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블로그 검색
Korea Industry Intelligence는 반도체, 이차전지, 석유화학, 건설기계, 제약바이오, 방위산업 등 한국 주요 산업의 구조를 공개 자료로 분석합니다.
추천 가젯
인버스는 왜 기울어진 동전인가 — 롱과 숏이 대칭이 아닌 이유
시장이 내릴 것 같을 때 쓸 수 있는 도구가 있다. 지수가 내리면 오르는 역방향 상장지수펀드, 흔히 인버스라고 부르는 것이다. 방향만 맞히면 되니 단순해 보인다.
그런데 실제로 재보면 잘 안 된다. 문제는 왜 안 되는가다. 하락 시점을 못 맞혀서인가, 아니면 상품 구조 자체가 불리해서인가. 둘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앞이면 예측을 잘하면 되고, 뒤라면 예측을 잘해도 소용이 없다.
국내 대표지수와 그 역방향 상장지수펀드의 2021년 1월 이후 1,380거래일로 갈라 봤다.
첫째, 동전이 처음부터 기울어져 있다
지수가 오른 날과 내린 날의 비율부터 본다. 대칭이라면 반반이어야 한다.
| 비율 | |
|---|---|
| 지수가 오른 날 | 54.0% |
| 지수가 내린 날 | 46.0% |
| 지수 일평균 수익률 | +0.0977% |
주식시장은 장기적으로 우상향한다. 이것 자체는 새로울 게 없다. 그런데 인버스를 하루 들고 있을 때의 승률을 재면 46%가 아니라 더 낮게 나온다.
| 인버스 보유 기간 | 승률 | 평균 수익률 |
|---|---|---|
| 1일 | 43.9% | −0.08% |
| 5일 | 42.1% | −0.42% |
| 20일 | 43.0% | −1.53% |
| 60일 | 39.0% | −4.90% |
| 120일 | 43.1% | −7.48% |
둘째, "반대로 움직인다"가 아니다
가장 흔한 오해가 여기 있다. 인버스는 지수의 부호를 뒤집은 것이 아니다. 매일 그날의 등락률을 반대로 따라가되, 다음 날은 바뀐 금액을 기준으로 다시 시작한다. 이 "매일 다시 시작"이 결과를 완전히 바꾼다.
같은 기간 네 가지를 나란히 놓으면 이렇다.
| 1,380거래일 누적 | |
|---|---|
| 지수 | +199.9% |
| 부호만 뒤집으면 (오해) | −199.9% |
| 매일 반대로 따라가면 (실제 구조) | −79.9% |
| 실제 역방향 상장지수펀드 | −75.4% |
부호만 뒤집으면 −199.9%인데 실제로는 −79.9%다. 덜 잃는다. 값이 떨어질수록 손실 금액도 같이 줄어들기 때문이다. 100만원이 반토막 나면 다음 하락은 50만원 위에서 계산되니 절대 손실이 작아진다. 그래서 이론상 0원 아래로는 안 간다.
흔들리기만 해도 깎인다
더 불리한 성질이 하나 더 있다. 지수가 오르지도 내리지도 않고 제자리에서 흔들리기만 해도 인버스는 줄어든다. 숫자로 보면 분명하다.
지수가 오늘 +10%, 내일 −9.09% 움직였다고 하자. 100 → 110 → 100이니 지수는 제자리다. 인버스는 100 → 90 → 98.2다. 제자리로 안 돌아온다. 같은 일이 매일 반복되면 그만큼씩 계속 깎인다.
이 기간 지수의 일간 변동성은 1.9%였다. 변동이 클수록 이 깎임도 커진다. 그래서 인버스는 방향을 맞혀도 오래 들면 손해일 수 있다. "결국 내릴 테니 기다리자"가 통하지 않는 이유다.
셋째, 그러면 잘 골라 들어가면 되지 않나
구조가 불리해도 하락 구간만 골라 짧게 들면 되지 않을까. 타당한 생각이라 실제로 쟀다. 진입 조건 다섯 가지를 놓고 각각 같은 규칙으로 굴렸다. 청산은 변동성 배수 익절·손절에 보유 상한을 뒀다.
| 언제 들어가나 | 거래 | 거래당 평균 | 통계량 t | 누적 |
|---|---|---|---|---|
| 조건 없이 늘 들고 있기 | 272 | −0.210% | −1.11 | −57.0% |
| 지수가 200일선 아래일 때 | 114 | −0.025% | −0.13 | −2.9% |
| 200일선을 막 아래로 뚫은 날 | 11 | −0.343% | −0.55 | −3.8% |
| 고점 대비 5% 이상 빠졌을 때 | 224 | +0.121% | +0.58 | +27.1% |
| 변동성이 평소의 1.5배를 넘을 때 | 20 | −1.861% | −1.53 | −37.2% |
조건을 붙이면 확실히 나아진다. 아무 때나 들면 −57%인데 국면을 가려서 들면 −2.9%, 조정 구간만 노리면 +27.1%다. "언제 드느냐"가 전부인 상품이 맞다.
문제는 그 +27.1%의 통계량이 0.58이라는 것이다. 문턱과 익절 폭을 아홉 가지로 훑어도 가장 좋은 조합이 0.87이었다. 통상 2를 넘어야 우연과 구분된다고 보는데, 절반에도 못 미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 조건들이 전부 가격에서 뽑은 것이라는 점이다. 지수가 200일선 아래인지, 고점 대비 몇 % 빠졌는지, 변동성이 큰지 — 모두 누구나 볼 수 있는 정보다. 볼 수 있는 정보는 이미 값에 들어가 있다.
넷째, 롱에서 통하는 방법이 여기서는 안 통한다
흔히 쓰는 방식이 있다. 목표 수익만 정하고 손절은 두지 않는 것이다. "오를 때까지 기다렸다가 3% 먹고 나온다." 승률이 압도적으로 높게 나온다.
| 대상 | 승률 | 누적 | 가장 오래 물린 기간 | 그동안 최악 평가 |
|---|---|---|---|---|
| 대형 반도체주 | 98.7% | +176% | 746일 | −57.3% |
| 대형 전자주 | 96.8% | +60% | 1,182일 | −46.5% |
| 지수 상장지수펀드 | 97.0% | +69% | 1,089일 | −43.7% |
| 역방향 상장지수펀드 | 92.9% | −42.5% | 949일 | −84.7% |
앞의 셋은 승률 97% 안팎에 누적도 플러스다. 대신 대가가 크다 — 3년 중 2년을 한 자리에 묶여 있었고 그 도중 계좌는 반토막이었다. 그리고 그냥 들고 있었을 때(+1,248%)에 견주면 7분의 1이다. 목표에서 자르니 큰 상승을 놓친다.
왜 이런 차이가 나는가. 오르는 자산에서는 "기다리면 온다"가 대체로 참이다. 시간이 내 편이다. 인버스는 기다릴수록 나빠진다. 시간이 적이다. 같은 규칙이 한쪽에서는 작동하고 다른 쪽에서는 무너지는 이유가 여기 있다.
| 오르는 자산 | 인버스 | |
|---|---|---|
| 기다리면 | 대체로 온다 | 깎인다 |
| 하루 승률 출발점 | 54% | 44% |
| 물렸을 때 | 시간이 도와준다 | 시간이 갉아먹는다 |
| 최대 손실 | 제한 없음 | 구조상 −100% 미만 |
그럼 인버스는 언제 쓰나
1. 맞히려는 게 아니라 줄이려는 것 — 헤지
이건 도박이 아니다. 방향을 맞히려는 것이 아니라 이미 지고 있는 위험을 줄이는 것이라 우위가 필요 없다. 팔기는 싫은데 노출은 줄이고 싶을 때 쓰는 도구다.
다만 솔직히 말하면 대개는 그냥 파는 편이 낫다. 인버스는 붙잡고 있는 동안 깎이지만 파는 것은 안 깎인다. 세금 문제나 그 종목을 계속 보유해야 할 이유가 있을 때만 인버스 쪽이 유리하다.
2. 값에 아직 안 들어간 정보가 있을 때
오늘 확인한 것은 가격에서 뽑은 조건으로는 안 된다는 것이다. 지수가 이미 5% 빠졌다는 사실은 누구나 안다. 인버스가 성립하려면 하락을 미리 아는 신호가 필요한데, 그건 인버스의 문제가 아니라 예측의 문제다.
구조 — 시간이 적이다. 흔들리기만 해도 깎이고, 오래 들수록 나빠진다
정보 — 하락을 미리 아는 방법이 없다. 가격에 보이는 것은 이미 늦다
둘 중 하나만 있어도 어려운데 둘 다 있다. 하락에 베팅하는 일이 상승에 베팅하는 일보다 훨씬 어려운 것은 실력의 문제라기보다 기울기의 문제다.
남는 교훈
어떤 도구가 잘 안 될 때 "내가 타이밍을 못 잡아서"라고 생각하기 쉽다. 그런데 재보면 도구 자체가 기울어져 있어서인 경우가 있다. 그러면 아무리 연습해도 나아지지 않는다.
인버스가 그런 경우다. 하루 승률 44%에서 시작하고, 들고 있는 동안 계속 깎이고, 방향을 맞혀도 오래 들면 손해가 날 수 있다. 이걸 모르고 "결국 내릴 테니 기다리자"고 하면 구조에 지는 것이다.
쓰지 말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무엇을 하는 도구인지 알고 쓰자는 이야기다. 짧게 들 것, 오래 붙잡지 말 것, 그리고 무엇보다 예측이 아니라 헤지로 쓸 것.
국내 대표지수와 그 역방향 상장지수펀드의 2021년 1월 이후 1,380거래일 자료로 검정했습니다. 과거 데이터에 대한 통계 분석이며 특정 상품의 매수·매도 권유가 아닙니다. 투자 판단과 그 결과는 투자자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작성: 2026. 8. 이알렉산드로
댓글
댓글 쓰기