굴착기와 로더를 진짜 움직이는 건 글로벌 OEM에 납품하는 한국 부품사들이다

HD현대건설기계, HD현대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볼보건설기계 이름은 익숙하다. 그런데 현장을 오래 보다 보면 시선이 조금 뒤로 간다. 굴착기와 로더가 흙을 딛고, 붐을 들고, 버킷을 흔드는 순간을 실제로 떠받치는 건 하부주행체와 유압, 전장, 어태치먼트 같은 부품이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이 회사들이 국내 완성차 협력사에 머물지 않는다는 점이다. 캐터필러, 볼보, 코마츠, 존디어 같은 글로벌 OEM에도 직접 들어가는 B2B 강자들이다.

건설기계 업종을 완성차만으로 읽으면 반만 보는 셈이고, 진짜 방어력은 여러 글로벌 OEM에 나눠 납품하는 부품사에서 나온다. 왜 지금 더 중요하냐고 묻는다면 답은 분명하다. 미국 인프라 투자와 리쇼어링, 데이터센터 건설, 광산 수요가 장비 사이클을 떠받치고 있어서다. 부품사는 특정 완성차 한 곳의 판매 등락에만 매이지 않는다. 게다가 전동화 굴착기와 무인화 흐름은 유압과 전장 부품에 새로운 수요를 만든다. 완성차의 얼굴이 바뀌어도 몸속 장기와 뼈대는 더 중요해지는 국면, 바로 지금이다.

하부주행체·단조 — 흙을 딛고 버티는 뼈대 (4개사)

하부주행체와 단조, 주강은 화려하지 않다. 하지만 굴착기가 흙 위에서 버티고 도는 데 가장 먼저 닳고, 가장 확실하게 성능 차이를 드러내는 부위다. 트랙롤러, 아이들러, 트랙링크, 트랙슈, 그리고 대형 주강품은 눈에 잘 안 띄어도 장비의 내구성과 원가를 좌우한다.

하부주행체·단조 쪽 한국 강자들의 진짜 경쟁력은 국내 OEM 하청이 아니라 캐터필러·볼보·코마츠 같은 글로벌 고객사에 바로 닿아 있다는 사실이다. 진성티이씨는 하부주행체 트랙롤러·아이들러·트랙링크에서 캐터필러향 비중이 높은 국내 대표 기업이다. 대창단조는 트랙링크·트랙슈 등 중장비 단조부품을 캐터필러, HD현대, 볼보, 코마츠, 존디어에 공급한다. 흥국은 트랙롤러·캐리어롤러·아이들러·텐션실린더를 볼보와 HD현대건설기계에 납품한다. 동일금속은 건설기계·크레인용 대형 주강품을 연 2만t급으로 만들며 Manitowoc 등 글로벌 고객에 공급한다. 이런 회사들은 장비 판매가 어느 한 브랜드에서 주춤해도 다른 OEM과 지역 수요로 일부 방어가 가능하다. 현장에선 이런 분산이 생각보다 크다. 누구 장비가 더 잘 팔리느냐보다, 누가 여러 장비에 동시에 들어가느냐가 더 중요할 때가 많다.

기업주력
진성티이씨하부주행체(undercarriage) 트랙롤러·아이들러·트랙링크 — 캐터필러향 비중 높은 국내 대표
대창단조트랙링크·트랙슈 등 중장비 단조부품 — 캐터필러·HD현대·볼보·코마츠·존디어 공급
흥국하부주행체 트랙롤러·캐리어롤러·아이들러·텐션실린더 — 볼보·HD현대건설기계
동일금속건설기계·크레인용 대형 주강품(연 2만t급) — Manitowoc 등 글로벌 공급

유압·전장 — 건설기계의 힘과 두뇌 (3개사)

건설기계의 심장은 엔진만이 아니다. 힘을 실제 동작으로 바꾸는 유압펌프와 모터, 실린더, 메인컨트롤밸브가 있어야 팔이 움직이고 차체가 돈다. 그리고 요즘 장비는 전장 없이는 경쟁이 안 된다. 컨트롤러 MCU, 클러스터, 와이어링하네스가 붙어야 장비가 더 정밀해지고 더 똑똑해진다.

전동화와 무인화가 올수록 유압·전장 부품의 존재감은 줄어드는 게 아니라 오히려 더 커진다. 모트롤은 유압펌프, 주행·스윙모터, 메인컨트롤밸브 MCV에서 국내 1위이고 두산밥캣 자회사다. 비상장이라 숫자가 덜 드러날 뿐, 국산 유압 핵심부품의 상징 같은 회사다. 디와이파워는 건설기계 유압실린더 국내 1위로 매출의 약 97%가 이 분야에서 나온다. 고객도 HD현대인프라코어, 두산밥캣, 볼보로 분명하다. 프리엠스는 건설기계 종합 전장 기업으로 컨트롤러 MCU, 클러스터, 와이어링하네스를 HD현대건설기계와 HD현대인프라코어에 공급한다. 전동화 굴착기라고 유압이 사라지나. 무인화 장비라고 배선과 제어가 덜 중요해지나. 오히려 반대다. 동작을 더 미세하게 제어하고 상태를 더 정확히 읽어야 하니, 유압과 전장의 단가와 역할이 같이 올라갈 가능성이 크다.

기업주력
모트롤(Mottrol)유압펌프·주행/스윙모터·메인컨트롤밸브(MCV) 국내 1위 — 두산밥캣 자회사(비상장)
디와이파워건설기계 유압실린더 국내 1위(매출 ~97%) — HD현대인프라코어·두산밥캣·볼보
프리엠스건설기계 종합 전장(컨트롤러 MCU·클러스터·와이어링하네스) — HD현대건설기계·인프라코어

어태치먼트·유통 — 팔 끝의 도구와 서비스 (4개사)

장비의 팔 끝에서 돈이 만들어지는 경우가 많다. 유압브레이커, 크러셔, 퀵커플러 같은 어태치먼트는 현장 작업성을 바꾸고, 장비 활용도를 넓힌다. 여기에 콘크리트펌프카 같은 인접 장비와 유통·정비 서비스까지 붙으면 단순 제조를 넘어선 생태계가 된다.

어태치먼트와 유통은 경기 민감 업종처럼 보이지만, 실제론 교체·서비스 수요와 해외 판로가 버팀목이 되는 영역이다. 대모엔지니어링은 유압브레이커·크러셔·퀵커플러 어태치먼트 국내 1위이고 80여국에 수출하는 세계 3대 업체다. 수산세보틱스는 구 수산중공업으로, 유압브레이커·어태치먼트에 더해 유압드릴·크레인 같은 특장도 한다. 현대에버다임은 구 에버다임으로 콘크리트펌프카, 어태치먼트, 소방차, 타워크레인을 갖춘 회사이고 현대백화점그룹 계열이다. 혜인은 캐터필러 건설기계 국내 공식 딜러로서 유통과 정비를 맡는다. 장비 한 대를 파는 것보다 그 장비가 계속 돌아가게 만드는 서비스가 더 오래 남는다는 건 업계 상식이다. 부품과 어태치먼트, 딜러 네트워크가 붙으면 사이클의 골이 생각보다 얕아진다.

기업주력
대모엔지니어링유압브레이커·크러셔·퀵커플러 어태치먼트 국내 1위 — 80여국 수출(세계 3대)
수산세보틱스(구 수산중공업)유압브레이커·어태치먼트 + 특장(유압드릴·크레인)
현대에버다임(구 에버다임)콘크리트펌프카·어태치먼트·소방차·타워크레인 — 현대백화점그룹
혜인캐터필러 건설기계 국내 공식 딜러·정비(유통·서비스)

앞으로 무엇을 볼 것인가

앞으로의 판은 꽤 선명하다. 미국 인프라 투자와 리쇼어링은 토목과 공장 건설을 자극하고, 데이터센터 건설은 장비 가동 시간을 늘리며, 광산 수요는 대형 장비와 소모성 부품의 흐름을 받친다. 완성차는 브랜드별 부침이 더 또렷할 수 있지만, 부품사는 여러 OEM과 여러 지역으로 나눠 납품할수록 방어력이 생긴다. 한국의 하부주행체, 단조, 유압, 전장, 어태치먼트 업체들이 눈여겨보이는 이유가 여기 있다. 한 회사의 판매량보다 여러 회사의 생산계획에 동시에 걸쳐 있는 구조, 이게 생각보다 단단하다.

다음 사이클의 승부처는 많이 파는 완성차 한 곳이 아니라 글로벌 고객을 분산 확보한 부품사와 전동화·무인화 수요를 먼저 잡는 회사들이다. 전동화 굴착기와 무인화 장비는 새롭지만, 완전히 낯선 시장은 아니다. 유압은 더 정교해져야 하고, 전장은 더 복잡해진다. 서비스와 정비의 가치도 더 커진다. 그래서 건설기계를 볼 때 완성차 로고만 보면 자꾸 중요한 것을 놓친다. 현장을 굴러가게 만드는 건 결국 보이지 않는 부품과 그것을 꾸준히 공급하는 B2B 강자들이다.

※ 본 글은 공개 자료를 웹 검증해 사명·주력사업·시장지위를 정리한 것이며, 일부 평가는 필자 견해입니다. 투자 판단의 직접 근거가 아닙니다.

작성: 2026. 7. 이알렉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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