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반도체의 진짜 승부처는 메모리가 아니라 EUV 바깥의 빈칸이다

요즘 반도체 얘기에서 다들 HBM만 봅니다. 맞는 말입니다. 지금 국내 간판을 세우는 이름도 SK하이닉스, 삼성전자니까요. 그런데 저는 오히려 그 뒤를 봐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한국 반도체의 돈은 아직도 메모리와 미세공정에서 나오지만, 산업의 목줄은 EUV 노광기와 검사·계측가 쥐고 있습니다.

이게 왜 중요하냐고요. 잘하는 곳은 정말 잘합니다. DRAM/NAND 메모리 설계, HBM, DRAM 10nm급 미세공정은 국내 강점 기술로 묶입니다. 반대로 EUV 노광기는 격차가 8입니다. 검사·계측장비는 5, EUV 포토레지스트와 식각장비는 4, AI 가속기/NPU도 4. 앞단과 뒷단이 같이 강한 산업이 아니라는 뜻입니다. 좋게 말하면 선택과 집중이고, 나쁘게 말하면 병목이 선명합니다.

돈은 메모리에서 벌고, 주도권은 장비와 시스템이 가져간다

반도체 밸류체인은 길지만, 돈의 흐름은 의외로 단순합니다. 소재/화학에서 시작해 장비를 통과하고, 설계와 제조에서 부가가치가 크게 붙고, 패키징/테스트와 모듈/부품을 거쳐 응용/시스템에서 최종 판이 갈립니다. 한국은 이 가운데 소재 일부, 세정장비, 메모리 설계, HBM, DRAM 미세공정에서 강합니다.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후성의 고순도 불화수소, 세메스와 케이씨텍의 세정장비, 그리고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축이 대표적이죠.

문제는 가장 큰 협상력이 항상 한국이 강한 구간에만 있지 않다는 점입니다. 설계에서 AI 가속기/NPU가 비어 있고, 제조 앞단의 EUV 노광기와 검사·계측장비가 약하면, 메모리에서 아무리 잘해도 산업 전체 이익의 상단이 눌립니다. 쉽게 말해 공정은 잘 돌리는데 판을 짜는 쪽은 남이 쥔 겁니다.

단계설명세부 분야
소재/화학반도체 제조에 필요한 원자재 및 화학·소재 (HBM·EUV·첨단패키징 공정 소재 포함)웨이퍼, 포토레지스트, 특수가스, CMP슬러리, 타겟/전구체, 세정/식각액 등
장비반도체 제조 공정 장비 (전공정·후공정·HBM/첨단패키징 장비 포함)노광장비, 증착장비, 식각장비, 세정장비, 열처리장비, 이온주입장비 등
설계(Fabless)반도체 설계 및 IP (AI 가속기, HBM/CXL 컨트롤러, 실리콘 포토닉스 포함)AP/모바일칩, AI/NPU, 디스플레이IC, 전력반도체(PMIC), 아날로그IC, CIS/센서 등
제조(Foundry/IDM)웨이퍼 제조 및 파운드리 (HBM, GAA 2nm, SiC/GaN 포함)메모리(DRAM), 메모리(NAND), 파운드리, IDM, 전력반도체제조, 화합물반도체
패키징/테스트후공정 패키징 및 테스트 (HBM·CoWoS·하이브리드본딩·글라스 기판)기판(Substrate), 범프/솔더볼, OSAT, 첨단패키징, 테스트장비, 본딩장비
모듈/부품반도체 모듈 및 부품 (CXL 메모리, PCIe 5/6 SSD 포함)메모리모듈, CXL메모리/메모리익스팬더, SSD, MLCC/수동소자, PCB, 카메라모듈 등
응용/시스템최종 응용 제품 및 시스템 (AI 데이터센터, 온디바이스 AI, 피지컬 AI 포함)스마트폰, PC/노트북, 서버/데이터센터, 자동차반도체, 온디바이스AI/엣지AI, AR/VR/XR(공간컴퓨팅) 등

잘하는 건 세계 톱인데, 없는 건 너무 없다

국산화라는 말, 반도체에서는 함부로 쓰면 안 됩니다. 다 국산화할 수 있는 산업이 아니기 때문입니다. 대신 어디는 따라붙었고 어디는 사실상 손도 못 댔는지를 냉정하게 봐야 합니다.

반도체 국내 vs 글로벌 기술 수준 비교

한국의 기술지도는 강점이 메모리 축에 몰려 있고, 취약점은 EUV와 계측, 비메모리 연산에 몰려 있습니다. 강점 기술을 보면 고순도 불화수소, 세정장비, DRAM/NAND 메모리 설계, HBM, DRAM 10nm급입니다. 이건 실제 생산성과 수율, 공급 안정성으로 연결되는 꽤 단단한 자산입니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같이 이름을 올린 항목이 많다는 건, 기업 한 곳의 우연한 선전이 아니라 산업 기반이 있다는 뜻입니다.

하지만 취약 기술 목록은 더 뼈아픕니다. EUV 노광기 격차 8은 그냥 크다는 수준이 아닙니다. 검사·계측장비 5도 만만치 않고, EUV 포토레지스트와 식각장비가 4, AI 가속기/NPU도 4입니다. 이 조합이 의미하는 바는 분명합니다. 공정 미세화의 핵심 장비, 수율을 잡는 눈, 그리고 메모리 바깥의 연산 두뇌가 비어 있다는 겁니다. HBM을 아무리 잘 만들어도 최종 시스템 권력은 NVIDIA와 TSMC 같은 축으로 기울 수밖에 없습니다. 냉정하게 말하면, 지금 한국은 잘하는 분야에서 압도적일 수는 있어도 산업 전체 게임의 룰메이커는 아닙니다.

아래 표: 기술별 국내·글로벌 TRL(기술성숙도 1~9)과 주요 기업

기술국내글로벌수준주요 기업
소재
EUV 포토레지스트59취약·격차4동진쎄미켐, SK머티리얼즈퍼포먼스
웨이퍼에 빛을 쪼여 회로 모양을 새길 때, 빛을 받은 부분만 화학적으로 녹거나 굳게 만드는 '감광액(빛에 반응하는 잉크)'입니다. 사진 필름이 빛을 받으면 상이 맺히는 원리와 같습니다. EUV(극자외선)는 파장이 13.5nm로 기존 빛(193nm)보다 14배나 짧아 광자 에너지가 매우 세고 한 번에 쏘는 광자 수가 적어, 적은 빛으로도 또렷한 패턴을 만드는 고감도·저결함 감광액 설계가 극도로 어렵습니다. 최근에는 기존 유기 고분자형의 한계를 넘기 위해, 금속산화물 입자를 쓰는 '메탈옥사이드 레지스트(MOR)'로 무게중심이 옮겨가고 있습니다. 일본 3개사가 세계 시장의 약 80~90%를 쥐고 있어, 국내는 ArF용은 따라잡았지만 EUV용은 아직 초기 양산 검증 단계입니다.
고순도 불화수소(에칭가스)89양호·격차1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후성
웨이퍼에서 필요 없는 부분을 화학적으로 깎아내거나(식각) 세정하는 데 쓰는 초고순도 가스·액체입니다. 핵심은 순도인데, 불순물이 10억분의 1 수준인 11 nine(99.999999999%)이어야 하고, 최첨단 공정은 12 nine까지 요구합니다. 금속 불순물 한 알갱이만 섞여도 미세 회로에 누설전류를 일으켜 칩이 불량이 되기 때문입니다. 작동은 단순해 보이지만, 이 순도까지 정제·운반·보관하는 공정 자체가 고난도 화학기술입니다. 2019년 일본이 수출을 막자 국내 기업들이 단기간에 양산 국산화에 성공해 대표적 '극복 사례'가 됐고, 현재는 기체(무수불산) 영역까지 자립도를 높이는 중입니다.
실리콘 웨이퍼69주의·격차3SK실트론
반도체를 그려 넣는 둥근 실리콘 판(기판)으로, 모든 칩이 이 위에서 만들어지는 '도화지'입니다. 모래에서 뽑아낸 초고순도 실리콘을 녹인 뒤, 씨앗 결정을 담가 천천히 끌어올리며 하나의 거대한 단결정 기둥(잉곳)으로 키우고(초크랄스키법), 이를 얇게 잘라 거울처럼 연마합니다. 원자 배열이 한 방향으로 완벽히 정렬돼야 전자가 매끄럽게 흐르기 때문에 결정 결함 관리가 핵심입니다. 지름이 클수록(300mm) 한 장에서 칩을 더 많이 뽑아 원가가 낮아져 현재 300mm가 주력입니다. 최근에는 전기차 전력반도체용 SiC(탄화규소) 웨이퍼가 새 성장축으로 떠올랐는데, SK실트론이 미국 듀폰의 SiC 사업을 인수해 이 분야에 가세했습니다.
CMP 슬러리68추격·격차2케이씨텍, 동진쎄미켐
회로를 층층이 쌓을 때마다 표면을 거울처럼 평탄하게 갈아주는 연마액입니다. CMP(화학적 기계적 연마)는 미세한 연마 입자가 든 액체를 흘리며 패드로 문질러, 화학반응으로 무르게 만든 표면을 기계적으로 깎는 이중 작용을 씁니다. 표면이 조금이라도 울퉁불퉁하면 그 위에 다음 층 회로를 EUV로 또렷이 그릴 수 없어, 칩이 수십 층 쌓이는 현대 공정에서 매 단계 필수입니다. 깎는 대상(산화막·구리·텅스텐)마다 입자 종류와 화학 조성을 다르게 맞춰야 해 슬러리 종류가 수백 가지에 달합니다. 미국 카봇과 일본 후지미가 우위지만 국내사가 일부 품목을 대체하며 비중을 늘려가고 있습니다.
전구체(Precursor)68추격·격차2디엔에프, 한솔케미칼, 솔브레인
웨이퍼 위에 원자 단위로 얇은 막을 입힐 때 그 막의 '원료'가 되는 특수 화합물 가스·액체입니다. 증착 장비 안에서 전구체가 분해되며 웨이퍼 표면에 원하는 원소(실리콘·금속·산소 등)를 한 층씩 내려놓습니다. ALD(원자층증착)는 전구체를 흘렸다가 멈추고 다시 다른 가스를 흘리는 동작을 반복해, 원자 한 겹씩 정밀하게 막을 쌓는데 이때 전구체의 순도와 반응성이 막 품질을 결정합니다.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더 얇고 균일한 막이 필요해 고부가 전구체 수요가 빠르게 늘고, 국내 화학사들이 High-k(고유전율) 절연막용 등 고난도 품목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습니다.
장비
EUV 노광기19취약·격차8(ASML 독점) 국내 부품·계측 참여
극자외선(EUV)으로 7nm 이하 초미세 회로를 웨이퍼에 '인쇄'하는 장비로, 반도체 공정의 최정점입니다. 빛으로 회로를 그리는데, EUV는 파장이 13.5nm로 매우 짧아 일반 유리 렌즈를 통과하지 못해 빛을 모두 '거울로 반사'시켜 모으는 반사광학계를 씁니다. 광원은 녹인 주석 방울에 강력한 레이저를 초당 5만 번 때려 플라즈마를 만들어 얻는데, 이 모든 과정이 진공에서 일어납니다. 기술 난도가 극도로 높아 네덜란드 ASML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만들며, 한 대 가격이 2천억원이 넘고 차세대 High-NA(고개구율) 모델은 5천억원대입니다. 최근 인텔·삼성·TSMC가 High-NA 장비 도입을 시작했고, 확보 대수 자체가 미세공정 캐파를 좌우합니다.
식각장비(Etch)59취약·격차4세메스, 에이피티씨, 에이치피에스피
감광액으로 그린 패턴을 따라 웨이퍼를 실제로 깎아내는 장비입니다. 가스를 전기로 들뜨게 해 '플라즈마(이온·전자가 섞인 활성 상태)'로 만든 뒤, 이 반응성 입자를 웨이퍼에 때려 원자 단위로 정밀하게 식각합니다. 핵심은 옆으로 번지지 않고 수직으로 곧게 파 들어가는 능력인데, 낸드가 300단 넘게 높아지면서 종횡비(깊이÷폭)가 50:1을 넘는 깊고 좁은 구멍을 똑바로 뚫는 고난도 식각이 승부처가 됐습니다. 전공정 장비 투자에서 노광·증착과 함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며, 미국 램리서치와 일본 도쿄일렉트론이 시장을 양분합니다. 국내사는 일부 유전체·금속 식각 챔버를 공급하며 내재화를 늘려가는 중입니다.
증착장비(CVD/ALD)58주의·격차3주성엔지니어링, 원익IPS, 테스
웨이퍼 위에 원자 단위로 얇은 막(절연막·금속막)을 입히는 장비입니다. CVD(화학기상증착)는 반응가스를 흘려 표면에서 화학반응으로 막을 쌓고, ALD(원자층증착)는 가스를 번갈아 흘려 원자 한 겹씩 정밀하게 적층합니다. ALD는 한 번에 한 층만 쌓이는 '자기제한 반응'이라 두께를 옹스트롬(0.1nm) 단위로 제어할 수 있어, 회로가 미세해지고 구조가 3차원으로 복잡해질수록 핵심이 됩니다. 깊은 구멍 안쪽 벽까지 균일하게 막을 입히는 단차피복성(step coverage)이 ALD의 최대 강점입니다. 미국 어플라이드머티리얼즈가 선두지만, 국내사는 ALD·하드마스크 증착 등에서 기술을 내재화하며 점유율을 키우는 유망 영역입니다.
세정장비78양호·격차1세메스, 케이씨텍
공정 중 생긴 미세 먼지·금속 잔류물·산화막을 씻어내는 장비입니다. 한 장의 웨이퍼는 완성까지 수백 단계를 거치며 50회 이상 세정되는데, 나노미터 크기의 입자 하나가 회로에 얹히면 곧바로 불량이 되기 때문입니다. 화학약품으로 적시는 습식 세정과, 회로 손상 없이 입자만 떼어내는 정밀 세정 기술이 핵심이며, 회로가 미세해질수록 '회로를 깎지 않으면서 오염만 제거'하는 난도가 올라갑니다. 국내는 세메스·케이씨텍이 일본 SCREEN·도쿄일렉트론과 경쟁할 만큼 자립도가 높은 편입니다.
검사·계측장비49취약·격차5넥스틴, 파크시스템스, 오로스테크놀로지
회로가 설계대로 제대로 만들어졌는지, 눈에 보이지 않는 결함이 없는지 확인하는 '검사·측정' 장비입니다. 칩이 수십 층 쌓이는 과정에서 단계마다 패턴 폭·정렬 오차를 재고(계측), 미세한 이물·패턴 불량을 찾아냅니다(검사). 나노미터 단위 결함을 빛의 산란이나 전자빔, 원자현미경(AFM)으로 잡아내는데, 회로가 작아질수록 결함도 작아져 검사 난도가 기하급수로 올라갑니다. 미국 KLA가 이 시장을 사실상 독점하며 반도체 장비사 중 영업이익률이 가장 높은데, 국내는 넥스틴(패턴 검사)·파크시스템스(AFM 계측)가 틈새에서 도전하고 있습니다.
설계
메모리 설계(DRAM/NAND)99양호·격차0삼성전자, SK하이닉스
데이터를 저장하는 메모리 반도체를 설계하는 기술입니다. DRAM은 작은 축전기(콘덴서)에 전하를 담아 0과 1을 구분하는데, 전하가 새어 나가므로 끊임없이 다시 채워줘야(리프레시) 하고 전원이 꺼지면 지워집니다 — 대신 매우 빠릅니다. 낸드는 전자를 게이트 안에 가둬 저장해 전원이 없어도 유지되지만 상대적으로 느립니다.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셀을 욱여넣으면서도 셀 간 간섭과 누설을 막는 회로·소자 설계가 핵심 경쟁력이며, 한국이 설계·양산 모두 세계 최고 수준입니다. 최근에는 AI 수요로 단순 용량 경쟁을 넘어 HBM·맞춤형 메모리 등 고부가 설계가 부가가치를 좌우합니다.
시스템 반도체(SoC/AP)79추격·격차2삼성전자(엑시노스), LX세미콘
CPU·그래픽(GPU)·통신·AI연산(NPU) 등 여러 기능 블록을 칩 하나에 모은 '두뇌' 반도체입니다(System on Chip). 스마트폰의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가 대표적입니다. 메모리가 똑같은 셀을 규칙적으로 반복하는 구조라면, SoC는 수십억 개 트랜지스터로 서로 다른 회로를 짜 맞추는 일이라 설계 복잡도가 비교할 수 없이 높고, 검증된 설계자산(IP)과 소프트웨어 생태계가 승부를 가릅니다. 이 생태계 진입장벽 때문에 한국은 메모리와 달리 상대적으로 약하며, 삼성 엑시노스가 자체 AP로 도전하고 LX세미콘 등이 디스플레이 구동칩(DDI)에서 경쟁력을 갖고 있습니다.
AI 가속기/NPU59취약·격차4리벨리온, 퓨리오사AI, 사피온
AI 연산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거대한 행렬 곱셈(수많은 숫자를 동시에 곱하고 더하는 일)을 전용으로 빠르게 처리하는 칩입니다. 범용 CPU가 일을 하나씩 처리한다면, NPU·GPU는 곱셈기 수천~수만 개를 깔아 한꺼번에 병렬로 계산해 속도를 끌어올립니다. 엔비디아 GPU와 그 소프트웨어(CUDA)가 사실상 표준이라 진입장벽이 매우 높지만, 추론(이미 학습된 AI를 실행하는 단계)에 특화해 전력 대비 성능을 높인 국내 스타트업 NPU가 도전 중입니다. 리벨리온과 사피온이 합병해 '리벨리온'으로 규모를 키웠고, 퓨리오사AI는 자체 칩으로 성능 검증에 나서고 있습니다.
차량용·전력 반도체58주의·격차3텔레칩스, DB하이텍, 어보브반도체
자동차를 제어하거나(차량용 MCU·SoC) 전기를 효율적으로 변환하는(전력 반도체) 칩입니다. 차량용은 최신 미세공정보다 영하 40도~영상 150도를 견디는 신뢰성과 무결함이 훨씬 중요해, 검증에만 수년이 걸립니다. 전력 반도체는 전압을 켜고 끄는 스위치 역할을 하는데, 기존 실리콘 대신 SiC(탄화규소)·GaN(질화갈륨)을 쓰면 더 높은 전압·온도에서 손실 없이 동작해 전기차 주행거리와 충전속도를 크게 개선합니다. 전기차 한 대에 전력반도체가 수백 개 들어가 수요가 급증하는데, 독일 인피니언 등 유럽·일본 업체가 앞서고 국내는 DB하이텍(파운드리)·텔레칩스(차량용 SoC)가 추격하고 있습니다.
제조
HBM(고대역폭메모리)99양호·격차0SK하이닉스, 삼성전자
DRAM 칩을 8~16층 수직으로 쌓고, 칩을 위아래로 관통하는 미세 구멍(TSV)으로 직접 연결한 메모리입니다. 일반 DRAM이 데이터를 한 줄(수십 비트)로 내보낸다면, HBM은 이 통로(I/O)를 1024비트까지 넓혀 한 번에 훨씬 많은 데이터를 쏟아내므로 대역폭이 수십 배 폭증합니다 — 좁은 골목을 넓은 고속도로로 바꾼 셈입니다. AI 가속기는 거대한 모델 데이터를 끊임없이 읽어야 해 이 대역폭이 성능을 좌우하고, 그래서 엔비디아 GPU에 필수로 들어갑니다. 현재 5세대 HBM3E가 양산 주력이고, 차세대 HBM4는 통로를 2048비트로 두 배 더 넓히며 고객 맞춤형 설계(베이스 다이에 로직 탑재)로 진화 중입니다. SK하이닉스가 엔비디아 주력 공급사로 세계 1위입니다.
DRAM 미세공정(10nm급)99양호·격차0삼성전자, SK하이닉스
DRAM 회로 선폭을 10나노미터 안팎까지 줄여 같은 면적에 더 많은 용량을 담는 기술입니다. 선폭이 한 세대 줄 때마다 같은 웨이퍼에서 칩을 더 많이 뽑아 원가가 내려가고 전력도 개선돼 세대 경쟁이 치열합니다. 현재 1a→1b→1c(11나노급)→1d로 이어지는 세대 싸움이 진행 중이며, 미세화가 한계에 가까워지자 EUV 노광 적용을 늘려 패턴을 또렷이 만드는 것이 핵심 변수가 됐습니다. 다만 전하를 담는 축전기를 더는 평면에서 줄이기 어려워, 셀을 수직으로 세우는 3D DRAM이 다음 돌파구로 연구되고 있습니다. 한국 2사가 이 분야 기술을 선도합니다.
파운드리 선단공정(2nm 이하)79추격·격차2삼성전자
다른 회사가 설계한 칩을 위탁 생산하는 '반도체 공장(파운드리)' 사업에서, 2nm 이하 최첨단 공정을 말합니다. 트랜지스터는 전류를 켜고 끄는 스위치인데, 미세해질수록 전류가 새어 나가는 문제가 커집니다. 이를 막기 위해 채널을 게이트가 네 면에서 감싸는 GAA(게이트올어라운드) 구조를 쓰며, 삼성이 세계 최초로 3nm에 GAA를 도입했습니다. 2nm 세대에서는 삼성·TSMC·인텔이 모두 GAA로 경쟁하며, 승부는 '수율(정상 칩 비율)'에서 갈립니다 — 같은 설계라도 수율이 높아야 단가가 싸고 고객을 끌어옵니다. 현재 TSMC가 수율·고객·캐파에서 앞서고, 삼성은 2nm 수율 안정화와 대형 고객 확보가 과제입니다.
낸드 적층(300단+)99양호·격차0삼성전자, SK하이닉스
데이터를 저장하는 낸드 셀을 아파트처럼 위로 쌓아 용량을 늘리는 기술입니다. 평면에서 셀을 줄이는 것이 한계에 부딪히자, 셀을 수직(3D)으로 쌓아 면적당 용량을 키우는 방식으로 전환했습니다. 현재 300단 이상까지 쌓는 경쟁이 벌어지는데, 수백 층을 한 번에 곧게 뚫어 전극을 채우는 식각·증착 난도가 매우 높아 두 덩어리를 따로 만들어 잇는(본딩) 기술도 동원됩니다. 단수가 높아질수록 같은 용량을 더 싸게 만들 수 있어, 적층 수가 곧 원가 경쟁력입니다. 한국이 기술·생산 모두 선도하며 미국 마이크론·일본 키옥시아와 경쟁합니다.
후공정
첨단 패키징(2.5D/3D)69주의·격차3삼성전자, 앰코, 네패스
여러 개의 칩을 한 패키지 안에 수평·수직으로 촘촘히 통합해 성능을 끌어올리는 '고급 조립' 기술입니다. 과거 패키징은 완성된 칩을 보호하고 전선을 연결하는 단순 작업이었지만, 미세공정이 한계에 다다르자 이제는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이 됐습니다. 2.5D는 GPU와 HBM을 실리콘 중간기판(인터포저) 위에 나란히 올려 짧고 굵은 배선으로 잇는 방식으로, 엔비디아 AI 가속기의 TSMC CoWoS가 대표적입니다. 3D는 칩을 아예 위로 쌓아 더 짧게 연결합니다. 칩을 작게 나눠 만들어 조립하는 칩렛(chiplet) 흐름과 맞물려, 첨단 패키징 캐파가 곧 AI 칩 출하량을 결정하는 새 병목이 됐습니다.
TSV(실리콘 관통전극)89양호·격차1SK하이닉스, 삼성전자
쌓아 올린 칩들을 위아래로 관통하는 수직 구멍을 뚫고 그 안을 구리로 채워 전기로 잇는 기술입니다(Through-Silicon Via). 칩 옆구리에 긴 전선을 두르는 대신 몸통을 곧장 관통하므로, 신호가 오가는 거리가 수백 분의 일로 짧아져 속도가 빨라지고 전력 소모가 줄어듭니다. HBM에서 여러 층의 DRAM을 한꺼번에 잇는 바로 그 핵심 공정으로, 한 칩에 수천 개의 미세 구멍을 뚫고 빈틈없이 채우는 정밀도가 관건입니다. 국내 메모리 2사가 HBM 양산을 통해 이 기술에서 세계적 경쟁력을 확보했습니다.
하이브리드 본딩58주의·격차3한미반도체,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칩과 칩을 연결할 때 기존처럼 미세한 땜납 돌기(범프)를 끼우지 않고, 구리 전극과 절연막을 거울처럼 평탄하게 갈아 곧바로 구리-구리로 직접 맞붙이는 차세대 접합 기술입니다. 범프라는 중간 매개를 없애 칩 사이 간격이 사라지므로, 연결 밀도를 수십 배 높이고 두께를 줄이며 속도를 더 끌어올릴 수 있습니다. 다만 원자 수준으로 깨끗하고 평평한 표면을 맞춰 붙여야 해 난도가 매우 높습니다. 16단을 넘어서는 차세대 HBM과 3D 로직 적층의 핵심으로 떠올랐으며, 국내는 한미반도체가 TC본더(열압착 본딩 장비)에서 세계적 강자입니다.
유리기판(Glass Substrate)56양호·격차1삼성전기, SKC(앱솔릭스), LG이노텍
칩을 메인보드에 연결하는 받침대인 '패키지 기판'의 소재를, 기존 플라스틱(유기 소재)에서 유리로 바꾸는 차세대 기술입니다. 유리는 표면이 매우 평평하고 열을 받아도 잘 휘지 않아, 더 크고 미세한 배선을 그릴 수 있고 큰 칩을 여러 개 올리는 대형 패키지에 유리합니다. 플라스틱 기판은 휘는 성질 때문에 미세 배선과 대면적화에 한계가 있었는데, 유리기판은 전력 효율을 높이고 더 많은 칩렛을 한 기판에 집적하게 해줍니다. AI 칩이 점점 커지면서 인텔·AMD 등이 도입을 검토 중이며, 국내는 삼성전기와 SKC 자회사 앱솔릭스가 초기 시장 선점에 나섰습니다.
테스트(EDS/번인)78양호·격차1엑시콘, 유니테스트, 와이아이케이
완성된 칩이 설계대로 동작하는지, 그리고 오래 써도 고장 나지 않는지 검사하는 마지막 단계입니다. EDS는 웨이퍼 상태에서 각 칩에 전기 신호를 넣어 양품·불량을 가려내고, 번인(burn-in)은 일부러 고온·고전압의 가혹한 조건에서 한동안 돌려 '초기 불량'이 될 칩을 미리 걸러냅니다 — 마치 새 차를 출고 전 혹독하게 시험 주행하는 것과 같습니다. 칩이 고성능·고집적이 될수록 검사 항목과 시간이 늘고, HBM처럼 여러 층을 쌓은 칩은 한 층만 불량이어도 전체가 못 쓰게 돼 테스트 중요성이 더 커집니다. 일본 어드반테스트·미국 테라다인이 검사 장비를 주도하고, 국내사는 메모리 테스터 등에서 경쟁합니다.

기술 로드맵

단기 (~2027)
  • HBM4 양산 — SK하이닉스, 삼성전자
  • 2nm GAA 양산 안정화 — 삼성전자
  • 하이브리드 본딩 HBM 적용 — 한미반도체, SK하이닉스
  • EUV 소재·고순도 소재 국산화 확대 — 솔브레인, 동진쎄미켐, SK머티리얼즈
중기 (2028~2030)
  • EUV 포토레지스트(MOR) 국산화 — 동진쎄미켐
  • 3D DRAM — 삼성전자, SK하이닉스
  • 첨단 패키징(2.5D/3D) 내재화 — 삼성전자, 앰코
  • 유리기판 양산 — 삼성전기, SKC(앱솔릭스)
  • 국산 AI NPU 데이터센터 진입 — 리벨리온, 퓨리오사AI
장기 (2031~2035)
  • EUV 장비 부품·계측 자립 — 국내 장비·광학 컨소시엄
  • CFET(차세대 트랜지스터) — 삼성전자
  • High-NA EUV 공정 도입 — 삼성전자
  • AI 가속기 생태계 자립 — 팹리스·파운드리 협업

인텔에서 삼성전자로, 다시 NVIDIA와 TSMC로 넘어간 이유

시대별 1등 기업의 이동은 유행이 아닙니다. 돈이 어디서 벌리고, 누가 병목을 장악했는지를 보여주는 기록입니다.

시대글로벌 1위국내 1위핵심 본질
1990s~2008Intel삼성전자공정 미세화(Scaling) + PC 생태계 지배. IDM 모델이 주류이나 파운드리 분업 시작
2009~2016Intel삼성전자모바일 혁명으로 AP(모바일칩)·파운드리 부상. TSMC가 첨단공정 리더로 등극. 메모리는 3D NAND 전환
2017~2019삼성전자삼성전자 / SK하이닉스메모리 슈퍼사이클(2017~18) → 다운사이클(2019). 삼성전자가 인텔 추월. EUV 리소그래피 양산 시작
2020~2024NVIDIA / TSMC삼성전자 / SK하이닉스AI 반도체 수요 폭발(GPU·HBM). 미·중 반도체 전쟁으로 공급망 재편. TSMC 독주 심화
2025~현재NVIDIA / TSMCSK하이닉스 / 삼성전자AI 반도체 수요 폭발 지속 + HBM4 세대 전환 + 미·중 칩 전쟁 격화. 2nm GAA 공정 양산 경쟁 본격화

1990s~2016에는 글로벌 1위가 Intel, 국내는 삼성전자였습니다. PC와 서버 시대의 중앙처리 구조에서 인텔의 지배력이 강했고, 한국은 메모리에서 삼성전자가 축을 잡았죠. 2017~2019에는 글로벌 1위가 삼성전자로 넘어왔고, 국내도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존재감을 키웠습니다. 메모리 슈퍼사이클의 힘이 그대로 드러난 시기였습니다.

그런데 2020~2024는 NVIDIA와 TSMC, 2025~현재 국내 1위는 SK하이닉스라는 변화가 핵심입니다. 이건 단순한 시총 놀이가 아닙니다. 반도체 패권이 범용 연산에서 AI 연산으로, 단품 칩에서 시스템 아키텍처와 제조 생태계로 이동했다는 뜻입니다. 국내에서도 SK하이닉스가 삼성전자보다 앞에 온 건 상징적입니다. HBM이 AI 시대의 메모리 왕좌라는 얘기죠. 다만 여기서 착각하면 안 됩니다. HBM 강자라는 사실과 시스템 주도권을 가진다는 사실은 다릅니다. 지금 한국은 판의 중심에 가까워졌지만, 판을 설계하는 쪽은 아직 아닙니다.

HBM 숫자만 보다가 진짜 병목 놓치면 또 늦는다

앞으로 볼 포인트는 분명합니다. 첫째, 국내 강점인 HBM과 DRAM 10nm급이 계속 수익의 중심을 지키는지입니다. 둘째, 세정장비와 고순도 불화수소처럼 이미 경쟁력이 확인된 구간이 더 넓은 공정 생태계로 번지는지 봐야 합니다. 세메스, 케이씨텍, 솔브레인, SK머티리얼즈, 후성 같은 이름이 괜히 나오는 게 아닙니다. 산업은 결국 연결로 먹고삽니다.

하지만 진짜 리스크는 EUV 노광기 격차 8검사·계측장비 격차 5가 그대로인 상태에서, 메모리 호황만 믿는 태도입니다. 여기에 AI 가속기/NPU 격차 4까지 겹치면 더 답답해집니다. 한국이 잘하는 메모리는 계속 강할 수 있습니다. 다만 다음 주도권은 메모리만으로 못 가져옵니다. NVIDIA와 TSMC가 왜 앞에 서 있는지, 정말 답이 뻔하지 않나요. 한국 반도체를 좋게 보더라도, 메모리 실적만 보면서 산업 패권까지 같이 샀다고 착각하면 위험합니다.

※ 본 글은 공개 데이터·업계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분석이며, 일부 수치·평가는 추정치입니다. 투자 판단의 직접 근거가 아닙니다. (작성: 2026. 이알렉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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