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점기업-3] 매일 아침 우리가 쌓는 벽
아침에 눈을 뜨면, 나는 아직 이불 속에 있는 채로 손을 뻗어 휴대폰을 집는다. 그리고 거의 아무 생각 없이 노란색 아이콘을 누른다. 밤사이 도착한 메시지 몇 개를 확인하고, 그 다음엔 초록색 검색창을 열어 날씨와 뉴스를 훑는다. 이 순서는 언제부터 인가 정해져 있었다. 내가 정한 기억은 없는데, 어느새 그렇게 되어 있었다.
앞선 두 이야기에서 나는 남이 세워 준 벽에 관해 썼다. 국가가 법으로 세운 벽 안에는 강원랜드가 살았고, 한때 국가가 세웠다가 이제는 그 잔해 위에 서 있는 벽 안에는 KT&G가 살았다. 그리고 자연이 이치로 세운 벽 안에는 한국전력공사와 한국가스공사가 살았다.
오늘의 벽은 조금 다르다. 이 벽을 세운 것은 국가도 자연도 아니다. 다름 아닌 우리다. 매일 아침 아무 생각 없이 같은 아이콘을 누르는, 우리의 습관.
습관이라는 건 이상한 재료다. 벽돌이나 법조문과 달리 손에 잡히지도 않고 눈에 보이지도 않는다. 그런데 어떤 습관은, 수천만 명이 같은 시각에 같은 동작을 반복하는 사이에 놀랄 만큼 단단한 벽이 된다. 그 벽 안에 사는 두 회사가 카카오와 네이버다. 우리가 매일 아침 스스로 한 겹씩 더 쌓아 올리는 벽.
아무도 먼저 나가지 않아서 서 있는 벽
2025년 말 기준 카카오톡의 국내 월간 이용자는 약 4,895만명이다. 이 나라 인구가 5,100만명 남짓이니, 갓난아기와 아주 나이 든 분들을 빼면 사실상 온 국민이 쓰는 셈이다. 이런 숫자는 흔치 않다. 강원랜드도 KT&G도, 이렇게까지 완벽하게 한 나라를 덮지는 못했다. 그들은 시장을 가졌지만, 국민을 가지지는 못했다.
재미있는 건 이 벽이 서 있는 이유다. 내가 카카오톡을 떠나지 못하는 것은, 카카오톡이 다른 메신저보다 특별히 뛰어나서가 아니다. 그냥 내 친구들이 전부 거기 있어서다. 그리고 내 친구들도 똑같은 이유로 떠나지 못한다. 자기 친구들이 거기 있으니까. 결국 아무도 그 앱을 특별히 원해서 쓰는 게 아니라, 아무도 먼저 나가지 않아서 다 같이 남아 있는 것이다. 이런 걸 어려운 말로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른다. 나는 그냥, 다 같이 갇혀 있는 편안함이라고 부르고 싶다.
세상에서 가장 튼튼해 보이는 벽이다. 그런데 조금 더 들여다보면, 이 벽에도 묘한 균열이 보이기 시작한다.
| 지표 | 수치 | 덧붙이는 말 |
|---|---|---|
| 매출 | 약 8조 991억원 | 처음 8조 돌파, 역대 최대 (+3%) |
| 영업이익 | 약 7,320억원 | 역대 최대 (+48%) |
| 카카오톡 국내 MAU | 약 4,895만명 | 2025년 말 기준, 인구의 약 94% |
| 커머스 연간 거래액 | 약 10조 6,000억원 | +6% |
※ 2025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료는 각 사 공시.
2025년 카카오의 매출은 8조 원을 처음 넘겼고, 영업이익은 7,320억 원으로 역대 최대를 찍었다. 얼핏 화려하다. 그런데 그 안을 들여다보면 조금 다른 그림이 나온다. 매출은 겨우 3% 늘었는데, 영업이익은 48%나 뛰었다.
이게 무슨 뜻일까. 새 손님이 늘어서 번 돈이 아니라는 뜻이다. 늘어날 손님이 애초에 없기 때문이다. 인구의 94%가 이미 쓰고 있는데, 대체 어디서 새 사람을 더 데려온단 말인가. 그래서 카카오는 사람 수를 늘리는 대신, 이미 벽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서 조금씩 더 많은 돈을 받는 쪽으로 방향을 틀었다. 광고를 늘리고, 선물하기를 권하고, 화면 구석구석에 살 것을 놓아둔다.
그리고 저 48%에는 또 하나의 사연이 있다. 카카오는 한때 문어처럼 다리를 뻗던 회사였다. 계열사가 가장 많을 때 146개. 미용실 예약에도, 골프에도 다리가 하나씩 가 있었다. 그 다리들이 돈을 벌었느냐 하면, 대체로 아니었다. 그래서 지난 몇 년간 이 회사가 한 일은 다리를 자르는 것이었다. 2년 만에 33개의 다리가 사라졌고, 회사 스스로는 이 작업을 구조 개선이라고 부른다. 적자를 내던 다리가 떨어져 나가니 이익이 뛰었다. 물론 광고와 택시와 결제가 실제로 자란 몫도 있다. 하지만 3%짜리 매출 성장이 48%짜리 이익 성장으로 바뀐 마법의 큰 부분은, 성장이 아니라 다이어트다. 저울 눈금은 좋아졌지만, 근육이 붙어서라기보다 살을 빼서다. 그리고 다이어트에는 누구나 아는 한계가 있다. 뺄 살이 떨어지면, 그 다음엔 무엇을 하나.
이 다이어트를 시장이 어떻게 보는지는 주가가 말해 준다. 역대 최대 이익을 발표하고 몇 달이 지난 2026년 여름, 카카오의 주가는 3년 내 고점의 절반 아래, 바닥 언저리를 기고 있다. 회사는 가장 많이 벌었다고 말하고, 시장은 가장 낮은 값을 부른다. 이 어긋남이 뜻하는 바는 하나다. 시장은 살을 빼서 만든 이익과 근육이 붙어서 낸 이익을 구별할 줄 안다는 것.
벽 바깥의 사정도 쓸쓸하다. 한때 세계로 뻗어 나가겠다던 카카오톡의 해외 이용자는 5년 사이 660만명에서 500만명 언저리로 줄었다. 국내에서는 앱을 크게 뜯어고쳐 봐도 이용자 수가 좀처럼 꿈쩍하지 않는다. 늘지도, 줄지도 않는다. 그사이 사람들의 시간은 조금씩 다른 곳으로 새어 나간다. 유튜브로, 인스타그램으로, 몇 초짜리 짧은 영상들 속으로. 벽은 여전히 높지만, 그 안에 머무는 시간은 예전만큼 길지 않다. 그래서 카카오는 올봄, 그 화면 안에 인공지능을 들였다. 카나나라는 이름의, 대화의 맥락을 읽고 먼저 말을 거는 물건이다. 5천만 명이 쓰는 메신저를 5천만 명이 쓰는 AI로 바꿔 보겠다는 것이다. 벽은 그대로 두고, 벽 안에서 할 수 있는 장사를 바꿔 보려는 참이다.
높이를 아무도 모르는 벽
네이버의 벽은 검색이라는 습관 위에 서 있다. 무언가 궁금할 때 초록색 창부터 먼저 여는 습관. 이 습관 역시 오래됐고, 여전히 단단하다. 그런데 이 벽에는 카카오와는 다른 종류의 묘한 구석이 있다. 벽의 높이를, 사실은 아무도 정확히 모른다는 점이다.
국내 웹사이트의 로그를 기준으로 재는 곳에서는, 2025년 네이버의 검색 점유율이 62.9%로 나온다. 구글은 30% 남짓. 3년 만에 다시 60%대를 회복했다는 기분 좋은 이야기다. 그런데 전 세계 웹 트래픽을 기준으로 재는 다른 곳에서는, 2025년 가을 구글이 네이버를 처음으로 앞질렀고, 2026년 봄에도 구글 47% 대 네이버 42%로 그 역전이 이어진다고 말한다.
같은 나라의 같은 검색 시장인데, 누구에게 물어보느냐에 따라 네이버는 압도적인 1위이기도 하고, 밀려나는 2위이기도 하다. 더 기이한 일도 있었다. 네이버가 AI 탭이라는 걸 내놓은 2026년 봄, 한쪽 눈금이 하루 만에 81%까지 치솟은 것이다. 벽이 갑자기 높아진 걸까. 그날은 세상이 유난히 시끄러워 검색이 몰린 날이었고, 눈금을 재는 곳 스스로도 전체 검색량이 줄면 점유율이 올라 보이는 착시가 있다고 인정했다. 습관의 벽은 눈에 보이지 않는 탓에, 그 높이를 재는 자마다 서로 다른 눈금을 갖다 대고, 그 눈금마저 가끔 미끄러진다.
눈금이 이렇게까지 흔들리는 데에는 이유가 있다. 사람들의 습관 자체가 움직이고 있어서다. 국내 이용자의 절반 이상이 이미 챗GPT를 써 봤고, 그 비율은 1년 새 15%포인트 가까이 올랐다. 더 눈여겨볼 것은 그 다음이다. AI에게 물어서 답이 시원치 않으면, 예전에는 검색창으로 돌아갔다. 이제는 돌아가지 않고 그 자리에서 질문을 고쳐 다시 묻는다. 검색이라는 습관이, 질문이라는 다른 습관으로 조용히 갈아타는 중이다.
이것이 네이버에게 왜 심각한가 하면, 이 회사의 오래된 장사가 정확히 그 습관 위에 지어져 있기 때문이다. 검색 광고란 결국 질문의 옆자리를 파는 장사다. 궁금한 사람에게 링크 열 개를 보여 주고, 그중 위쪽을 돈 받고 판다. 그런데 AI는 링크를 주지 않는다. 답을 준다. 답만 받은 사람은 어떤 자리도 지나가지 않는다. 그래서 네이버는 이제 답의 옆자리를 팔아 보려 한다. AI가 요약해 주는 화면에 광고를 정식으로 붙이기 시작하는 날짜가 2026년 7월 21일. 질문의 옆자리를 판 지 이십몇 년, 답의 옆자리를 파는 장사는 이제 막 개시하는 셈이다. 그 자리가 예전 자리만큼 값이 나갈지는, 아무도 모른다.
| 지표 | 수치 | 덧붙이는 말 |
|---|---|---|
| 매출 | 약 12조 350억원 | 역대 최대 (+12.1%) |
| 영업이익 | 약 2조 2,081억원 | +11.6% |
| 서치플랫폼 매출 | 약 4조 1,689억원 | +5.6% (검색이라는 본채) |
| 커머스 매출 | 약 3조 6,884억원 | +26.2% (검색 위에 올린 새 방) |
※ 2025년 연결 재무제표 기준. 자료는 각 사 공시.
네이버가 카카오와 갈라지는 지점이 여기에 있다. 카카오가 성장이 멈춘 벽에서 살을 깎아 이익을 만들었다면, 네이버는 검색이라는 오래된 벽 위에 부지런히 새 방을 지어 올렸다. 2025년 네이버의 매출은 12조 원을 넘겨 역대 최대를 기록했는데, 그 성장의 대부분은 검색 자체가 아니라 그 옆에 붙여 놓은 것 들에서 나왔다. 커머스 매출은 한 해 만에 26%나 늘었다.
사람들이 검색하러 들어왔다가, 그 김에 물건을 사고 결제를 하고 웹툰을 본다. 검색이라는 문지방을 넘어온 사람을, 네이버는 좀처럼 다시 내보내지 않는다. 실제로 본채의 사정은 예전 같지 않아서, 검색 부문의 매출은 지난해 4분기에 처음으로 뒷걸음질을 쳤다.
여기에 요즘은 인공지능이 더해졌다. 네이버는 지난해 광고 매출이 자란 몫의 절반 이상이 AI 덕분이라고 말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다만 그것은 AI가 옛 벽을 지켜 주고 있다는 말이지, 새 벽 위에서 돈을 벌고 있다는 말은 아직 아니다. 벽이 언제까지 버틸지 아무도 모르니, 버티는 동안 그 위에 지을 수 있는 것은 다 지어 두려는 사람처럼 보인다.
우리가 세운 벽은 우리가 허문다
세 번째 벽까지 와서 보니, 벽에도 저마다 성격이 있다는 걸 알겠다.
국가가 세운 벽은 국가가 허물고, 자연이 세운 벽은 좀처럼 허물어지지 않는다. 전선망을 두 벌 깔 이유는 앞으로도 생기지 않을 테니까. 그런데 습관이 세운 벽은 조금 다르다. 가장 높아 보이지만, 실은 가장 불안한 벽이다. 남이 세워 준 벽은 남이 허물지만, 우리가 세운 벽은 우리가 허물 수 있기 때문이다. 그것도 아주 조용히. 어느 날 아침, 수천만 명이 손을 뻗어 다른 아이콘을 누르기 시작하는 것만으로. 게다가 이 벽은 무너지는 방식도 다르다. 누가 와서 부수는 게 아니라, 재료가 바뀐다. 수천만 명이 조금 다른 동작을 하기 시작하면, 벽은 서 있는 채로 천천히 다른 벽이 되어 간다.
물론 그런 일이 내일 당장 벌어지지는 않을 것이다. 습관은 무겁고, 4,900만명이 한꺼번에 방향을 바꾸는 일은 좀처럼 일어나지 않는다. 하지만 벽 안에 머무는 시간이 조금씩 짧아지고 있다는 것, 새로 들어올 사람이 더는 남아 있지 않다는 것, 그리고 벽의 높이를 재는 눈금마다 답이 달라지기 시작했다는 것. 이 작은 신호들을 카카오와 네이버는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두 회사가 메신저와 검색이라는 본채 위에 광고와 커머스와 AI라는 새 방을 쉬지 않고 지어 올리는 이유가 거기에 있다. 벽 자체는 돈을 벌어 주지 않는다. 메시지도 검색도 공짜니까. 돈은 언제나, 그 벽 안에 사람을 붙들어 둔 다음에야 벌린다. 그래서 한쪽은 더 자를 살이 없는 몸으로 새 장사를 찾고, 다른 한쪽은 질문의 옆자리가 식기 전에 답의 옆자리를 개시한다. 벽은 그대로인데, 벽 안에서 해 오던 장사의 본질이 발 밑에서 바뀌고 있는 것이다.
높은 연봉, 짧은 근속
그런데 습관이 세운 이 벽은, 직원에게는 조금 다르게 작동한다.
| 회사 | 평균 연봉 | 평균 근속연수 |
|---|---|---|
| 네이버 | 약 1억 2,900만원 | 약 7.4년 |
| 카카오 | 약 1억 200만원 | 약 5.5년 |
※ FY2025 사업보고서 별도 기준. 1인당 값은 연결 매출을 별도 인원으로 나눈 것이라 자회사 몫이 섞여 있다.
연봉은 두 회사 모두 1억 원을 넘어 신의 직장 소리를 듣지만, 평균 근속은 5년에서 7년. 앞서 다룬 독점기업의 절반에도 못 미친다. 벽은 높은데 사람은 자주 드나든다. 습관이 세운 벽은 소비자는 오래 가둬 두지만, 정작 그것을 만드는 사람들은 그리 오래 붙잡아 두지 못한다.
한때는 그 문이 반대 방향으로만 붐볐다. 코로나 무렵까지, 취업 준비생들은 네카라쿠배라는 주문 같은 말을 외웠다. 네이버, 카카오, 라인, 쿠팡, 배달의민족.
공장과 사무실의 회색 풍경에 익숙한 나라에서, 통유리 건물과 영어 이름과 자율 좌석은 미국 드라마에서 보던 실리콘밸리의 냄새를 풍겼다. 다들 그 냄새를 향해 걸었다. 물론 들어가 보면 그 안에도 한국이 있었다. 영어 이름 뒤에 서열이 있었고, 자율 뒤에 눈치가 있었다. 그래도 우리가 상상해왔던 일반적인 한국의 직장의 모습 보다는 나았다.
문제는 다른 데서 왔다. 개발자라는 직업의 영토가 바뀌기 시작한 것이다. 코드를 이제 AI가 쓴다. 한 사람이 앞 단(프론트엔드)과 뒷 단(백엔드)을 다 만지는 것은 특기가 아니라 기본이 되었고, 세 명이 하던 일의 경계가 흐려진다. 회사들은 AI로 다음 성장을 만들겠다고 말한다.
맞는 말일 것이다. 다만 그 AI라는 문맥 안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자리가 어디인지는, 문장 어디에도 적혀 있지 않다. 벽 안에서 장사의 본질이 바뀌고 있다고 앞에서 썼는데, 그 벽을 쌓는 사람들에게는 일의 본질이 바뀌고 있는 셈이다. 몇 년 전 그 주문을 외우던 사람들은 네카라쿠배라는 벽 안으로 들어가는 문을 찾고 있었다. 지금 벽 안에 있는 사람들은, 자기 영역이 어디까지 벽인지를 더듬고 있다.
나는 오늘 아침에도 노란 아이콘과 초록 아이콘을 눌렀다. 아마 내일 아침에도 그럴 것이다. 다만 이제는, 그 무심한 손동작 하나가 실은 두 거대한 회사의 벽에 벽돌을 한 장 더 얹는 일이라는 걸 안다. 그리고 요즘은 가끔, 세 번째 아이콘을 먼저 누르는 날이 있다. 무언가 궁금할 때, 검색창 대신 질문창을 여는 날이. 우리는 매일 아침, 우리를 가두는 벽을 우리 손으로 조금씩 더 쌓는다. 그리고 언젠가 그 벽을 허무는 것도, 결국 같은 손일 것이다.
다음 이야기는 네 번째 벽에 관한 것이다. 이번엔 한 회사가 아니라 몇몇 회사가 함께 손을 잡고 세운 벽이다. 우리 손안의 통신비가 어째서 늘 엇비슷한 지, 이동통신 세 회사의 조용한 균형에 대해 써 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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