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제약바이오는 신약보다 바이오시밀러와 생산에서 돈을 만든다

한국 제약바이오의 본체는 아직 신약 발명이 아니라 바이오시밀러와 생산이다. 이걸 불편해하는 사람도 있지만, 숫자와 회사 이름을 놓고 보면 부정하기 어렵다. 2020~2024 국내 1위가 삼성바이오로직스였고, 2025~현재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맨 앞줄이다. 연구개발의 낭만보다 임상개발, 대규모 배양, 상업화, 그리고 실제 판매 가능한 포트폴리오가 돈을 만든다는 뜻이다.

재밌는 건 글로벌 1위의 얼굴도 바뀌었다는 점이다. Pfizer, Roche, Novartis 시대를 지나 지금은 Novo Nordisk와 Eli Lilly다. 시장은 늘 “누가 더 과학적으로 멋진가”보다 “누가 환자 수요가 큰 영역에서 제대로 상업화했는가”에 점수를 줬다. 한국도 예외일까? 아니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상은 그 사실을 아주 노골적으로 보여준다.

연구실보다 공장과 허가가 더 세게 돈다

제약바이오 밸류체인은 연구개발에서 시작하지만, 수익은 그 뒤에서 갈린다. 연구개발이 씨앗이라면 임상개발은 탈락을 걸러내는 관문이고, 원료의약품과 완제의약품은 진짜 제조 역량이 드러나는 구간이다. 유통/판매에 들어가면 게임은 더 현실적이 된다. 처방, 채널, 가격, 공급 안정성. 결국 이 산업은 좋은 물질 하나로 끝나지 않는다.

한국이 현재 가장 강한 고리는 동물세포 대규모 배양바이오시밀러 상업화다. 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가 이름을 올린 이유가 여기 있다. 반대로 연구개발의 맨 앞단, 특히 신약 후보물질 발굴이나 항체 신약, 저분자 화합물 신약으로 가면 얘기가 달라진다. 밸류체인 전체를 다 잘하는 산업이 아니라, 중후반부에서 압도력이 있는 구조다.

단계설명세부 분야
연구개발신약 후보물질 발굴, AI 신약, 비임상 연구기초연구/타겟발굴, 신약후보물질발굴, AI신약개발, 유전체/정밀의료, 비임상/전임상, CRO-전임상 등
임상개발임상시험 수행 및 인허가 (가속승인/희귀의약품 트랙 포함)임상1상, 임상2상, 임상3상, 분산형/디지털임상, CRO-임상, 임상시험센터 등
원료의약품원료의약품(API), ADC 페이로드/링커, 펩타이드/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합성API, 바이오API, 고활성API(HPAPI), ADC링커/페이로드, 펩타이드원료,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등
완제의약품완제의약품 제조 (저분자·항체·세포/유전자·mRNA·방사성의약품)전문의약품-합성, 전문의약품-바이오, ADC완제, GLP-1/비만치료제, 세포치료제, 유전자치료제 등
유통/판매의약품 유통 및 판매 (콜드체인, 글로벌 라이선스 아웃)도매/유통, 병원영업, 약국유통, 온라인유통, 수출/라이선스아웃, 콜드체인/물류
지원서비스제약/바이오 산업 지원 (디지털치료제, AI 임상, 제조설비)제약장비, 바이오장비, 분석/QC장비, 포장재/용기, 디지털치료제(DTx), IT/디지털헬스 등

잘하는 건 아주 잘하고, 없는 건 아직 없다시피 하다

국산화라는 말을 너무 쉽게 쓰면 안 된다. 제약바이오는 부품 몇 개 바꿔 끼우는 산업이 아니다. 플랫폼, 공정, 임상, 허가, 특허, 판매가 한 덩어리로 맞물린다. 그래서 기술격차가 1 이내인 분야와 3~5까지 벌어진 분야를 같은 톤으로 말하면 현실을 흐린다.

제약바이오 국내 vs 글로벌 기술 수준 비교

한국의 확실한 무기는 항체 바이오시밀러, 고난도 바이오시밀러, 바이오베터, 줄기세포 치료제, 동물세포 대규모 배양이다. 셀트리온과 삼성바이오에피스는 항체 바이오시밀러에서 이미 존재감을 만들었고, 안과·면역 같은 고난도 바이오시밀러도 같은 축에서 읽힌다. 알테오젠과 한미약품의 바이오베터는 완전 신약은 아니어도 임상적 개선과 사업성이 맞물릴 수 있는 카드다. 메디포스트, 파미셀, 차바이오텍의 줄기세포 치료제도 한국이 오래 붙들어 온 영역이다. 이건 좋다. 인정할 건 인정해야 한다.

문제는 뒤처진 쪽이 너무 핵심이라는 점이다. 단백질 구조 예측(AI)은 격차5, 유전자 가위(CRISPR) 치료는 격차4다. 저분자 화합물 신약, 항체 신약, 신약 후보물질 발굴도 격차3이다. 다시 말해 한국은 잘 만든 공정과 빠른 추격에는 강하지만, 퍼스트인클래스에 가까운 발명 엔진은 아직 약하다. 이 상태에서 “이제 신약 강국”이라고 말하면 과장이다. 다만 기회도 분명하다. 이미 강한 생산과 바이오시밀러 기반 위에 바이오베터를 얹고, 일부 회사가 후보물질 발굴 역량을 실제 임상 성과로 연결하면 체급이 달라질 수 있다. 그런데 그건 말이 아니라 데이터로 증명해야 한다. 늘 그렇듯.

아래 표: 기술별 국내·글로벌 TRL(기술성숙도 1~9)과 주요 기업

기술국내글로벌수준주요 기업
신약개발
저분자 화합물 신약69주의·격차3유한양행, 한미약품, 대웅제약
약 성분이 아주 작은 화학분자로 된, 우리가 흔히 먹는 알약 형태의 약입니다. 분자가 작아 몸속 깊이 잘 스며들고 세포 안으로도 들어가며, 공장에서 화학 합성으로 대량 제조하기 쉬워 값이 쌉니다. 작동 원리는 표적 단백질(효소·수용체)의 활성 부위에 분자가 '자물쇠-열쇠'처럼 끼어들어 그 기능을 막거나 바꾸는 것입니다. 다만 작은 분자가 비슷한 모양의 정상 단백질에도 달라붙어 부작용이 생기기 쉬운 것이 약점입니다. 한국은 유한양행의 폐암약 '렉라자(레이저티닙)'가 미국 FDA 허가 후 글로벌 매출을 내며 첫 자체 글로벌 신약 반열에 올랐습니다.
항체 신약(바이오 신약)69주의·격차3셀트리온, 한미약품, 종근당
우리 몸의 면역 단백질인 '항체'를 약으로 만든 것입니다. 항체는 특정 표적(항원의 특정 부위)만 자물쇠-열쇠처럼 정확히 골라 달라붙는 성질이 있어, 화학 알약보다 표적 선택성이 높고 부작용이 적습니다. 최근에는 한 항체가 두 표적을 동시에 잡는 '이중항체'로 효능을 끌어올리는 흐름입니다. 단백질이라 입으로 먹으면 위산과 소화효소에 분해되어 버려 대부분 주사로 투여합니다. 한국은 바이오시밀러 생산에서는 세계 최강이지만 First-in-class 자체 신약 발굴은 글로벌 선도그룹을 추격하는 단계입니다.
ADC(항체-약물 접합체)68추격·격차2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셀트리온
ADC는 암세포만 찾아가는 항체에 독한 항암약(페이로드)을 화학 연결고리(링커)로 매달아, 정상세포 피해를 줄이는 '유도탄식' 치료제입니다. 항체가 택배기사처럼 암세포 표면의 특정 항원 주소를 찾아가 세포 안으로 들어간 뒤, 그 안에서만 링커가 끊어져 폭탄(항암제)을 터뜨리는 셈입니다. 핵심은 표적 정확도, 혈중에서는 안 끊기고 세포 안에서만 끊어지는 링커 설계, 그리고 항체 하나에 약물을 몇 개 다는지(DAR) 조절 기술입니다. 한국 리가켐바이오는 자체 링커 플랫폼(ConjuALL)으로 경쟁력을 인정받았습니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69주의·격차3한미약품, 대웅제약, JW중외제약
수만~수억 개의 물질 중에서 병에 효과가 있을 '약이 될 씨앗(후보물질)'을 찾아내는 신약 개발의 가장 앞단계 연구입니다. 표적 단백질에 잘 달라붙으면서 독성은 낮은 분자를 골라내는 과정으로, 좋은 씨앗을 빨리 찾을수록 이후 개발 성공률이 오르고 비용·기간이 줄어듭니다. 전통적으로는 수많은 물질을 실험으로 거르는 '스크리닝'을 했지만, 최근에는 AI로 후보를 미리 추려 시간을 단축합니다. 한국은 자체 발굴과 함께 해외 초기물질을 사오고 공동개발하는 협업(오픈이노베이션)을 병행합니다.
바이오시밀러
항체 바이오시밀러99양호·격차0셀트리온, 삼성바이오에피스
바이오시밀러는 특허가 끝난 비싼 바이오 신약(주로 항체약)을 똑같이 본떠 만든 '바이오 복제약'입니다. 화학 알약 복제(제네릭)와 달리 살아있는 세포로 만들어 분자가 크고 구조가 복잡해 완전히 동일하게 찍어낼 수 없어 '비슷한(similar)' 약이라 부르며, 효능·안전성이 오리지널과 사실상 같음을 임상으로 입증해야 합니다. 효능은 동등하면서 값은 크게 낮춰 환자와 보험재정 부담을 덜어줍니다. 한국 셀트리온·삼성바이오에피스는 허가받은 시밀러 품목 수와 글로벌 점유율 모두 세계 선두권입니다.
고난도 바이오시밀러(안과·면역)88양호·격차0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눈 질환 주사제(아일리아 등)나 자가면역 치료제(스텔라라 등)처럼 만들기 까다롭고 시장이 큰 오리지널 약을 본뜬 바이오시밀러입니다. 분자 구조가 복잡하거나 안구 내 주사처럼 투여 방식이 정밀해 제조·임상 난도가 높고, 그만큼 경쟁자가 적어 성공하면 수익성이 높습니다. 오리지널의 물질특허가 끝나는 시점에 맞춰 누가 먼저, 미국·유럽에서 동시에 내놓느냐가 승부를 가릅니다. 한국 선두기업은 이미 여러 고난도 품목을 글로벌 출시했습니다.
바이오베터(개량 바이오약)78양호·격차1알테오젠, 한미약품
바이오베터는 기존 바이오약을 '더 좋게(better)' 개량한 약입니다. 예를 들어 병원에서 한참 맞아야 하는 정맥주사(IV)를 집에서 펜으로 수 분 만에 맞는 피하주사(SC)로 바꾸거나, 약효를 오래 가게 만들어 투약 횟수를 줄입니다. 핵심 원리 중 하나는 피부밑 조직을 잠시 느슨하게 풀어 많은 양의 약을 빠르게 흡수시키는 '히알루로니다제' 효소를 함께 쓰는 것입니다. 한국 알테오젠은 이 SC 전환 플랫폼(ALT-B4)을 개발해 글로벌 빅파마에 잇따라 기술이전했습니다.
세포·유전자치료
CAR-T 세포치료제68추격·격차2큐로셀, 앱클론, GC셀
CAR-T는 환자 본인의 면역세포(T세포)를 꺼내, 암세포 표면 표지를 인식하는 인공 수용체(CAR) 유전자를 끼워 넣어 개조한 뒤 다시 몸에 넣는 '맞춤형 면역세포 군대'입니다. 내 세포를 암 추적 무기로 개조하는 셈이라, 다른 치료에 듣지 않던 일부 혈액암은 한 번 주입으로 완전관해(암이 사라짐)에 이르기도 합니다. 다만 환자마다 따로 만들어야 해 제조가 복잡하고 1회 치료비가 수억원에 이르며, 면역 과반응 같은 부작용 관리가 필요합니다. 한국은 큐로셀이 국산 1호 CAR-T의 국내 허가 절차에 진입했습니다.
유전자 가위(CRISPR) 치료48취약·격차4툴젠, 진코어
CRISPR(크리스퍼) 유전자 가위는 DNA에서 병의 원인이 되는 부분을 정확히 찾아 잘라내거나 고쳐 쓰는 '유전자 편집기'입니다. 가이드 역할을 하는 짧은 RNA가 목표 염기서열을 찾아가면, 가위 역할을 하는 단백질(Cas9 등)이 그 자리를 잘라 세포의 복구 과정을 이용해 유전정보를 수정합니다. 워드 문서에서 오타를 검색해 고치듯 잘못된 유전 코드를 직접 바로잡는 셈입니다. 2023~2024년 세계 첫 CRISPR 치료제(겸상적혈구빈혈)가 허가되며 상용화가 열렸고, 한국 툴젠은 핵심 원천특허를 보유해 글로벌 분쟁·라이선스의 한 축입니다.
유전자 전달체(바이럴 벡터)58주의·격차3GC셀, 차바이오텍, SK바이오사이언스
고친 유전자나 CAR 설계도를 몸속 목표 세포까지 안전하게 실어 나르는 '운반 택배'입니다. 주로 병을 일으키는 능력을 없앤 바이러스(AAV·렌티바이러스 같은 바이럴 벡터)를 택배상자로 씁니다. 바이러스가 세포에 잘 침투하는 본래 성질은 살리되 증식·발병 유전자는 빼내, 안전하게 유전자만 배달하도록 개조한 것입니다. 유전자·세포치료의 효과와 안전성은 이 운반체가 얼마나 정확하고 균일하게 배달하느냐에 달려 있어, 대량생산 능력 확보가 산업의 병목입니다.
줄기세포 치료제67양호·격차1메디포스트, 파미셀, 차바이오텍
여러 종류의 세포로 변신할 수 있는 '만능 세포(줄기세포)'를 이용해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치료입니다. 줄기세포는 스스로 증식하면서 연골·신경·근육 등 필요한 세포로 분화하는 능력이 있어, 한 번 망가지면 잘 낫지 않는 부위를 새 부품으로 갈아 끼우듯 회복시키는 것이 목표입니다. 직접 조직이 되는 효과뿐 아니라, 염증을 가라앉히고 주변 세포의 재생을 돕는 신호물질을 분비하는 작용도 활용됩니다. 한국은 세계적으로 허가받은 줄기세포 치료제 품목 수가 많은 편입니다.
CDMO·생산
동물세포 대규모 배양99양호·격차0삼성바이오로직스, 롯데바이오로직스
CDMO는 다른 회사가 개발한 바이오약을 대신 만들어 주는 '바이오 위탁생산 공장'입니다. 핵심 공정은 약 성분(항체 등)을 분비하도록 개량한 살아있는 동물세포(주로 CHO 세포)를 수천~수만 리터짜리 거대한 배양탱크에서 키우고, 그 배양액에서 약을 정제·분리해내는 것입니다. 세포를 균일하게 잘 키우는 노하우, 거대한 무균 설비, 그리고 빠르게 증설하는 능력이 곧 경쟁력입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는 5공장 가동으로 총 배양능력 약 78만 리터 규모의 세계 최대 CDMO가 됐습니다.
완제·무균 충전(필앤피니시)89양호·격차1삼성바이오로직스, SK바이오사이언스, 에스티팜
배양해서 정제한 약 원료(원액)를 주사기·바이알(약병)에 무균 상태로 정확한 용량만큼 담아 최종 제품으로 완성하는 단계입니다. 세균·미세입자가 하나라도 들어가면 안 되는 초청정(무균) 환경에서 충전·밀봉·검사를 거치기 때문에 '필(채우고) 앤 피니시(마무리)'라 부릅니다. 원액을 만드는 것(드럭 서브스턴스)과 더불어 완제(드럭 프로덕트)까지 한 곳에서 처리할 수 있어야 수주 경쟁력이 완결됩니다. 한국은 코로나 백신·치료제 위탁 완제생산으로 역량을 국제적으로 입증했습니다.
세포·유전자치료(CGT) 위탁생산58주의·격차3GC셀, 차바이오텍, 롯데바이오로직스
CAR-T·유전자치료처럼 살아있는 세포나 바이러스 벡터로 만드는 첨단 치료제를 대신 생산해 주는 차세대 CDMO입니다. 일반 항체약은 동일 제품을 대량으로 찍어내지만, CGT는 환자 맞춤형이 많고 공정이 길고 까다로워 한 배치(생산 단위)의 가치가 매우 높은 고부가가치 영역입니다. 세포를 살린 채 다루는 무균·저온 관리, 벡터 생산능력이 핵심 경쟁력입니다. 아직 세계적으로도 초기 시장이라 항체 CDMO 강국인 한국에 선점 기회가 열려 있습니다.
원료의약품(API)·펩타이드 합성78양호·격차1에스티팜, 한미정밀화학, 종근당바이오
약의 핵심 유효성분(원료의약품, API)을 화학적으로 합성해 완제 제약사에 공급하는 사업입니다. 특히 비만·당뇨 치료제(GLP-1 계열, 예: 세마글루타이드)에 쓰이는 펩타이드와, 유전자 기반 약에 쓰이는 올리고뉴클레오타이드 원료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고 있습니다. 펩타이드는 아미노산을, 올리고는 DNA·RNA 조각을 한 단위씩 정밀하게 이어 붙여 만드는 정교한 합성 기술이 필요합니다. 한국 에스티팜 등은 이 분야 글로벌 제약사에 원료를 장기 공급합니다.
AI신약·디지털헬스
AI 신약개발 플랫폼58주의·격차3스탠다임, 파로스아이바이오, 온코크로스
인공지능으로 수억 개 분자 중에서 약이 될 만한 후보를 빠르게 골라내고, 효과·독성·부작용을 미리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AI가 기존 약물·표적 데이터를 학습해 '이 표적에는 이런 모양의 분자가 잘 들을 것'이라고 추천하거나, 이미 있는 약의 새 용도를 찾아냅니다(약물 재창출). 사람이 실험으로 수년 걸려 하던 탐색을 AI가 수개월로 줄여 신약 개발의 '내비게이션' 역할을 합니다. 한국 스타트업들은 AI로 발굴한 후보물질을 임상 단계까지 진입시키기 시작했습니다.
단백질 구조 예측(AI)49취약·격차5갤럭스, 카카오브레인(헬스)
약이 달라붙을 표적 단백질이 어떤 3차원 모양인지 AI로 예측하는 기술입니다. 단백질은 아미노산 사슬이 접혀 입체 구조를 이루는데, 약은 그 표면의 주머니·틈에 열쇠처럼 끼워져 작용하므로 생김새를 알아야 딱 맞는 약을 설계할 수 있습니다. 예전엔 구조 하나 밝히는 데 수년과 고가 장비가 필요했지만, 구글 딥마인드의 알파폴드 이후 AI가 아미노산 서열만으로 구조를 순식간에 예측합니다. 한국은 갤럭스 등이 항체 구조·결합 예측 같은 응용 분야에서 글로벌 선도그룹을 추격합니다.
디지털 치료제·헬스케어 AI68추격·격차2루닛, 뷰노, 에임메드
약 대신 소프트웨어(앱·프로그램)로 병을 치료·관리하거나, AI가 의료영상(CT·엑스레이·내시경)을 읽어 질병을 찾아내는 기술입니다. 디지털 치료제는 불면증·중독 같은 질환을 검증된 앱 프로그램으로 치료하고, 영상 AI는 방대한 정상·질환 영상을 학습해 X-레이 속 암 의심 부위를 표시하며 의사의 판독을 돕습니다. 사람이 놓치기 쉬운 미세 병변을 일관된 기준으로 잡아내는 것이 강점입니다. 한국 루닛·뷰노의 영상 AI는 해외 의료기관에서도 채택되며 인정받고 있습니다.

기술 로드맵

단기 (~2027)
  • 글로벌 신약 매출 본격화 — 유한양행, 한미약품
  • 고난도 바이오시밀러 출시 — 삼성바이오에피스, 셀트리온
  • CDMO 생산능력 세계 1위 굳히기 — 삼성바이오로직스
  • 비만약 펩타이드 원료 공급 확대 — 에스티팜
중기 (2028~2030)
  • ADC 신약 임상 진입·초대형 기술수출 — 리가켐바이오, 에이비엘바이오
  • 국산 CAR-T 상용화 — 큐로셀, GC셀
  • AI 신약 후보물질 임상 진입 — 스탠다임, 파로스아이바이오
  • SC 전환 플랫폼 글로벌 확산 — 알테오젠
장기 (2031~2035)
  • First-in-class 혁신신약 자체 개발 — 국내 제약·바이오 컨소시엄
  • CRISPR 유전자치료 상용화 — 툴젠, 진코어
  • 세포·유전자치료 CDMO 본격화 — 롯데바이오로직스, GC셀
  • AI 자율 신약설계 — AI 바이오 협업체

왜 세계 1등은 Pfizer에서 Lilly로 바뀌었고, 한국은 삼성바이오로직스로 갔나

시대별 1위 기업의 이동은 산업의 채점표다. 1990s~2008에는 글로벌 Pfizer, 국내 유한양행과 한미약품이 상징적이었다. 2009~2016에는 글로벌 Roche와 Novartis, 국내는 셀트리온이 전면에 나왔다. 2017~2019에는 국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셀트리온과 함께 존재감을 키웠고, 2020~2024에는 삼성바이오로직스가 1위로 자리 잡았다.

시대글로벌 1위국내 1위핵심 본질
1990s~2008Pfizer유한양행 / 한미약품블록버스터 신약(특허) + 메가 M&A. 리피토르·넥시움 등 연 $10B+ 약물이 산업 지배
2009~2016Roche / Novartis셀트리온바이오의약 급성장(항체·바이오시밀러) + 항암·면역항암제 혁명. 특허 절벽 대응으로 바이오 전환 가속
2017~2019Roche셀트리온 / 삼성바이오로직스면역항암제(키트루다) 메가블록버스터 등극 + 세포·유전자치료(CGT) 첫 승인. CDMO 시장 급성장
2020~2024Novo Nordisk / Eli Lilly삼성바이오로직스코로나 mRNA 혁명 → GLP-1(비만/당뇨) 메가트렌드. CDMO 수요 폭발. 한국 바이오 글로벌 Top-tier 진입
2025~현재Novo Nordisk / Eli Lilly삼성바이오로직스 / 셀트리온GLP-1 비만약 시장 $1,500억+ 폭발 + 키트루다 특허만료 바이오시밀러 경쟁. AI 신약개발 임상 가속. 한국 CDMO 세계 허브 지위 확립

패권 이동의 핵심은 누가 더 많은 파이프라인을 말했는가가 아니라 누가 시대의 수요를 가장 크게 상업화했는가다. 글로벌이 Novo Nordisk와 Eli Lilly로 이동한 건 우연이 아니다. 시장은 명확한 수요와 큰 시장, 그리고 실행력을 가진 회사를 밀어줬다. 국내에서 삼성바이오로직스가 올라선 것도 같은 논리다. 생산 역량과 고객 기반, 실행 속도가 먹힌 것이다.

셀트리온이 2009~2019의 상징이었다면, 삼성바이오로직스는 2020~현재 한국 제약바이오의 무게중심이 어디 있는지 보여준다. 그리고 2025~현재 국내 선두에 삼성바이오로직스와 셀트리온이 함께 적힌 건 꽤 의미심장하다. 한국의 현재 위치는 명확하다. 글로벌 혁신신약의 중심이라기보다, 바이오시밀러와 생산에서 세계와 붙을 수 있는 나라. 나쁜 포지션이 아니다. 다만 여기서 멈추면 밸류에이션의 상단도 같이 막힌다.

다음 숫자는 실험실이 아니라 허가와 수주에서 먼저 나온다

앞으로 볼 것은 고난도 바이오시밀러의 상업화대규모 배양 경쟁력의 지속성이다. 삼성바이오에피스와 셀트리온이 안과·면역 같은 고난도 바이오시밀러에서 얼마나 존재감을 키우는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롯데바이오로직스가 동물세포 대규모 배양에서 얼마나 안정적으로 고객을 붙잡는지가 핵심이다. 여기에 알테오젠, 한미약품 같은 바이오베터 축이 실제로 차별화된 가치를 입증하면 산업의 체질이 한 단계 올라간다.

리스크는 분명하다. 신약 후보물질 발굴, 항체 신약, 저분자 화합물 신약에서 격차3이고, 단백질 구조 예측(AI)은 격차5, 유전자 가위(CRISPR) 치료는 격차4다. 앞단 발명 역량이 약한 상태에서 후반 공정 경쟁만 믿으면 가격 압박과 경쟁 심화에 노출될 수밖에 없다. 결국 한국 제약바이오는 지금 잘하는 것으로 돈을 벌되, 취약한 기술지도를 얼마나 줄이느냐가 다음 장면을 가른다. 이걸 못 하면 ‘잘 만드는 나라’에서 멈춘다. 그 정도면 만족할 건가?

※ 본 글은 공개 데이터·업계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분석이며, 일부 수치·평가는 추정치입니다. 투자 판단의 직접 근거가 아닙니다.

작성: 2026. 6. 이알렉산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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