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방산 수출붐 뒤에서 진짜 돈이 흐르는 소부장 숨은 강자들

폴란드로 K9 자주포와 K2 전차가 나가고, 중동으로 천궁과 FA-50 이야기가 이어질 때 시장의 스포트라이트는 늘 한화에어로스페이스, KAI, LIG넥스원, 현대로템 같은 체계업체에 먼저 꽂힌다. 그런데 막상 무기를 움직이고, 쏘게 하고, 맞히게 하고, 버티게 하는 것은 변속기와 포신, 적외선 시커와 탄약, 복합재와 방호소재다. 이름은 덜 알려졌지만 한국 방산의 국산화율을 실제로 끌어올린 쪽은 이런 소부장 협력사들이다. K-방산 수출 붐의 진짜 낙수효과는 완성체보다 오래, 더 끈질기게 소부장으로 흘러간다.

이유는 단순하다. 수출은 한 번 선적하고 끝나는 거래가 아니다. 후속군수지원과 MRO가 붙고, 물량은 반복되며, 부품 교체와 정비 수요는 오히려 시간이 갈수록 두터워진다. 더구나 수출 협상장에서 중요한 것은 최종 조립 능력만이 아니다. 핵심 부품을 얼마나 자국 공급망으로 묶어놨는지, 대체 가능한지, 장기적으로 끊김 없이 납품할 수 있는지가 곧 협상력이다. 체계업체의 화려한 수주 공시 뒤에서 소부장 기업들의 숫자를 다시 봐야 하는 이유, 바로 여기에 있다.

항공·우주 구조·소재 — 기체와 복합재를 만드는 손 (6개사)

항공·우주 구조·소재는 겉으로 잘 드러나지 않지만, 방산 수출의 체급을 바꾸는 분야다. 기체구조물과 특수원소재, 초고온 복합재 같은 것들은 한 번 국산화에 성공하면 단순 하청이 아니라 공급망의 입구를 쥐게 된다. 아스트는 보잉 B737 후방동체 Section48과 스트링거를 맡는 국내 유일 보잉 동체 제조사이고, 하이즈항공은 B787 주익과 B737 부품 가공에서 보잉과 COMAC 단독공급 지위를 갖고 있다.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는 티타늄과 니켈 같은 항공용 특수원소재와 구조물, 창정비에 더해 우주발사체 부품까지 다루며 스페이스X와 록히드에 공급한다. 이엠코리아는 방산·항공 정밀부품 CNC 가공으로 바닥 체력을 쌓아온 회사다.

더 흥미로운 대목은 복합재다. 데크카본은 초고온 탄소복합재 기반 항공기 카본 브레이크를 F-16과 T-50에 국산화 독점공급하고 있고, 코오롱데크컴퍼지트는 초고온 탄소-탄소 복합재로 발사체 노즐과 노즈콘을 맡아왔으며 지금은 코오롱스페이스웍스로 재편됐다. 이런 회사들은 화려한 완성체 뉴스에 가려지기 쉽지만, 실제로는 항공기와 발사체의 성능, 수명, 정비비를 좌우하는 손이다. 보잉 동체부터 카본 브레이크와 발사체 복합재까지, 항공우주 소부장은 한국 방산 수출의 보이지 않는 기초체력이다.

기업주력
아스트(AST)보잉 B737 후방동체(Section48)·스트링거 — 국내 유일 보잉 동체 제조사
하이즈항공항공 기체구조물(B787 주익·B737 부품) 가공 — 보잉·COMAC 단독공급(Sole Source)
켄코아에어로스페이스항공용 특수원소재(티타늄·니켈)·구조물·창정비 + 우주발사체 부품 — 스페이스X·록히드 공급
이엠코리아방산·항공 정밀부품 CNC 가공 + 수소충전소(자회사 이엠솔루션)
데크카본초고온 탄소복합재 항공기 카본 브레이크 — F-16·T-50 국산화 독점공급(비상장)
코오롱데크컴퍼지트초고온 탄소-탄소(C-C) 복합재·발사체 노즐·노즈콘 — 코오롱스페이스웍스로 재편(비상장)

방산 전자·센서·통신 — 무기의 눈과 신경 (6개사)

방산 전자·센서·통신은 무기의 눈과 신경에 해당한다. 여기서 국산화가 안 되면 수출은 늘 어딘가에 목이 잡힌다. 아이쓰리시스템은 적외선 영상센서와 검출기에서 국내 유일 군수용 IR 시커 양산 역량을 갖고 유도무기 탐색기 국산화를 해낸 회사다. 천궁 같은 유도무기 수출이 커질수록 이런 탐색기 계열의 존재감은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빅텍은 전자전 방향탐지장치, 방산 전원공급, 피아식별 IFF를 한화시스템과 LIG넥스원에 납품하고, 퍼스텍은 천궁-II 등을 포함한 유도무기 구동장치와 안전장전장치를 맡는다.

전장 환경은 센서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코츠테크놀로지는 K2전차와 잠수함에 들어가는 방산 견고화 임베디드 컴퓨터와 군용 디스플레이를 공급하고, 휴니드테크놀러지스는 군 전술통신 무전기와 지휘통제 C4I를 맡는다. 유텔은 레이더, 유도무기, 전자전용 RF·마이크로웨이브 T/R 모듈과 주파수합성기를 LIG넥스원과 ADD에 공급한다. 전자전과 유도무기, 통신체계가 한 덩어리로 팔리는 시대에 이런 하위체계가 비어 있으면 완성체 수출은 생각보다 쉽게 흔들린다. 적외선 시커와 전자전, 유도무기 구동장치의 국산화는 K-방산이 스스로 보고 듣고 맞히는 능력을 확보했다는 뜻이다.

기업주력
아이쓰리시스템적외선(IR) 영상센서·검출기 — 국내 유일 군수용 IR 시커 양산, 유도무기 탐색기 국산화
빅텍전자전 방향탐지장치·방산 전원공급·피아식별(IFF) — 한화시스템·LIG넥스원 납품
퍼스텍유도무기 구동장치·안전장전장치(천궁-II 등) + 무인기(자회사 유콘시스템) — 후성그룹
코츠테크놀로지방산 견고화 임베디드 컴퓨터·군용 디스플레이 — K2전차·잠수함 탑재
휴니드테크놀러지스군 전술통신 무전기·지휘통제(C4I) — 보잉이 2대주주
유텔레이더·유도무기·전자전용 RF/마이크로웨이브 T/R 모듈·주파수합성기 — LIG넥스원·ADD(비상장)

기동·화력·화기 — 전차·자주포·총포를 움직이다 (5개사)

기동·화력·화기 분야는 K-방산 수출의 실전감을 가장 선명하게 보여주는 곳이다. K9 자주포와 K2 전차가 왜 꾸준히 해외에서 거론되는지 보려면 차체 바깥 도색보다 안쪽의 구동계와 포열을 봐야 한다. SNT다이내믹스는 자주포와 전차 변속기를 국내 독점으로 맡고 있고, 중구경 화기인 기관포와 함포도 한다. 구 S&T중공업 시절부터 쌓아온 역량은 K9과 알타이 수출 이력에서 이미 드러났다. 변속기는 눈에 띄지 않지만, 이게 흔들리면 기동전력의 신뢰성 자체가 흔들린다.

현대위아는 K9 포신과 K2 주포 등 화포 포신을 국내 유일하게 제작한다. 유일하다는 말은 독점력만 뜻하는 게 아니다. 제작 노하우와 품질보증, 장기 정비까지 함께 묶인다는 이야기다. SNT모티브는 K1·K2·K3 제식 총기의 계보를 잇고 있고, 한일단조는 155mm 포탄과 유도탄체 단조를 담당한다. 연합정밀은 MIL 규격 국산화 커넥터와 케이블 어셈블리를 전 방산업체에 공급한다. 전차와 자주포, 총포는 결국 거대한 하위체계의 집합이다. 변속기와 포신, 포탄 단조와 군용 커넥터를 쥔 회사들이야말로 K9과 K2 수출의 실제 생산 지속성을 떠받치는 축이다.

기업주력
SNT다이내믹스자주포·전차 변속기 국내 독점 + 중구경 화기(기관포·함포) — 구 S&T중공업, K9·알타이 수출
SNT모티브K1·K2·K3 제식 총기(구 대우정밀) + 자동차 모터·파워트레인 겸업
현대위아K9 포신·K2 주포 등 화포 포신 국내 유일 제작 (현대차그룹 방산 재편 진행 중)
한일단조155mm 포탄·유도탄체 단조 + 자동차 액슬샤프트 단조
연합정밀방산 커넥터·케이블 어셈블리(MIL 규격 국산화) — 전 방산업체 공급(비상장)

탄약·방호·함정 — 쏘고, 막고, 띄우다 (4개사)

탄약·방호·함정은 전쟁의 가장 기본적인 질문으로 돌아가게 만든다. 얼마나 오래 쏠 수 있나, 얼마나 잘 막을 수 있나, 얼마나 안정적으로 바다에 띄울 수 있나. 풍산은 소구경부터 대구경까지 종합탄약을 국내 유일하게 하는 회사다. 신동 사업을 함께 하지만 이익의 다수가 방산에서 발생한다는 점은 괜히 나오는 말이 아니다. 탄약은 소모품이다. 수출 물량이 커질수록 초기 납품보다 후속 공급의 의미가 더 커진다. 삼양컴텍은 국내 최초 방탄복 개발 이력을 갖고 있고, 방탄복·방탄판·세라믹 장갑으로 K2전차, K21, 수리온의 방호소재를 맡아왔다.

해군 쪽으로 가면 또 다른 숨은 강자들이 보인다. 스페코는 구축함용 함안정기, 워터젯, 조타기에서 해군 독점 공급 지위를 갖고 있고, 대양전기공업은 함정과 잠수함용 전자·전기 시스템을 담당한다. 여기에 선박용 조명과 MEMS 센서까지 겹친다. 함정 수출은 선체만 보내는 사업이 아니다. 운용 신뢰성과 정비 체계가 따라붙어야 한다. 함정 하위체계의 국산화는 생각보다 훨씬 긴 돈이 되는 구조다. 종합탄약과 방호소재, 함정 하위체계는 한 번의 수주보다 훨씬 긴 후속 수요를 만드는 방산 소부장의 현금흐름 원천이다.

기업주력
풍산소구경~대구경 종합탄약 국내 유일 + 신동(구리) 겸업 — 이익의 다수가 방산에서 발생
삼양컴텍방탄복·방탄판·세라믹 장갑 — K2전차·K21·수리온 방호소재, 국내 최초 방탄복 개발
스페코구축함용 함안정기(스태빌라이저)·워터젯·조타기 — 해군 독점 + 아스팔트플랜트·풍력타워 겸업
대양전기공업함정·잠수함용 전자·전기 시스템 + 선박용 조명(국내 지배적)·MEMS 센서

앞으로 무엇을 볼 것인가

앞으로 더 중요한 것은 숫자 큰 완성체 수주 헤드라인이 아니라, 그 수주를 얼마나 높은 국산화율로 소화하느냐다. 부품 국산화율은 단순한 자존심 문제가 아니다. 수출 협상력이고, 납기 통제력이고, 공급망 안보다. 적외선 시커를 누가 만드나, 포신을 어디서 뽑나, 변속기와 탄약을 국내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돌릴 수 있나. 이런 질문에 자신 있게 답할 수 있어야 체계업체도 가격과 일정, 후속지원 조건에서 주도권을 잡는다. 부품 국산화율이 높을수록 K-방산은 더 비싸게 팔 수 있고, 더 오래 공급할 수 있으며, 외부 변수에도 덜 흔들린다.

그리고 시장이 아직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 것이 있다. MRO와 후속군수지원이다. K9, K2, 천궁, FA-50이 해외에 더 많이 깔릴수록 교체 부품과 정비, 성능개량 수요는 길게 따라온다. 완성체 업체가 문을 열면 그 뒤로 들어가는 것은 결국 소부장이다. 낙수효과라고 하면 흔히 막연한 기대부터 떠올리지만, 방산에서는 다르다. 낙수는 부품번호와 정비주기, 재고계약과 추가 물량으로 찍힌다. 이 판에서 진짜 오래 버는 회사가 누구인가. 의외로 답은 늘 현장 가까이에 있다.

※ 본 글은 공개 자료를 웹 검증해 사명·주력사업·시장지위를 정리한 것이며, 일부 평가는 필자 견해입니다. 투자 판단의 직접 근거가 아닙니다.

작성: 2026. 7. 이알렉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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