산 평가·처분에서 나오는 투자비용이 158억에서 43억으로 줄어든 덕이 크다. 즉 상반기 개선은 매출이 늘어서가 아니라 손실이 덜 나서다.
멀티플은 PER 14.2배·PBR 1.29배·ROE 9.1%, 시가총액 3,284억원(주가 8,470원)이다. 같은 금융 피어의 PER 중앙값은 9.0배다. 낮아 보이는 절대 숫자와 달리, 이 종목은 동종 집단보다 오히려 1.6배 비싼 자리에 서 있다.
왜 스크리너 691위인가
산술을 정확히 옮기면 이렇다. 밸류에이션 원점수는 30.5로 전 종목 중 하위권이다. 이 원점수를 전 종목 순위 기준 정규분포(평균 50·표준편차 15)로 옮기면 50.8점이 되고, 여기에 순환매 +0.0(소속 산업 6개월 -19.0%, 밴드 중간)과 저변동성 +0.3이 얹혀 최종 51.1점이다. 컷 67.2와 견줄 수 있는 눈금은 이 정규화 이후의 값이며, 그 기준으로 16.1점이 모자란다. 가점이 순위를 만든 것도, 감점이 밀어낸 것도 아니다. 밸류에이션 자체가 하위권이라 여기 있다. 그러니 이 글의 중심은 저평가 여부가 아니라 사업의 실체와 리스크다.
경고 깃발(red)의 실체 — 현금흐름 두 칸
가치함정 점수는 6점(4점 이상이 red)이다. 구성을 뜯어보면 재무 쪽 red 두 개가 4점, 나머지는 주가 쪽(6개월 -27.4% 하락 지속, 높은 연 변동성)이다. 재무 red의 정체는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순이익과 정반대로 마이너스라는 사실이다. 2024년 순이익 93억에 영업현금흐름 -210억, 2026년 상반기는 순이익 54억에 -537억이었다.
여기서 산식을 그대로 믿으면 오독한다. 제조업이라면 이 숫자는 "번 돈이 설비로 빠져나간다"는 뜻이지만, 이 회사의 2026년 상반기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2.7억에 불과하다. 설비투자가 사실상 없다. 대신 관계기업투자(펀드 출자 지분)가 반년 만에 1,782억에서 2,514억으로 732억 늘었다. 운용사가 자기 펀드에 넣는 GP 출자금이 회계상 영업활동에 잡히기 때문에, 펀드를 많이 결성할수록 영업현금흐름이 마이너스로 깊어지는 구조다. 깃발의 원인은 부실이 아니라 출자다.
그렇다고 무해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 출자금을 대느라 실제로 차입이 생겼다. 무차입이던 회사가 2025년 하반기 장기차입 300억을 일으켰고, 2026년 상반기에는 사채 200억 발행과 단기차입을 더해 총차입 720억(장기 500억·단기 220억)이 됐다. 현금성자산과 단기금융상품을 합친 329억을 빼면 순차입 약 390억이다. 자본 2,602억에 견주면 아직 가벼운 수준이고 2025년 이자보상배율도 30배를 넘지만, 방향이 바뀌었다는 것은 사실이다. 그리고 그 사이 배당이 멈췄다. 2026년 상반기 배당금 지급액은 0원으로, 전년 동기 90억에서 사라졌다. 현금이 나가는 곳이 주주에서 펀드로 옮겨간 것으로 보인다.
성장 동력 — 2기 체제의 실탄 장전
① 최대주주가 창업주에서 미국계로 바뀌었다. 2026년 1월 도용환 창업주가 지분 11.44%(476만9,600주)를 주당 12,600원, 총 600억원에 미국계 운용사 미리캐피탈에 넘겼다. 미리캐피탈 지분율은 26.88%(2026년 7월 기준)로 최대주주가 됐고, 도 전 회장은 경영에서 물러났다. 미리캐피탈은 이사회에 임직원을 파견하지 않고 운용 독립성을 보장하겠다고 밝힌 상태다. 해외 LP 자금 유치의 통로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있지만, 실제 자금 유치 실적은 아직 확인되지 않는다.
② 정책자금 대형 펀드. 2026년 7월 국민성장펀드 2차 출자에서 5,000억원 규모 스케일업 리그 위탁운용사로 선정됐다. 여기에 민간 자금을 더해 1조원대 블라인드 펀드 결성이 임박했다는 보도가 나온다. 관리보수는 결성 규모에 비례하므로, 이 펀드가 실제로 닫히면 향후 몇 년의 고정 수익이 한 단계 올라선다. 다만 국민성장펀드 결성 자체가 지연되고 있고, 최대주주가 외국계로 바뀐 데 따른 정책자금 심사 변수도 함께 거론된다.
③ 투자와 회수 양쪽이 동시에 돌고 있다. 2026년 초 세탁 프랜차이즈 크린토피아 지분 전체를 6,300억원에 인수했고, 8월에는 육아 앱 1위 키즈노트 인수를 추진 중이다. 회수 쪽에서는 고주파 치료기 업체 알에프메디컬 매각 절차가 8월 시작됐다. 항공부품사 율곡 인수전에는 참여했으나 VIG파트너스에 밀렸다. 회사가 밝힌 확장 방향은 시니어 케어·핀테크 등 버티컬 플랫폼이다.
④ 주주환원과 밸류업 계획. 행동주의 펀드 얼라인파트너스(지분 7.63%)가 2025년부터 자사주 소각을 요구하며 압박했고, 회사는 2026년 1월 19일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목표는 AUM 15조원·수수료 부과 운용자산(FPAUM) 11조원·ROE 10% 이상·연평균 총주주수익률(TSR) 20%다. 실행으로는 자사주 290만주 소각(4월 변경상장 완료), 7월 50억원 규모 자사주 취득, 자사주 일부를 임직원 성과보상(RSU) 재원으로 전환하는 조치가 이어졌다. 자기주식 장부가는 반년 만에 235억에서 113억으로 줄었다. 소각은 실행됐지만 배당은 멈췄으므로, 주주환원의 총량이 늘었는지는 다음 결산에서 확인해야 한다.
리스크
첫째, 회수 지연이다. 1,000억원 이상을 넣은 전기차 충전 기업 채비는 주가가 공모가의 40% 수준으로 밀려 원금 회수가 쉽지 않고, 롯데에너지머티리얼즈 투자 지분은 전량 담보로 묶였으며, 코오롱티슈진 CB는 전환가를 크게 밑돈다. 성과보수는 회수에서 나오므로 이 지연은 곧 이익의 지연이다. 서진시스템 앵커 프로젝트펀드 결성이 무산된 사례처럼 딜이 중간에 깨지기도 한다.
둘째, 이익의 진폭이다. 2026년 상반기 관리보수는 290억으로 전년 동기 316억보다 줄었다. 기존 블라인드 펀드가 소진·청산 국면에 들어간 영향으로 보이며, 신규 펀드가 제때 닫히지 않으면 고정 수익이 먼저 빠진다.
셋째, 지배구조다. 창업주 퇴진과 외국계 최대주주 등장은 안정화 요인이자 불확실성이다. 미리캐피탈은 경영 참여 여지를 남겨둔 것으로 전해지며, 최대주주 지분 26.88%와 임원 공동보유 블록 8%대가 앞으로 어떻게 움직일지는 확인되지 않는다.
종합
스틱인베스트먼트는 싸서 이 자리에 있는 종목이 아니다. 원점수 30.5는 밸류에이션이 하위권이라는 뜻이고, PER 14.2배는 금융 피어 중앙값 9.0배보다 높다. 붙어 있는 red 깃발도 부실의 신호라기보다 운용사 특유의 회계 구조가 산식에 걸린 결과에 가깝다 — 다만 그 출자를 차입으로 메우기 시작했고 배당이 멈춘 것은 실제 변화다. 판단의 축은 밸류에이션이 아니라 "2기 체제가 AUM을 실제로 키워 관리보수를 늘리느냐"다.
확인할 것 셋. ① 1조원대 신규 블라인드 펀드가 실제로 결성되는지, 그래서 관리보수 감소세가 돌아서는지. ② 알에프메디컬 등 회수가 성사돼 성과보수로 잡히는지. ③ 2025년분에서 멈춘 배당이 다음 결산에 재개되는지, 아니면 자사주 소각으로 대체되는지.
이 글은 밸류체인 플랫폼의 스크리너 판정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판정 근거와 실시간 수치는 플랫폼 기업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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