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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크리너 톱700-688] 세미파이브 - 매출은 두 배인데 점수는 51.2점인 이유
밸류체인 플랫폼의 저평가 스크리너를 순서대로 뜯어보는 연재, 681~690번 구간입니다. 688번 세미파이브(490470). 기준일 2026-08-28, 스크리너 점수 51.2점 — 저평가 컷(67.2점)에 16.0점 모자란 '적정' 판정입니다. 저평가가 아닙니다. 그리고 가치함정 주의 깃발(yellow)이 떠 있습니다. 매출이 1년 만에 두 배가 된 회사인데 점수는 하위권입니다. 그 간극이 이 글의 주제입니다.
고객의 아이디어를 파운드리 라인 위에 올려놓는 회사
세미파이브는 맞춤형 반도체(ASIC) 설계 플랫폼 기업이다. 칩을 직접 팔지 않고, 칩을 만들고 싶은 고객과 파운드리 사이에 서서 설계·검증·양산 관리를 대신 해준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공식 디자인솔루션파트너(DSP) 다섯 곳 중 하나로 분류된다. 2018년 미국 RISC-V 설계기업 사이파이브(SiFive)의 한국 지사로 출발했고, 지금도 사이파이브가 지분 14.8%를 쥔 최대주주다. 다만 의결권은 국내 경영진에게 양도돼 있어 경영권은 조명현 대표 체제로 유지된다는 것이 회사 설명이다. ㈜두산과 두산테스나가 합쳐 5.91%를 들고 3대 주주로 있고, 두산 측은 3년 보호예수를 걸어 설계-후공정으로 이어지는 협력 구도를 예고했다.
사업은 셋으로 갈린다. 고객 칩을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해주는 ASIC 턴키, 설계가 끝난 칩을 계속 찍어 넘기는 양산, 그리고 2022년 6,000만달러에 인수한 100% 자회사 아날로그비츠(Analog Bits)의 설계자산(IP) 라이선스다. 마지막 축이 가장 마진이 좋다. 한 번 실리콘 검증을 마친 IP를 다른 고객에게 표준품처럼 다시 팔 수 있기 때문이다.
| 연도 | 매출(억원) | 영업이익(억원) | 순이익(억원) |
|---|---|---|---|
| 2025 | 1,210 | -534 | -562 |
표가 한 줄뿐인 이유는 이 회사가 2025년 12월 29일에 상장한 신규 상장사여서 플랫폼 DB에 연간 재무가 아직 한 해치만 쌓여 있기 때문이다. 추세를 그릴 데이터가 없다는 점부터 짚고 시작해야 한다. 그 한 해의 내용은 매출 1,210억원에 영업손실 534억원, 순손실 562억원이다. 시가총액 5,226억원, 주가 15,360원 기준 PER은 -9.3배 — 음수다. 낮아 보이는 배수가 아니라 이익이 없다는 뜻이고, 피어(반도체 106개사) PER 중앙값 27.56배와는 애초에 견줄 수가 없다. PBR과 ROE는 플랫폼 지표에 0.00배·0.0%로 비어 있어 산출되지 않았다. 재무제표상 자본총계 2,205억원(부채 888억원, 부채비율 약 40%)으로 직접 계산하면 PBR은 2배대 중반으로 추정된다. 즉 이 종목은 자산 대비로도 싼 자리가 아니다.
왜 스크리너 688번인가
점수 산식을 그대로 옮기면 이렇다. 원점수 31.6은 전 종목 순위로 보면 하위권이다. 이 원점수가 순위 기반 정규분포 변환(평균 50·표준편차 15)을 거쳐 정규화 51.2점이 된다. 판정 컷 67.2도 이 눈금 위의 값이다. 여기에 순환매 가감이 붙어야 하는데, 소속 산업(반도체)의 6개월 수익률이 -16.0%로 밴드 중간이라 +0.0이다. 저변동성 항은 아예 적용되지 않았다 — 상장한 지 여덟 달이라 12개월 월수익률 표본이 10개에 미치지 못해 변동성을 구할 수 없다. 가점도 감점도 없이 정규화 51.2점이 그대로 최종 51.2점이다.
이 구간 다른 종목들은 순환매나 저변동성 가점이 순위를 만들어준 경우가 많은데, 세미파이브는 그 보정조차 없이 맨몸으로 51.2점이다. 컷까지 16.0점은 연재 전체에서 가장 먼 축에 든다. 밸류에이션이 이 순위를 만든 것이 아니라, 적자 기업이라 이익 기반 지표가 통째로 점수를 받지 못한 결과로 보는 것이 정확하다.
가치함정 주의 깃발(yellow)을 뜯어보면
깃발이 집을 만한 항목은 재무에 그대로 놓여 있다. 첫째, 2025년 영업손실 534억원에 순손실 562억원 — 이익이 아니라 손실이 TTM 기준선이다. 둘째, 같은 해 영업활동현금흐름이 -89억원으로 마이너스다. 벌어서 쓰는 구조가 아직 아니라는 뜻이다. 셋째, 주가가 3개월 -60.1%, 6개월 -43.8%로 무너졌고 현재가는 52주 밴드의 하위 7% 지점이다. 급락 자체가 가치함정 판정의 재료가 된다.
하나 더 눈에 걸리는 것은 결손금이다. 자본총계 2,205억원인 회사의 이익잉여금이 -6,152억원이다. 7년치 영업적자를 다 더해도 설명되지 않는 규모라, 상장 전 대규모로 발행했던 전환우선주(RCPS) 관련 회계상 평가손실이 섞인 것으로 보인다. 다만 그 내역을 항목별로 확인하지는 못했다 — 구체적 구성은 확인되지 않는다. 현금 쪽은 사정이 낫다. IPO로 1,306억원을 조달해 2025년 말 현금성자산이 794억원으로 전년 173억원에서 크게 늘었다. 당장의 유동성 위기를 가리키는 깃발은 아니라는 뜻이다.
성장 동력 — 숫자는 이미 두 배로 뛰었다
① 매출은 실제로 두 배가 됐다. 2026년 상반기 연결 매출 947억원(전년 동기 대비 +97%), 신규 수주 1,189억원이다. 반년 만에 지난해 연간 매출(1,209억원)의 78%, 연간 수주(1,684억원)의 71%를 채웠다. 1분기는 매출 479억원(+137%)에 영업이익 1억원으로 상장 후 첫 흑자를 냈다. 문제는 2분기다. 매출 468억원(+68.1%)에도 영업손실 110억원이 나면서 상반기 누적 -109억원으로 돌아갔다. 기존 ASIC 프로젝트의 예상 원가가 늘어난 것을 선제적으로 반영한 결과라는 것이 회사와 증권가의 설명이다. 진행률 기준으로 매출을 인식하는 용역형 사업에서 원가 재추정이 한 분기 손익을 통째로 뒤집을 수 있다는 사실이 그대로 드러난 셈이다.
② 양산과 IP — 일회성에서 반복 매출로. 이 회사가 파는 이야기의 핵심은 설계 용역에서 양산 출하로 무게중심을 옮기는 것이다. 양산은 마스크 독점 생산권을 근거로 고객 제품의 수명주기 내내 반복 매출이 나온다. 상반기 양산 신규 수주는 423억원으로 지난해 연간(212억원)의 두 배였고, 분기로는 1분기 156억원에서 2분기 267억원으로 71% 늘었다. 2분기 양산 수주의 45%(121억원)가 해외 고객이다. 6월 26일에는 일본에서 110억원대 HPC용 AI 반도체 양산 공급 계약을, 8월 24일에는 AI 반도체 기업과 총 182억원 규모(확정 123억원, 조건부 60억원) AI NPU ASIC 설계·공급 계약을 공시했다. IP 쪽은 더 앞서 있다. 아날로그비츠의 상반기 IP 매출 325억원으로 지난해 연간 305억원을 이미 넘었다. 4월에는 TSMC 2nm급(N2P) 공정 기반 신규 IP 제품군을 공개했다 — 삼성 파운드리 전속이 아니라는 점이 이 자회사의 값어치다. 다만 상반기 양산 매출은 80억원에 그친다. 수주와 매출 사이의 시차가 이 회사 실적의 최대 변수다.
③ 하반기 전망은 증권가 추정이지 확정이 아니다. 신한투자증권은 8월 27일 보고서에서 하반기 양산 매출이 상반기의 3배로 늘며 영업이익 흑자전환이 가능하다고 봤고, 연간 매출은 2,168억원(+79.2%)을 제시했다. 다만 같은 보고서에서 목표주가를 52,000원에서 23,000원으로 낮췄다(투자의견 매수 유지). 눈높이가 절반 아래로 내려간 상태에서의 회복 시나리오라는 점은 분명히 해둘 필요가 있다. 배당·자사주 등 주주환원 정책은 적자 기업 특성상 확인되지 않는다.
리스크
가장 큰 리스크는 오버행이다. 상장 당시 재무적투자자 지분이 60%에 육박했고, 이들은 보유분의 절반에만 1개월·3개월·6개월·9개월·1년 단위 보호예수를 걸었다. 1월 29일 5.9%, 3월 말 8.2%, 6월 29일 10%(323만4,980주)가 순차로 풀렸고 1년 확약분 41.1%가 남아 있다. 여기에 공모주식 수의 60%에 달하는 스톡옵션 물량이 별도로 대기한다. 3개월 -60%라는 낙폭이 실적만으로 설명되지 않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두산 측 지분도 상장 1년 뒤부터는 보유분의 25% 한도로 매월 제한적 처분이 가능하다.
사업 쪽 리스크는 두 가지다. 하나는 원가 리스크다. 2분기 손실이 보여줬듯 진행률 인식 구조에서는 프로젝트 원가 추정이 어긋나면 손익이 즉시 흔들린다. 다른 하나는 파운드리 의존이다. ASIC 턴키 사업은 삼성전자 파운드리의 수주 흐름과 사실상 한 몸이고, 국내 디자인하우스 다섯 곳(세미파이브·코아시아세미·에이디테크놀로지·가온칩스·알파칩스)이 상반기 합산 매출 3,494억원을 낸 것도 그 생태계의 호황 덕이다. 반대로 파운드리가 흔들리면 같은 방향으로 흔들린다. 8월 초 소수계좌 매수 집중으로 투자주의종목에 지정된 이력도 수급이 얇다는 신호로 읽어둘 만하다.
종합
세미파이브는 "싸서 이 자리에 있는 종목"이 아니다. 스크리너 51.2점은 적자 기업이 이익 기반 지표에서 점수를 받지 못한 결과이고, PBR로 봐도 2배대로 추정돼 자산 대비 할인 구간도 아니다. 반대로 성장은 숫자로 확인된다 — 상반기 매출 +97%, 양산 수주 두 배, IP 매출 연간치 조기 돌파. 이 회사는 밸류에이션으로 판단할 종목이 아니라 손익분기를 실제로 넘기는지로 판단할 종목이고, 스크리너 점수는 애초에 그런 질문에 답하도록 만들어진 도구가 아니다. 깃발이 노란 것은 그 불일치에 대한 경고로 읽는 것이 맞다.
확인할 것은 셋이다. (1) 3분기 실적에서 2분기의 원가 증가가 일회성이었는지, 하반기 흑자전환이 실제로 나오는지. (2) 상반기 423억원의 양산 신규 수주가 언제부터 매출로 인식되는지 — 상반기 양산 매출 80억원과의 간극이 좁혀지는 속도. (3) 남은 1년 확약분 41.1%와 스톡옵션 물량이 12월 말 이후 어떻게 처리되는지.
이 글은 밸류체인 플랫폼의 스크리너 판정과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한 분석이며, 특정 종목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책임은 투자자 본인에게 있습니다. 판정 근거와 실시간 수치는 플랫폼 기업 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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