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산은 없지만 한국은 왜 소재에서 강한가

한국은 자원 빈국이다. 철광석도, 구리 원광도, 희토류도, 배터리 광물도 대부분 밖에서 들어온다. 그런데 이상하지 않은가. 원광은 거의 들여오는데, 제련과 소재, 가공과 회수에서는 세계 시장이 한국 기업 이름을 안다. 이 역설의 중심에 고려아연, LS MnM, 성일하이텍, 성림첨단산업, 그리고 종합상사들이 있다.

한국의 경쟁력은 땅속에서 캐는 힘이 아니라 들여온 원광과 버려진 폐기물에서 다시 금속을 뽑아내고, 그것을 산업용 소재로 바꾸고, 필요한 자원을 끝내 확보해 흐르게 만드는 힘에 있다. 지금 이 구조는 더 중요해졌다. 중국의 희토류·흑연 수출통제, 구리 슈퍼사이클, EU 배터리법 같은 변화 앞에서 이제 산업의 승부는 누가 더 많이 캐느냐가 아니라 누가 더 잘 제련하고, 더 많이 순환시키고, 더 안정적으로 확보하느냐로 옮겨가고 있다.

누가 원광을 소재로 바꾸는가 — 제련 (5개사)

한국 소재 산업의 뼈대는 제련이다. 고려아연은 아연·연 제련 세계 1위이자 단일 제련소 기준 최대 규모를 내세우고, 금·은 등 20여 종 유가금속 회수 능력까지 갖췄다. 원광을 들여와 금속을 분리하고, 그 과정에서 부산물과 동반 금속까지 챙기는 정교함이 한국형 경쟁력의 핵심이다. 도시광산과 2차전지 소재로 확장하는 흐름도 자연스럽다. LS MnM은 국내 유일 동제련 회사로 순도 99.99% 전기동을 만들고 금·은·황산도 회수한다. 구리가 전력망, 데이터센터, 전기화의 기본 금속이 된 지금 왜 이 회사가 다시 주목받는지 설명이 길 필요가 있을까.

한국 제련의 힘은 원광을 비싸게 사서도 더 많은 금속과 부산물을 끝까지 회수해 부가가치를 남기는 기술과 운영에 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를 기반으로 아연 제련을 맡고, 풍산은 신동과 방산을 통해 구리를 실제 산업용 소재로 바꾼다. 포스코와 현대제철도 철광석과 원료탄을 수입해 고로 제철로 연결하고 건설·자동차·조선으로 흘려보낸다. 결국 한국 제조업은 광산보다 제련소와 공장에 더 많이 기대고 있다.

기업주력
고려아연아연·연 제련 세계 1위(단일 제련소 최대) — 금·은 등 20여 종 유가금속 회수, 도시광산·2차전지 소재로 확장
LS MnM국내 유일 동제련 — 순도 99.99% 전기동, 금·은·황산 회수. 구리 슈퍼사이클 수혜(구 LS니꼬동제련)
영풍아연 제련(석포제련소) — 고려아연과 영풍그룹
풍산신동(구리·황동 압연)·방산(탄약) — 구리 가공 소재
포스코·현대제철철광석·원료탄 수입 → 고로 제철 → 건설·자동차·조선

누가 폐기물에서 광물을 되찾는가 — 도시광산·재활용 (4개사)

이제 광물은 광산에서만 나오지 않는다. 폐배터리와 전자폐기물에서도 나온다. 성일하이텍은 국내 대표 폐배터리 리사이클 기업으로 블랙매스에서 리튬·니켈·코발트를 습식제련으로 회수한다. 토리컴은 전자폐기물에서 금·은·팔라듐을 회수하는 국내 1위 기업이고, LS MnM 자회사다. 버려진 기기와 배터리가 사실상 또 다른 광산이 된 셈이다.

도시광산은 자원 빈국 한국이 수입 의존을 그대로 견디지 않기 위해 스스로 만든 두 번째 광산이다. 고려아연 켐코는 황산니켈과 전구체를 생산하며 2차전지 양극재 소재 공급망에 들어가 있고, 포스코HY클린메탈도 폐배터리 블랙매스를 습식제련한다. EU 배터리법처럼 배터리 원료의 추적과 순환이 중요해질수록 이런 기업들의 존재감은 더 커진다. 캐지 못하면 되찾아야 한다. 지금 한국은 그 방향으로 아주 현실적으로 움직이고 있다.

기업주력
성일하이텍폐배터리 리사이클(블랙매스→리튬·니켈·코발트 습식제련) 국내 대표
토리컴전자폐기물(e-waste) 귀금속(금·은·팔라듐) 회수 국내 1위 — LS MnM 자회사
고려아연 켐코(KEMCO)황산니켈·전구체 — 2차전지 양극재 소재(LG화학 합작)
포스코HY클린메탈폐배터리 블랙매스 습식제련 — 포스코·화유코발트 합작

누가 전략 소재를 만드는가 — 소재·기자재·자석 (5개사)

제련이 금속을 만드는 단계라면, 소재 산업은 그 금속을 산업의 언어로 번역하는 단계다. 성림첨단산업은 국내 유일하게 NdFeB 네오디뮴 영구자석을 양산하는 기업이다. 연 1,000톤급 생산능력을 갖췄지만 원료인 희토류는 중국 의존이 크다. 바로 이 지점이 한국 소재 산업의 강점과 약점을 함께 보여준다. 가공과 제조는 해내는데, 원료는 아직 흔들린다.

전략 소재의 승부는 원료를 가진 나라가 아니라 그 원료를 산업에 꼭 맞는 형태로 가공해내는 나라가 먼저 가져간다. 한국야금과 대구텍은 초경합금 절삭공구를 만든다. 초경합금은 텅스텐 카바이드 같은 소재 위에서 성능이 갈린다. 코리아텅스텐은 텅스텐 가공을 맡고, 알몬티대한중석은 영월 상동광산에서 2025년 텅스텐 채굴 재개를 추진한다. 세계 최대급 매장량이라는 기대가 있는 만큼, 만약 원료 자립의 실마리가 현실이 된다면 한국 텅스텐 밸류체인의 의미는 한층 커질 수밖에 없다.

기업주력
성림첨단산업국내 유일 NdFeB 네오디뮴 영구자석 양산(연 1,000톤급) — 원료(희토류)는 중국 의존
한국야금(Korloy)초경합금 절삭공구 — 텅스텐 카바이드 소재
대구텍(TaeguTec)초경합금 절삭공구 — 버크셔 해서웨이 IMC그룹 계열
코리아텅스텐텅스텐 가공(히터·도가니·필라멘트)
알몬티대한중석영월 상동광산 텅스텐 채굴 재개(2025) — 세계 최대급 매장량, 원료 자립 기대

누가 자원을 확보하고 흐르게 하는가 — 트레이딩·자원개발 (4개사)

좋은 제련소와 공장이 있어도 원료가 제때 안 들어오면 산업은 멈춘다. 그래서 종합상사는 한국 자원 산업의 숨은 혈관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미얀마 가스전, 구리, 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 트레이딩을 통해 자원을 확보하고 흐르게 한다. LX인터내셔널도 인도네시아 석탄과 니켈 등 자원개발에 나서고 있다. 현대코퍼와 삼성물산 상사도 원자재 트레이딩과 소재 유통에서 실무적인 역할을 맡는다.

공급망 위기 시대에 종합상사와 공공 비축은 단순 유통업이 아니라 제조업을 멈추지 않게 하는 산업안보 인프라다. 여기에 광해광업공단과 조달청이 해외 자원개발 지원과 전략광물 비축을 맡는다. 민간이 다 할 수 없는 영역은 결국 공공이 받쳐야 한다. 가격이 오를 때만 부산스럽게 찾고 평소엔 잊는다면, 위기 때 가장 비싼 값을 치르게 된다. 자원은 늘 그런 식으로 돌아왔다.

기업주력
포스코인터내셔널종합상사 — 미얀마 가스전·구리·우크라이나 곡물터미널·트레이딩
LX인터내셔널종합상사 — 인니 석탄·니켈 등 자원개발(구 LG상사)
현대코퍼·삼성물산 상사원자재 트레이딩·소재 유통
광해광업공단(KOMIR)·조달청해외 자원개발 지원 + 전략광물 비축(공공)

앞으로 무엇을 볼 것인가

앞으로 한국 원자재 산업의 경쟁력은 광산 보유량이 아니라 연결 능력에서 판가름날 가능성이 크다. 고려아연과 LS MnM 같은 제련, 성일하이텍과 토리컴 같은 순환, 성림첨단산업과 초경합금 기업들의 가공, 포스코인터내셔널과 LX인터내셔널 같은 확보와 트레이딩이 따로 노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공급망으로 이어질 때 힘이 생긴다. 중국이 희토류와 흑연을 쥐고 흔들고, 구리가 전략 금속이 되어가는 시대에 한국이 믿을 것은 바로 이 촘촘한 연결망이다.

지금 한국에 필요한 것은 더 많은 광산 신화가 아니라 제련·재활용·전략 소재·트레이딩을 한 덩어리 산업안보 체계로 묶어내는 실행력이다. 원광 100% 수입이라는 약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약점만 보고 있으면 한국 산업의 진짜 강점을 놓친다. 캐지 못해도 만들 수 있고, 버려진 것에서 다시 뽑아낼 수 있고, 세계 어디서든 확보해 공장까지 흘려보낼 수 있다. 바로 그 능력 때문에 한국은 자원 빈국이면서도 소재 강국이라는, 꽤 끈질긴 역설을 버텨내고 있다.

※ 본 글은 공개 자료를 웹 검증해 사명·주력사업을 정리한 것이며, 일부 평가는 필자 견해입니다. 투자 판단의 직접 근거가 아닙니다.

작성: 2026. 7. 이알렉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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